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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라떼는 말이야~' '오겜' '스니커즈'

hherald 2021.10.26 11:01 조회 수 : 4821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지 모르겠는데 생활 수준이 나아졌기 때문이랄까, 부산을 중심으로 크게 번창한 한국 신발 산업의 혜택이랄까. 아무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신는 신발 종류가 고무신에서 운동화로 바뀌던 1970년대, 브랜드 운동화를 학교에 신고 온 아이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선물 받으면 머리맡에 두고 자던 어린 시절의 새운동화는 젊은 여성이 처음 샤넬 백을 선물 받는 기쁨에 비할까. 어린이와 청소년만이 환호한 것이 아니다. 운동화는 신발에 천 재질을 사용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무거운 가죽 구두 일색이던 성인들의 신발 문화에 상대적으로 편리한 신발이란 대체재로 자리했다.

요즘 핫한 오징어게임의 드레스 코드인 녹색 운동복. 이에 맞춘 신발 스니커즈를 얘기하려다 서론이 길었다. 드라마 속 게임 참가자들은 전부 녹색 운동복에 하얀색 스니커즈를 신었다. 드라마에 나온 소품들 모두 인기 상품이 됐다는데 흰색 스니커즈의 판매도 부쩍 늘어 드라마 덕분에 스니커즈를 많이 생산하는 미국 신발 브랜드 '반스'의 매출이 70%나 늘었다고 한다.

운동화는 신발에 천을 사용한 것으로 19세기에 시작됐다. 철도의 발달에 따라 사람들은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는데 당시 신발은 튼튼한 가죽 부츠였다. 튼튼해서 좋기는 하나 여행 갈 때 무겁고 불편했다. 특히 해변 모래사장에 푹푹 빠지는 가죽 부츠는 끔찍했다. 그래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개발된 가벼운 신발이 스니커즈의 조상 샌드 슈즈 sand shoes다.
밑창이 고무로 된 운동화는 그렇게 나왔다. 많은 업체에서 비슷한 형태의 수많은 운동화를 만들었는데 1916년 캐즈 keds라는 업체에 통합된다. 이어서 '헨리 넬슨 맥킨니'라는 광고 대행사에서 스니커즈 sneakers라는 이름을 만든다.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구두는 걸을 때 또각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스니커즈는 신발 바닥에 고무를 사용해 발소리가 매우 작게 난다. 

실용적인 제품에서 출발한 스니커즈는 점차 인기를 얻어 패션 상품으로 발전한다. 캐즈는 1940년에 여성전용 라인을 출시해 패션 운동화로 그 의미를 확장한다. 유명인들이 스니커즈를 신기 시작해 이에 불을 붙였다. 마랄린 먼로, 오드리 헵번과 같은 셀럽들이 이 운동화 단골이 됐고 비틀스의 존 레논은 오노 요코와 함께 스니커즈를 신고 결혼을 했다

사실 스니커즈는 전문적인 운동화가 아니다. 다시 라떼는 말이야~ 시절을 얘기하자면 국민학교 시절, 체육 시간에는 밑창에 얇은 고무만 대고 만들어 운동화가 아닌 실내화 기능에 가까운 초기 스니커즈를 흰색 운동복에 맞춰 신어야 했다. 이거 신고 돌 많은 운동장 달리면 발바닥 무척 아팠다. 요즘같이 신발에 인체공학적 설계 같은 건 둘째치고 기본적인 발바닥 보호 기능도 못하는 고무 밑창뿐인 스니커즈는 운동화가 아닌데 운동화인 척 했고 운동화 대우를 받았다. 지금의 스니커즈는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다.

딱히 스니커즈의 장점을 찾는다면 가벼운 운동과 일상생활 양쪽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는 것. 그런 신발이어서 오겜 참가자들에게 신겼을까. 

오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의 학교 운동장을 '라떼는 말이야~'를 빌어 흰색 스니커즈를 신고 추억으로 뛰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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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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