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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다윗의 고백이 내 영혼의 고백이 됩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심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해 하는가. 너는 하나님께 소망을 두라 그가 나타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내 하나님을 여전히 찬송하리로다.” (시43:5)

지난 밤 모든 영혼이 잠든 사이 하늘에서 흰 눈이 소복이 내렸네요. 무익한 종은 잠과 싸우는 사이 주무시지 않으시는 주께서(시121:4) 선물로 눈을 내리셨네요. 이른 아침 산자락에 살포시 내려앉아 쌓인 눈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마치 어렸을 때 먼 길을 떠나는 아들을 위해 어머니 당신의 살과 뼈를 깎아 준비해 놓으신 눈물겨운 아침 밥상과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분명 쌀 한 톨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셨는데 언제 어디서 구해 놓으셨는지 하얀 쌀밥에 김치 하나 없었던 집에 먹음직 한 포기김치와 고깃국이 끓여져 있음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어머니께서는 새벽에 밥을 많이 먹었다는 하얀 거짓을 하시며 아들만 먹이셨던 그 눈물겨운 사랑, 오늘 아침 밤새 내려주신 눈을 보니 어머니의 밥상처럼 주님이 차려 주시는 내 영혼을 위한 밥상과 같이 느껴집니다.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고개를 들지 못하며 눈물을 감추며 고깃국과 김치,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 먹었던 철없던 아들이 먼 길을 돌아 돌아 작은 마음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는 아침이 됩니다. 

 

 

갈릴리 호수 새벽의 아침을 맞는 시몬 베드로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존경하는 랍비 예수는 십자가에 돌아가셨고, 심문 받으시는 그 현장에서 자기 살기 위해 스승을 저주까지 하며 부정한 후에 닭이 곧 세 번 울 때에 주님의 눈과 마주 쳤습니다. 아무 말이 없으셨지만 눈으로 베드로의 전 생애를 감싸시고 위로하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 사랑을 베드로 마음에 깊이 간직하게 됩니다. 로마의 정치적 힘을 빌려 살기등등했던 대제사장과 유대 장로들의 독기 품은 칼날을 피해 갈릴리로 피신을 하게 됩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거였습니다. 위급한 상황이지만 스승의 마지막 말씀을 지키기 위함이었습니다. 부활하신 후에 먼저 갈릴리에 가시겠다 말씀 하셨기 때문입니다.(마26:32) 베드로는 처음 주님을 만났을 때 그 광경을 그리며 그물질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아침도 빈 그물이었습니다. 고기 잡을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3년 전 주님을 만날 때와 어쩌면 같은 광경을 연출해 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누군가 바닷가에 서셨습니다. 그러곤 물으십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는냐.” 고기를 잡지 못했다 대답하자 곧 말씀하셨습니다. “배 오른 편에 던지라, 그리하면 얻으리라.” 사도 요한은 이 광경이 너무도 익숙하기에 베드로에게 주님이시라 말하자 벗고 있던 겉옷을 갖추어 입고 주님 계신 바다로 즉시로 뛰어 내립니다.(요21:1-7)

 

 

베드로에게는 물의 깊이는 의미가 없었습니다. 파도가 심하게 치는 깊은 밤에 갈릴리에서 잔뼈가 굵었고 늙어가는 제자들조차도 노 젓기에 힘든 성난 파도를 헤치고 주님은 물위를 평지와 같이 걸어오셨습니다. 그 광경은 베드로에게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수군 거렸습니다. 유령인가? 베드로는 당돌하게 물었습니다. “만일 주시어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마14:28) 주님이 오라 하시는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물위를 걸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성난 파도 위를 걷는다는 것을 실감했을 때 물에 빠지게 됩니다. 주님은 손을 내미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마14:31) 자신의 믿음 없었음을 회개하는 마음으로 베드로는 주시라는 말에 즉시로 물로 뛰어 들었습니다.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뭍으로 나와 베드로와 제자들은 할 말을 잃고 무작정 고기를 셈하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많이 잡은 것에 대한 기쁨의 행동이 아닌 주님의 말씀이나 명령을 기다리기 위한 행동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주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까 기다리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였습니다. 153마리, 고기의 셈이 끝났을 때 주님은 아침 조반을 친히 준비해 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조반을 먹으라 말씀하셨습니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식 중에 가장 위대한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창조주께서는 말씀만으로 오병이어로 남자만 오천 명을 배불리게 먹을 수 있도록 음식을 창조해 내실 수 있으셨습니다. 그런데 친히 숯불을 피우시고 잡은 고기를 구워 밤새 허기진 제자들을 먹이셨습니다. 천지창조 이후에 존재하지 않을 유일무이한 음식이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앞 다투어 구워진 고기 한 마리씩을 집어 들고는 눈물을 흘리며 뜯었을 것입니다. 뼈하나 남기지 않고 다 먹었을 때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을 먹이라.” 그것은 쫓기는 다윗에게 주셨던 소망과 같았습니다. 낙심하며 불안해하는 영혼에 주어지는 특단의 사랑의 양식이었습니다. 내 어린 영혼을 위해 어머니께서 쌀을 빌려다 차려 주신 아침 밥상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산자락에 소복이 쌓인 눈은 조물주 하나님께서 내 영혼을 위해 차려주신 특단의 아침 밥상 같습니다. 다윗에 주신 소망이며 베드로에게 먹이신 회복의 생선구이셨습니다. 내 인생은 먹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보며 묵상하는 것만으로 힘을 얻고 소망을 얻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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