산에서 태어난 사람은 산에 묻히고, 바다에서 태어난 사람은 바다에 묻히고 싶어 합니다. 묻힌다는 말은 죽음이라는 절망에 관함이 아니라 삶의 진실성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인생은 진실하게 살아야 합니다. 진실은 상대적 가치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 기준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상대적 가치로 해석한다면 모든 인간은 진실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밤 문화에 찌들어 사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진실을 추구합니다.
그의 인생에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진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중범죄를 지은 범죄자라 할지라도 한 뼘만이라도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너무도 연약하여 파리 한 마리 죽일 수 없는 순수한 속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진실은 상대적인 잣대로 규정할 수 없어야 합니다. 자기편에 있는 사람은 다 진실한 것이고, 강 건너 사는 사람들의 집단은 거짓에 속해 있는 사람 같아집니다. 이는 극단적인 표현이 아니라 우리네 삶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공동체에 속해 살아야 합니다. 원하든 원치 않던 공동체에 속해야 합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는 언제나 진실하고 그 일을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공동체를 바라볼 때 그러면 안 된다는 윤리적, 종교적 율법으로 정죄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됩니다. 그러한 사고방식이 우리들의 삶에 찌들어 있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기준은 외부에 존재하는 이론적인 것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있어야 합니다. 그의 마음의 법이 그의 인생의 깊이와 넓이가 되며 거룩한 가치관이 됩니다. 물론 스스로 도를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오는 여러 교육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세상에는 완벽한 이론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 이론이 마음에서 뿌리내려 자기만의 모양으로 새롭게 피어나는 거룩한 양심의 열매가 없다면 결코 인간의 진실은 자기 울타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은 인생이라는 배의 키와 같습니다. 마음이 결정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이 설정되는 것입니다. 과거 구소련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입니다. 한 젊은이가 고기를 냉동 보관시키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그곳에서 고기의 육질을 검사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퇴근하던 젊은이는 한 냉동고가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냉동고 안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냉동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순간 도둑이구나 싶어 얼른 밖으로 빠져나오려던 젊은이는 문이 밖에서 잠긴 사실을 알게 됩니다.
힘껏 소리도 지르고 두드려 보기도 했지만, 문밖에선 누구도 그의 외침의 절규를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연히 누군가가 문을 밖에서 열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었습니다. 손발은 저려오고 죽음이 서서히 그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상태를 벽에 쇳조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숨이 막히고 손발이 저려온다. 이제 곧 산소도 다 없어지고 나는 얼음덩이로 변해버리겠지, 이,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이로구나.’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직원에 의해 그 문은 열렸는데 젊은이는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단히 놀라운 일은 그 냉동고는 이미 오래전에 고장 나서 사용하지 않던 것이었습니다. 산소는 충분했고 실내 온도는 겨우 16도 정도의 약간 쌀쌀할 정도였던 것입니다. 젊은이는 냉동고에 갇혔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상은 고장이 난 냉동고이기에 젊은이의 목숨을 앗아갈 어떤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의 마음이 먼저 죽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투신자살하는 사람의 시신을 검안하면 신기한 일이 있다 합니다. 사망 원인이 심장 마비라는 것입니다. 투신하면서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이미 마음이 죽은 상태라는 의미입니다.
성공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요, 실패 또한 그러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자살할 경우 먼저 마음이 죽어야 가능한 일이라 했습니다. 마음이 결정한 후에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마음의 결단이 없다면 결코 행동으로 옮길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결정은 그만큼 인간의 삶에 중요합니다. 자기 목숨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핵심적인 열쇠가 됩니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있다면, 그래서 그곳에만 오르면 마음의 쉼을 얻는 자연의 벗이 있어야 합니다. 내 인생의 지천명 고지를 넘어서 보니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내 인생의 마음의 언덕은 복스 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존경하는 사람들, 내 마음 한편에 의자 하나 놓고 언제나 초대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 마음의 언덕을 오르는 일은 운동이 차원을 넘어서 내 거친 맘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시간이 됩니다.
마음의 언덕은 아무 조건 없이 언제나 두 팔 벌려 내 작은 삶을 품어 줍니다. 그 언덕을 오르며 마음의 훈련을 받습니다. 사람마다 기대고 싶은 마음의 언덕이 있습니다. 그것이 사람이 될 수 있고, 때론 물건이 되기도 합니다. 음악이나 독서가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기대고 싶을 때 그것이 물체보다는 사람이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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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깊은 수렁은 사람의 마음이라 했습니다.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서 평생을 한솥밥을 먹는 식구라 할지라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게 됩니다. 내 삶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의 언덕이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은 누구나 흠이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에는 흠 없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흠이 있고, 냄새나며, 먼지가 풀풀 나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누군가에게 소중한 마음의 언덕이 되어 줄 수 있는 마음이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