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생에 내일이 없다면, 내일이 없고 오늘만 존재한다면 인생은 더 많이 고단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버거운 인생을 살아내면서 희망이 있는 것은 아직 정복되지 않은 내일이 있기에 오늘의 고단함을 이겨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내일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도깨비방망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 해결해야 하는 괴로움과 수고로움을 망각하기 위해 내일이라는 수면제에 취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내일이란 말 자체만으로 희망이 됩니다. 오늘이라는 한 날의 고단함과 피곤함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내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내일을 선물 받았을 때, 그 선물을 뜯기도 전에 설렘이 가득한 것은 내일이라는 선물 안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오늘의 어제에 대한 희망의 날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완성이기도 하지만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으로서 오늘이라는 현재는 완성이면서 동시에 미완성의 날이기도 합니다.
한국을 방문할 때는 인천 송도에 머물게 됩니다. 송도는 국제도시입니다. 쓰레기통이 없는 곳이며 지저분한 뒷골목이 없을 정도로 깨끗한 도시입니다. 여러 개의 공원을 구름다리로 연결하여 한 공원처럼 걸을 수 있으며 운동할 수 있게 시공했습니다. 공원마다 특색이 있어서 공원을 거닐면서 묵상하고 정갈하게 꾸며진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원을 걸을 때마다 늘 마음에 와닿는 카페가 있었습니다. <내일의 날씨>입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한날의 고단함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줍니다.
내일의 날씨라는 카페 주인을 언제쯤은 내 인생 굴레의 한 모퉁이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 년이 지나고, 그렇게 삼 년이 지났을 언저리에 홀연히 내일의 날씨 주인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습니다. 내일의 날씨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을 추측하기로는 어쩌면 카페 건너편에 있는 간호대학 학생들의 봉사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림의 깊이가 있어서 그 집 앞을 지나면서 그림을 마음에 담아 두었습니다.
따스한 봄날 드디어 내일의 날씨의 문을 열고 카페 안을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따스함, 정겨움, 희망, 맑음, 행복이라는 단어들이 앞다투어 틔워 나와 말풍선이 되어 주변에 머물다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를 환영하기 위해서 마치 단어 폭죽을 터트리는 듯했습니다. 여류 화가이신 주인은 세상에서 가장 밝고 깨끗한 모습으로 나그네를 버선발로 환영해 주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환희의 폭죽이 하늘에서 팡팡 터졌습니다. 조용하지만 하늘에서는 거대한 폭죽 내음이 내 안에 가득할 즈음 선생님의 그림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인생은 거대한 수레바퀴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주보다 큰 것 같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수레바퀴 같을 때도 있게 됩니다. 때론 너무 거대하여서 그 끝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인생의 수레바퀴에서조차 길을 잃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너무 작아서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답답할 때도 있게 됩니다. 인생은 어떤 측면에서는 우주까지라도 담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공간이기도 하고, 가장 작아서 세포 하나보다도 담을 수 없을 만큼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게 됩니다.
인생길에서 간간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인생의 수레는 새롭게 힘을 얻어서 작은 것은 좀 더 큰 수레로 거듭나기도 하고 너무 커서 향방이 없을 때는 정교하게 줄어들기도 하는 마법을 부립니다. 인생은 앞만 보고 달려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쉼을 얻어야 합니다. 인생은 홀로 살 수 없습니다. 사람이나 특별한 장소로부터 쉼을 얻어야 합니다. <내일의 날씨>에서 잠시 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무거운 수레바퀴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에 과분한 장소입니다.
만남은 서로가 서로에게 유익을 주는 연리지 역할을 합니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힘을 얻습니다. 꽃은 꽃을 통해서 서로를 보호받으며 나무는 나무를 통해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연은 군락을 이루려 하는 거룩한 욕망이 있습니다. 이는 자기 욕심이 아니라 살아내려는 거룩한 생의 몸부림입니다. 사람 역시 그러합니다. 욕망이 아니라 더 높은 고차원적인 삶을 살아내려는 몸부림입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날 뿐 아니라 깊이 있는 만남을 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 그 희망은 날씨로 표현되어 집니다. 내일의 날씨가 화창하다면 희망의 온도 역시 한층 높이 올라갈 것입니다. 오늘이라는 삶의 현장은 전투와도 같습니다. 삶의 전쟁에서 가장 큰 아군은 자신입니다. 반면 가장 큰 적이 될 때도 있습니다. 앞 날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세상의 그 무엇이 아니라 자신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자신을 깎고 다듬을 수 있는 것은 만남을 통해서 더 깊음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됩니다.
만남은 축복입니다.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는 혜안입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만남은 축복의 씨앗이기도 하면서 열매입니다. 씨앗과 열매는 원론적으로 하나입니다. 열매는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씨앗은 누릴 수 없는 다음을 위해 보관을 해야 합니다. 오늘이라는 날 안에 어제에 수고한 땀 흘림에 대한 열매가 있으며 또한 내일에 대한 씨앗이 숨겨져 있습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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