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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 마음의 꽃

hherald 2025.11.03 17:25 조회 수 : 11

마음의 꽃

 

누구나 마음속에 꽃을 안고 살아갑니다. 마음에 간직된 꽃은 기쁨이며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때론 아픈 가시가 되기도 합니다. 주어진 일상을 최선으로 선택하여 살아왔을 뿐인데 그 삶의 흔적이 꽃이 되어 기쁨이 되고, 지워버리고 싶은 아픔이기도 합니다. 걸어온 인생길이 꽃길만일 수 없듯 지난 일들이 오히려 앞날의 발목을 잡는 가시가 될 때도 있게 됩니다. 당시 상황으로는 꽃길이 되는 건지, 가시밭길인지 분간할 수 없을 때가 더 많은 법입니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집필한 19세기 러시아의 대문호인 도스토옙스키(Dostoevskii, 1821-1881)는 사람이 남긴 발자국인 추억을 ‘마음의 꽃’이라 표현했습니다. 뚜벅뚜벅 두 발로 걸어온 인생길은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남깁니다. 도스토옙스키가 걸어온 자신의 인생길을 뒤돌아보면 꽃길만을 걸어온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의 아픔이었고 고통의 순간들이었지만 그러한 추억을 마음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표현한 겁니다.

 

꽃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꽃길만 주어지지 않습니다. 설령 꽃길이라 하여 걸어갔을지라도 결과적으로 걸어온 길이 꽃길이 아닌 경우도 허다합니다. 정치를 하거나 기업을 하는 사람이나 개인적인 일상에서도 꽃길이 변하여 가시밭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함을 크고 작은 역사를 통해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꽃길을 걷는다는 것은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표현일 뿐이지 일상의 삶과는 거리가 있게 됩니다.

 

누구나 희망합니다. 무언가를 선택하여 그 일을 행할 때 그 길이 꽃길이 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도스토옙스키도 그러했습니다. 훗날에 가서야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던 젊은 시절을 아름다운 작품으로 승화시키지만, 현실을 살아야 했던 젊은 도스토옙스키는 그러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주의 급진파 사람들과 모임을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농민들에게 희망이 되는 의로운 일이라 믿었던 것입니다. 결국 그 일로 인하여 도스토옙스키는 사형 선고를 받고 처형장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죄명은 반역죄로 총살형이었습니다.

 

공개 처형장에서 형을 집행하는 장교가 죄명과 형을 낭독하는 동안 도스토옙스키는 교회 종탑을 바라보게 됩니다. 잠시 후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지만 그 순간은 그에게 영원한 멈춤의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죽음직전 찰나의 순간에 햇빛을 반사하는 교회의 황금 첨탑에서 반사되는 빛은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영혼의 엑스레이 같았을 것입니다. 그 빛에 자신을 맡기며 고백합니다.

 

“만약 내가 죽지 않는다면, 만약 살 수 있다면 나의 삶은 끊임없는 영원처럼 느끼며 1분을 100년과 같으리라,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인생의 단 1초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바란 대로 처형 직전에 황제의 특명으로 그는 죽지 않고 살아나게 됩니다. 그가 걸어온 끔찍한 일들에 대해 훗날 마음의 꽃이라 표현했던 것입니다. 공개 처형의 상황은 트라우마가 되어 괴롭힘을 받는 가시가 분명함에도 처형장 찰나의 순간들을 그는 잊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던 것입니다. 그러한 아픔은 대작을 만들어 내는 일에 좋은 밑거름이 되었던 것입니다.

 

나무는 나이테를 남깁니다. 나이테를 보면 그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이테는 성장이 아니라 멈춤의 시간을 나타내는 인고의 시간입니다. 환경이 좋을 때는 성장을 해서 나이테를 남기지 않지만, 환경이 최악의 조건일 때는 성장을 멈추고 자기 존재를 지탱하는 일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화려한 잎을 다 떨어뜨리고 마치 죽은 듯 죽음을 방불케 하는 겨울의 한파를 온몸으로 맞닥뜨립니다.

 

나무는 나이테를 남기듯 인간은 추억을 남깁니다. 추억은 오늘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리는 을씨년스러운 한파를 견딜 수 있게 해 줍니다. 추억의 꽃은 마음에 지도를 만들어 줍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분명한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인생은 어떻게 보면 자신 안에 만들어진 지도를 보고 인생길을 살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주하게 살다 보면 마음의 지도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지도를 잃는다는 것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과 일치한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대부분의 구기종목은 공에 의해 점수를 얻습니다. 공이 골문으로 들어가면 득점합니다. 그러나 야구만은 공이 아니라 사람이 홈을 밟아야 득점하게 됩니다. 공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인 스포츠인 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야구에 열광하게 됩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먼저 인생을 살아온 인생의 선진들의 걸음걸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내가 그 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걸어온 추억이 마음의 꽃이 되었다 주장하는 대문호의 고백은 훗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선명한 마음의 지도가 될 만합니다. 사람은 사람 때문에 희망을 얻기도 하고, 또한 사람 때문에 좌절하기도 합니다.

 

사람 중심의 교육이라는 문구가 낯설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람이 주인공이 분명하지만, 때론 사람의 본질 보다는 그 사람이 가진 스펙을 존중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게 됩니다.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사회적 옷으로 평가하게 됩니다. 사회적 옷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잠시 잠깐 입고 있을 뿐인데 그가 입은 사회적 옷에 열광하게 되며 자신도 그 옷이 주는 영광에 취해서 속게 됩니다.

 

인생이 걸어온 길, 그 길이 꽃길이며 가시밭길일지라도 마음의 꽃이며 인생을 걸어가야 할 나만의 마음 지도가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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