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경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게 정법(천공스승)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그를 알기는 하는데 멘토는 아니다. 몇 번 만나 선생이라 부른다'라는 정도로 답했다. 그리곤 토론회 후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유 의원 얼굴 앞에 손가락을 흔들며 심하게 따졌다고 한다. '정법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사이비 무속인 인양) 그렇게 말하면 명예훼손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정법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유 의원이 동영상을 봤는데 별 감흥이 없다며 이런 동영상 볼 시간에 정책 개발하라고 했다. 사실 정법의 동영상에는 "백두산이 정월 초하루에 영하 수십 도가 돼도 정법이 가면. 칼바람이 멈추고 봄 날씨가 된다"는 식의 허무맹랑한 내용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을 앞둔 16일 갑자기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18일 비행기 출발 시간을 2시간 늦춘다는 것이다. 사유는 말해주지 않았다. 이렇게 비행시간을 늦추는 바람에 웨스트민스트 홀에 안치된 여왕 조문을 못 했다. 더욱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일왕,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조문을 했던 터라 '조문 외교를 한다고 영국에 갔는데'라는 비난이 거셌다. 대변인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여러 일정이 겹쳐 부득불 그렇게 됐다고 해명하며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행기 출발 시간을 늦춘다고 통보한 16일, 바로 하루 전 정법의 유튜브 영상 <정법강의>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조문은 이유가 있어야 하고 필요할 때 필요한 사람이 가야 한다, 조문은 4차원과 연결돼 있어서 필요 없이 갔다가는 4차원의 탁한 기운이 묻어올 수도 있다. 장례를 치르기 전 그때에 가는 것만 조문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시간이 지나서 갈 수도 있다. 조문을 갈 때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처럼 명분 있게 가야 하고, 명분 없이 가면 안 좋은 기운의 귀신이 따라붙는다." 이게 무슨 말인지, 뭔지, 원...
탁한 기운을 피하려, 조문을 못 하는 '불가피한 상황' 일부러 만들려고 출발 시간을 늦춘 거냐는 의혹이 불거지자 대통령실은 당초 원래부터 9시 출발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9월 14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비공개논의에서 출발 시간을 18일 오전 7시로 통보했다고 한다. 2시간을 특별한 이유 없이 늦춘 '불가피한 상황'이 혹시 '말 못할 상황'이 아닌지 의혹이 의혹을 낳고 있다.
문제의 정법, 천공스승이란 사람이 한미수교 140년 기념 세미나의 일환으로 9월 9일 뉴욕에서 대중강연을 한다고 지난달 알려졌다. 그러자 뉴욕 동포사회에서 행사 당일 집회 신고를 하는 등 반발이 있어 강연을 연기했다. 연기했다고 하는데 취소했다는 게 맞을 듯, 그 후로 소식이 없다. 천공스승이란 사람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유엔총회 참석 전에 뉴욕에 온 것부터 오해를 낳았다. 뉴욕 강연 소식을 전한 미국의 동포언론도 정법이라는 사람이 '역술가 vs 희대의 사기꾼'으로 동포들의 의견이 나뉜다고 썼다. 물론 둘 다 탐탁지는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경선토론회에 3번이나 왼손 손바닥에 王(임금 왕) 자를 그리고 나왔다. 동네 주민이 힘내라고 써줬다는데 王 자를 부적처럼 들고나오는 거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우리들의 대통령이 무속을 좇아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끔찍한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상식 이하의 무속인에게 배울 것이 있을 만큼 낮은 수준의 대통령이라는 어림짐작도 하고 싶지 않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이 어설픈 지도자로 인해 무속 공화국이 되는 악몽은 더더욱 싫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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