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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영원 전부터 영원까지 동일합니다. 하루를 살아가는 하루살이에게
한 달이나 일 년의 개념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실상 인간에게는 영원이란 개념은 이론적
으로만 이해할 뿐입니다. 창조 받은 모든 피조물은 본질이 될 수 없습니다. 단단한 바위라도
시간이 지나면 변화됩니다. 산화되어 바위는 쪼개져 모래로 변합니다. 가장 강한 쇠붙이라
할지라도 시간을 초월할 수 없습니다. 오직 변화되지 않는 본질은 창조주뿐임을 깨닫게 됩
니다.
 
피조물 중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 것은 인간입니다. 옛 시인의 글에 문지방을 넘는
찰나의 순간에도 마음이 열 두 번 변할 수 있다 했습니다. 물론 이 말은 여성을 두고 하는
말이었지만 여성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그러합니다. 변화되는 것은 좋은 방면일 수 있지만,
모든 변화가 좋은 것이라 단정 지을 순 없습니다. 변화되는 것을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본질에 대한 사모함 입니다.
 
인간은 변화되기 때문에 새로워 지기도 하지만 나약한 존재임을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됩
니다. 아무리 강한 육체를 가졌다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 육체는 노쇠하게 되어 있습니
다. 늙어 가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육체가 건강할 때 보다 노쇠해 갈수록 세
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는 혜안을
얻을 수 있게 됩니다.
 
육체가 늙어 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니라 창조의 법칙에 순응할 뿐입니다. 다만 어떤
이는 늙어 가는 속도가 빠르고 더디고의 차이는 분명 있습니다. 늙어 간다는 것은 결국 인
간이 살아가게 되는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2003년 8월 인간의 유전자 정보(Genome)
 
를 담은 유전자 지도(genetic map)가 ‘미국 국립보건원’과 민간회사인 ‘셀레라’에 의해 발표
되었습니다.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기 전 까지만 해도 인간이 왜 질병에 걸려야 하는지에 대
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병의 원인은 결국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
인 것이 의학적 상식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유전자 스위치가 꺼졌거나 고장이 났기
때문임을 밝혀냈습니다. 그렇다면 그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선 유전자를 찾아내어 스위치를
켜거나 고장 난 부분을 고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전자는 내 육체에 존재하지
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는 선천적 유전학이 의학계를 지배하여 정설이 되었습니
다. 그래서 인간의 노화를 멈출 수 없을 뿐 아니라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 숙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버드 의대의 ‘더 싱클레어 랩’(The Sinclair Lab)에서 선천적 유전학을 뒤엎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바로 후성유전학을 발표했습니다. 타임스지는 2010년 1월 18일 자에
대서특필하여 인간의 노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부모로부터 받은 질병을
치유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성경은 분명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죄가 자식에게 물
려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조금 더 깊은 해석을 하자면 여기서 말하는 죄는 질병을 포함하
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부모의 질병이 자녀에게로 대물림 되는 것은 습관 때문입니다. 습관을 고치면 유
전적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신재현 원장님의 <나를 살피는 기술>이
란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만으로 인생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 같습니다. 나를 살피는 것을
사치로 생각했습니다. 젊음은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나를 살피는 것은 고정된 습관,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시작점이 됩니다. 백 세를 산 어느 어르신의 고백이 떠 오릅니다. 잠깐 살아
 
보니 백 세가 되었다 했습니다. 그 어르신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가면서 깨달
음은 더 깊어지고 넓어지게 됩니다. 과거 젊었을 때 얻지 못한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얻
게 됩니다.
 
생각해 보면 나이가 들어가지만, 지금이 가장 젊을 때입니다. 구글 포토에서는 지난 사진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을 선물해 줍니다. 4년 전 오송에 있을 때 카페에서 글을 쓰는 모습을
떠올려 줘서 지난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생각했고, 무엇을 위해 고민했고,
무엇을 먹었으며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내 지난날의 발자국을 상세하게 들여다보게 해 주
었습니다.
 
내가 나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과거보다는 오늘의 내가 더 깊어지고 성숙해졌음의 의미일
것입니다. 과거가 아쉽다면 지금의 삶이 과거보다 못한 것이 된다는 증거입니다. 몇 년 전이
라 하면 육체는 지금보다 젊었을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솔직
한 마음이 듭니다. 거울을 보는 것이 싫었는데 그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을 회피하려는 비겁
함 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늙었지만, 거울을 보고 나 자신을 축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됩니다. 변화된다는 것은 좋은 습관으로 고장 난 유전자를 치유하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좋은 말, 긍정적인 말로써 인사해야 합니다. ‘왜 이렇게
늙으셨어요?’ ‘건강에 이상이 있나요?’ 등 이런 인사말을 들으면 마음이 상할 뿐 아니라 뇌
활동이 그렇게 되도록 영향받게 됩니다. 상대의 현재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상
처가 됩니다. 그에게서 좋은 면을 찾아서 칭찬할 것으로 인사말을 건네는 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에 성숙함의 결과일 것입니다. 나를 살펴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기술은
결국 고장이 나서 그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유전자를 치유하는 시작점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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