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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경당문노

hherald 2026.05.18 17:43 조회 수 : 6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야 한다

 

젊었을 때는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마주 보기보다는 앞을 보고 걷는 것이 사랑입니다. 마주 볼 때는 뜨거운 사랑도 했지만 알량한 세력 다툼으로 힘겨루기도 잦았습니다. 사소한 것을 기억하는 것을 사랑의 전부라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기념 날짜 기억하지 못했다 하여 하늘이 무너지고 사랑이 식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마주 보지 않으니, 약점은 보이질 않습니다. 곁에서 미래를 향해 함께 걸어주는 것으로 고마울 뿐입니다. 개인이 백 리를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라도, 설혹 능력이 있어서 하늘을 날 수 있는 것보다 함께 십 리 밖에 못 갈지라도 더딘 것이 행복한 인생길입니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속도만이 살길이라 외쳐 왔고, 속도를 내지 않느냐며 다그쳤던 지난날이 후회스럽습니다.

 

메이 스웬슨 (May Swenson, 1913 – 1989 미국, 시인)은 '나이 드는 법'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젊게 사는 것은 쉽다.

 쉽지 않은 것은 나이 드는 일

 그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

 젊음은 주어지고

 나이 듦은 성취되는 것

 나이 들기 위해

 시간과 하나가 되려면 마술을 부려야 한다.”

 

젊게 살기는 쉽습니다. 허리띠 동여매고 앞만 보고 달려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함께 달리던 벗들이 곁에서 쓰러질지라도 경쟁자를 물리쳤다는 쾌감으로 벗의 시체를 밟고서라도 더 빨리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뒤돌아보는 것이란 연약한 실패자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기며 두 눈 질끈 감고 정상을 향해 달렸습니다.

 

존경하는 벗님과 남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남산 둘레길은 다섯 개의 코스로 조성되었습니다.

 

첫 번 코스는 ‘북측순환로’로 남산케이블카에서 국립극장까지 3.4km입니다.

두 번째 코스는 ‘역사문화길’은 한양도성부터 안중근 의사 기념관까지 640m,

세 번째 코스는 ‘자연생태길’로서 숲속 작은 동식물과 하나 되는 길로서 1,650km입니다.

네 번째 코스는 ‘야생화원길’로 자연학습장 명소로 880m,

마지막 코스는 ‘산림숲길’로 주제는 더 가까이 나만의 자연을 만나는 길로써 910m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한 길을 선택하여 산책하면 됩니다. 인생이 그러함을 배웁니다. 누구는 이 코스를, 그리고 누구는 다른 코스를 각각 선택하게 되면 그것이 인생 고유의 길이 됩니다. 세상엔 지식이 범람해 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아는 사람들이 곳곳에 즐비해졌습니다. 정치면 정치에 대해, 교육이면 교육에 대해, 스포츠면 스포츠에 대해 얕은 지식을 쏟아내어 홍수를 이룹니다.

 

경당문노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사일은 머슴에게 물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도 농사의 전문가처럼 말하는 것은 속이 깊지 않음에 대한 증거입니다. 타인의 말에 경청할 수 있다는 것은 배움의 시작이며 동시에 존중의 태도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한가지라도 전문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들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산길을 걸을 때는 마주 볼 수 없습니다. 홀로 걸을 때도 묵상할 수 있지만, 같이 걸을 때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서로에게서 배울 수 없다면 ‘같이의 가치’를 깨달을 수 없게 됩니다. ‘하충불가이어어빙’. 여름 한 철만 사는 벌레에게 겨울왕국을 말로써 이해시킬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람마다 자기만의 세상이 있고 자기만의 철학이 있습니다. 내 생각, 내 철학이 보편화될 순 없습니다. 타인의 생각과 철학을 경청할 때 같이의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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