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즉위 후 첫 국빈 방문으로 프랑스에 갈 계획이었지만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연금 개혁에 분노한 시위대의 폭력 시위로 방문이 취소됐다. 당초 찰스 국왕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고 영국 국왕 중 처음으로 프랑스 상원에서 연설할 예정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왔던 마크롱 대통령이 국왕을 초청하면서 첫 국빈 방문지로 프랑스를 택해 달라고 요청해 이뤄졌지만 시위가 한창인데 국빈 방문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기했다.
영국 군주의 프랑스 방문은 찰스 국왕의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때부터 인연이 깊다. 1948년 여왕은 신혼 시절 필립 공과 함께 파리를 처음 방문했다. 물론 이때는 여왕이 아니었다. 파리 중심부 시테섬에 있는 꽃 시장을 방문해 무척 좋아했다는데 파리시는 2014년 꽃 시장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화훼 시장’이라 이름을 바꾸고 여왕 참석 하에 현판 제막식을 했다. 1957년, 엘리자베스 여왕은 즉위 후 첫 국빈 방문지로 프랑스를 택했다. 이후 다섯 차례나 국빈 방문하여 열 명의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다. 재위 기간, 유럽에서 가장 많이 갔던 국가로 13번이나 방문했다.
여왕이 타계했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영어 성명을 트위터에 올렸다. '엘리자베스 2세는 우리말을 완벽히 구사했으며, 우리 문화를 사랑하고,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Elizabeth II mastered our language, loved our culture and touched our hearts)' 이처럼 프랑스 대통령이 영어로 표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유는 여왕이 프랑스를 방문할 때마다 현지에서 불어를 사용하고 불어로 연설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처럼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지로 프랑스를 택한 찰스 3세 국왕도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남다르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찰스 3세는 내각의 '비공식 유럽 담당 장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지로 영연방국가가 아닌 프랑스, 독일을 택한 것도 '향후 영국은 유럽을 중시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해석한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왕실이라는 소프트파워는 외교 수단으로 지금까지 많이 이용돼 왔다고 했다. 영국은 외무부에서 왕실의 해외 방문을 조정하고 결정한다. 여왕의 장례식을 전 세계가 주목했던바 왕실의 인기를 이어가는 것은 영국에게 큰 이득이다. 영국 외무부는 외국에 나가서 계속 감동을 주는 왕실을 만들고 싶어 한다.
프랑스 시위자들이 찰스 3세에게 프랑스 방문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는데 프랑스 정부는 '상식과 우정'으로 방문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찰스 3세 국왕은 그의 역할, 바로 자신만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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