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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런던이 펍과 맥주의 도시라면 파리는 카페와 빵의 도시라고들 한다. 프랑스 빵 중에서도 우리가 친근하게 '불란서빵'이라고 하면 아마도 '바게트'가 떠오를 것이다. 15년 전까지 프랑스에서 한 해 100억 개가 소비된다니 가히 '국민 빵'이다. 그래서 '프랑스에선 아이에게 이가 나면 바로 바게트 한 조각을 물렸고 아이가 자라면 첫 심부름으로 빵 가게에서 바게트를 사 오게 시킨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바게트를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된 음식은 많다. 벨기에 맥주, 일본의 와쇼쿠, 나폴리 피자 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것 외에 북아프리카의 쿠스쿠스, 서아시아의 플랫브레드, 크로아티아의 생강빵, 세네갈의 쩨부젠 등 우리에게 생소한 것들도 많다. 

 

그런데 무형문화유산 지정 내용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음식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을 유산으로 지정한 것이다. 유네스코는 상업화를 우려해 음식 자체를 등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이번에 바게트도 정확히는 '바게트 제빵의 장인적 노하우와 문화'를 유산에 올린 것이다. 
비슷한 사례로 나폴리 피자를 지정할 때 피자 그 자체가 아니라 나무 화덕에 반죽을 준비하고 굽는 사람들, 바로 나폴리의 장인 '피자유올로 Pizzaiuolo'를 지정한 것과 유사하다.
지중해식 식단도 무형문화유산이다. 여기에는 지중해의 풍경에서부터 식사, 테이블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농작물의 수확, 물고기를 낚고 보관하고 음식을 소비하는 모든 기술, 지식, 실천, 전통 등 나아가 공동의 식사를 통해 사회적 교류를 촉진시키는 이 모든 것을 망라해서 '지중해식 식단'이라는 유산을 선포한 것이다.
우리나라 '김치'도 유사한 맥락이다. 우리는 김치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지만,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김치가 아니라 '김장'이다. 김치를 만드는 과정인 김장, 가족 및 이웃과 함께 김장하는 문화가 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정확한 등재 명칭이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
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바게트가 문화유산에 올랐다는 소식에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의 일상에서 마법 같고 완벽한 250g”이라며 이를 환영했다고 한다. 그런데 유네스코 등재가 마냥 기쁜 일은 아닐 듯 하다. 문화유산에 올리는 것은 올림픽 메달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지키려는데 있다. 그만큼 그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프랑스 문화의 대명사인 동네 빵 가게의 신선한 바게트가 대기업의 공장형 빵에 밀려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고 한다. 고유의 레시피로 아침마다 바게트를 만드는 빵 장인의 가게가 한 해 400곳이 폐업하고 사람들의 입맛에 바뀌어 이제는 햄버거에도 치이고 있다. 
'프랑스의 상징이자 프랑스 역사가 만들어낸 문화 그 자체'라는 바게트에 대한 과거의 칭송이 무색한 오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가 과연 얼마나 '바게트 제빵의 장인적 노하우와 문화'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jpg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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