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산헤립의 침묵, 디르하가의 소문, 그리고 불탄 니느웨가 증언하는 성경의 팩트

런던 대영박물관의 아시리아 전시실을 걷다 보면, 고대 제국의 위용을 자랑하던 거대한 석조 유물들 앞에서 이상한 침묵을 느끼게 된다. 유물들은 왕들의 승리와 제국의 영광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들이 숨기고 싶었던 진실을 드러낸다. 왕들은 자기 승리만 새겼고, 패배는 감추었다. 제국은 자기 영광을 과장했고, 불리한 사실은 침묵했다. 그러나 역사는 침묵 속에서도 말한다. 그리고 성경은 침묵의 빈틈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채운다.

 

 

 

21.jpg

 

 

[10c 전시실(Assyria: Khorsabad)에 들어서면, 화려한 고대 예술품들 사이로 유독 투박하고 검게 그을린 거대한 석판 하나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표면은 거칠게 갈라져 있고, 화염이 쓸고 지나간 흔적이 역력한 이 유물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다.

이 유물은 2,700년 전 고대 근동을 호령했던 대제국 아시리아(앗수르)의 심장부, '니느웨(Nineveh)' 궁전의 파멸을 증언하는 물리적 증거다. 동시에 남유다의 히스기야 과 아시리아의 산헤립 이 벌인 치열한 전쟁의 실체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고고학적 팩트 패널이기도 하다.]

 

 

 

1. 라기스를 삼킨 제국, 예루살렘 앞에서 멈추다

기원전 701년, 아시리아의 산헤립 왕은 거대한 군대를 이끌고 남유다를 침공했다. 그의 군대는 유다의 여러 성읍을 짓밟았고, 마침내 라기스를 함락했다. 라기스는 예루살렘 다음으로 중요한 전략적 도시였다. 산헤립은 승리를 자신의 궁전 벽에 새겼다.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라기스 부조는 참혹한 장면을 오늘까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성벽을 향해 진격하는 공성 장비, 포로로 끌려가는 백성들, 무너진 성읍의 참상은 아시리아 제국의 잔혹함을 말없이 증언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이다. 산헤립은 예루살렘을 포위했다. 그는 히스기야 왕을 압박했고, 유다 백성에게 항복을 요구했다. 아시리아의 왕실 기록은 사건을 자랑스럽게 말한다. 산헤립은 히스기야를 “새장 속의 새처럼” 예루살렘 안에 가두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이상한 침묵이 있다. 그는 라기스 함락은 떠들썩하게 자랑했지만, 예루살렘 함락은 말하지 못했다. 고대 제국의 기록에서 왕이 이긴 전쟁을 말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할 없었다는 뜻이다. 그는 예루살렘을 포위했지만, 함락하지는 못했다.

 

2. 디르하가의 소문, 제국의 마음을 흔들다

성경은 중요한 전환점을 분명하게 기록한다.

때에 앗수르 왕이 구스 디르하가가… 나와서 자기와 싸우려 한다 함을 듣고 사자들을 히스기야에게 보내며 이르되”(이사야 37:9)
 

여기서 우리는 구스 디르하가를 가볍게 지나쳐서는 된다. 디르하가가 훗날 이집트의 바로가 되지만, 성경은 그를 단순한 주변 인물로 소개하지 않는다. 산헤립이 들은 소문 속에서 디르하가는 아시리아의 진군을 흔드는 결정적인 이름이었다.

산헤립은 예루살렘 앞에서 하나님을 조롱하며 큰소리쳤지만, 정작 디르하가의 움직임에 마음이 흔들렸다. 그는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서는 두려워하지 않는 척했지만, 남쪽에서 올라온다는 왕의 소문 앞에서는 조급해졌다. 이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하나님은 거대한 군대만으로 역사를 움직이시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때로 하나의 소문, 하나의 두려움, 하나의 불안으로도 제국의 왕을 흔드신다.

산헤립은 하나님을 조롱했지만, 하나님은 디르하가의 소문을 통해 그의 마음을 흔드셨다. 인간의 눈에는 외교적 첩보요 군사적 변수처럼 보였지만, 성경의 눈에는 하나님의 손이 역사를 움직이는 장면이었다.

 

3. 하룻밤 사이에 무너진 아시리아의 오만

산헤립은 디르하가의 소문을 듣고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예루살렘을 향해 다시 협박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밤, 아시리아 군대는 결정적인 재앙을 맞았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여호와의 사자가 나가서 앗수르 진중에서 십팔만 오천인을 쳤으므로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본즉 시체뿐이라 이에 앗수르의 산헤립 왕이 떠나 돌아가서 니느웨에 거주하더니”( 이사야 37:36-37)

이것은 성경이 기록한 하나님의 심판이다. 세속 역사가 헤로도투스도 산헤립의 군대가 갑작스러운 재난을 당했다는 전승을 남겼다. 그는 떼가 아시리아 군대의 무기와 장비를 갉아먹어 군대가 무력화되었다고 전한다.

산헤립의 퇴각은 우연한 군사 작전 변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을 모독한 제국 권력의 무너짐이었다. 산헤립은 자신의 기록에서 “예루살렘을 정복했다”쓰지 못했다. 그는 히스기야를 가두었다고만 썼다. 그러나 성경은 빈칸을 채운다. 예루살렘은 산헤립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과 자기 이름을 위하여 성을 지키셨기 때문이다.

 

4. 신전에서 죽은 왕, 우상의 무능이 드러나다

산헤립의 마지막도 성경은 분명하게 기록한다. “자기 니스록의 신전에서 경배할 때에 그의 아들 아드람멜렉과 사레셀이 그를 칼로 죽이고 아라랏 땅으로 도망하였으므로 그의 아들 에살핫돈이 이어 왕이 되니라”(이사야 37:38).

산헤립은 니느웨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승리의 영광이 아니었다. 그는 자기 니스록의 신전에서 경배할 때, 자기 아들들의 칼에 죽임을 당했다. 제국의 왕이 자기 신전에서, 자기 아들들의 손에 죽은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궁정 암살이 아니다. 신을 의지한다고 말하던 왕이 바로 신전에서 죽었다는 점에서, 성경은 우상의 무능과 권력의 허망함을 함께 고발한다. 사람은 제국을 세울 있다. 궁전을 지을 있다. 전쟁 기념비를 만들 있다. 그러나 하나님 앞에서 교만한 권력은 결국 자기 집안의 칼날도 막지 못한다.

사건 역시 고대 근동의 기록들과 맞물린다.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자료들은 산헤립이 왕자들의 반란 속에서 살해되었고, 뒤를 엣살핫돈이 이어 왕이 되었음을 보여 준다. 성경은 이미 흐름을 간결하고도 정확하게 기록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고학이 성경을 재판하는 판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고고학은 성경이 이미 말한 사건의 역사적 무대와 배경을 확인해 주는 증인이다.

 

5. 불탄 니느웨, 나훔의 예언을 떠올리게 하다

그리고 마침내 니느웨 자체가 불탔다. 선지자 나훔은 피로 세워진 아시리아의 수도 니느웨가 하나님의 심판 아래 무너질 것을 예언했다.

거기서 불이 너를 삼키며 칼이 너를 베기를 느치가 먹는 같이 하리라 네가 느치 같이 스스로 많게 할지어다 네가 메뚜기 같이 스스로 많게 할지어다”( 나훔 3:15).

또한 나훔은 니느웨의 지도자들이 흩어질 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방백은 메뚜기 같고 너의 장수들은 메뚜기 떼가 추운 날에는 울타리에 앉았다가 해가 뜨면 날아감과 같으니 있는 곳을 없도다”(나훔 3:17).

말씀은 단지 시적 과장이 아니었다. 기원전 612년, 신바빌로니아와 메디아 연합군이 니느웨를 함락했을 때, 도시는 화염 속에 무너졌다. 대영박물관에 남아 있는 불탄 흔적의 유물들은 바로 멸망의 물리적 증거처럼 있다. 제국은 자기 영광을 돌에 새겼지만, 하나님은 위에 심판의 그을음을 남기셨다.

 

6. 제국의 기록은 포장했지만, 성경은 드러냈다

오늘 우리는 정보가 넘치는 시대를 산다. 화려한 영상과 자극적인 뉴스, 세련된 주장들이 매일같이 우리 눈앞을 지나간다. 그러나 화려하다고 모두 진실은 아니다. 고대 아시리아의 왕실 기록도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사실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과장했고 포장했고 침묵했다. 그들은 승리만 말했고, 패배는 숨겼다.

그러나 성경은 다르다. 성경은 인간 왕들의 교만과 두려움, 믿음의 위기와 하나님의 구원을 함께 기록한다. 성경은 제국의 홍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 기록이다.

그러므로 대영박물관의 아시리아 유물 앞에서 우리는 단지 고대 문명을 감상하는 관람객으로만 서서는 된다. 그곳에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산헤립은 예루살렘 함락을 기록하지 못했는가? 그렇게 강하던 왕이 자기 신전에서 아들들의 칼에 죽었는가? 니느웨의 궁전과 서판들은 불탄 흔적을 안고 오늘까지 남아 있는가?

질문들의 중심에 성경이 있다. 그리고 성경은 말한다. 하나님을 조롱한 제국은 반드시 무너진다. 하나님의 말씀은 제국의 비문보다 오래 남는다.

 

결론: 고고학은 성경의 법관이 아니라 증인이다

고고학은 성경을 만들어 내지 않았다. 그러나 고고학은 성경의 기록이 허공에 있는 신화가 아님을 보여 준다. 라기스의 부조, 산헤립의 프리즘, 에살핫돈의 기록, 니느웨의 불탄 유물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성경은 실제 역사 속에서 말씀하신 하나님의 기록이다.

제국은 자신의 영광을 새겼지만, 하나님은 역사의 침묵과 화마 속에서도 진실을 남기셨다. 산헤립은 예루살렘 함락을 말하지 못했고, 니느웨는 불타 무너졌으며, 성경은 모든 사건의 의미를 하나님의 주권 안에서 해석했다.

진실은 오늘도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사람의 기록을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할 것인가?

 

●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글쓴이 전공수 목사 

 

d226bf290f3d7b5e12cbb5637abf3a2e.jpg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480 영국 생활법률 2회: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10가지 newfile hherald 2026.06.22
3479 특별기고- 동서독 사례로 본 한반도 평화공존 ― 평화공존과 함께 통일 가능성을 보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newfile hherald 2026.06.22
3478 시조생활- 삶이란 2 / 마지막 인사 / 요양원 엄마 newfile hherald 2026.06.22
» 돌들의 함성 - 대영박물관 #19 니느웨의 불탄 석판 - 제국은 침묵했고, 성경은 말했다 newfile hherald 2026.06.22
3476 신앙칼럼- 대하무성 큰물은 소리를 내지 않고 흐른다 new hherald 2026.06.22
3475 헬스벨 - 내 사랑, 아스파라거스! new hherald 2026.06.22
3474 헬스벨- 우유, 알고 마시자! update hherald 2026.06.08
3473 돌들의 함성 - 대영박물관 # 18 - 은 천 달란트의 신기루와 앗수르의 칼날: 므나헴의 선택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file hherald 2026.06.08
3472 시조생활- 황혼의 가슴 / 자갈치 시장 / 나의 베란다 file hherald 2026.06.08
3471 영국 생활 법률 –1회: 법률문제 발생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hherald 2026.06.08
3470 부동산 상식- 영국 부동산 매매 절차 hherald 2026.06.08
3469 헬스벨 - 수분 공급의 正道 hherald 2026.06.01
3468 돌들의 함성 - 대영박물관 #17제국은 부조에 공포를 새겼고, 하나님은 역사에 주권을 새기셨다 file hherald 2026.06.01
3467 시조생활 - 충신강 외 2편 file hherald 2026.06.01
3466 영국 생활 법률 – 해외 비즈니스를 위한 실전 법률 가이드 I - 왜 영국법을 알아야 하나? hherald 2026.06.01
3465 신앙칼럼- 연비어약 hherald 2026.06.01
3464 부동산 상식- 매물을 성공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준비 방법 hherald 2026.05.18
3463 신앙칼럼-경당문노 hherald 2026.05.18
3462 돌들의 함성 - 대영박물관 # 16 퇴색한 제국의 부조와 영원히 빛나는 하늘 보좌 file hherald 2026.05.18
3461 헬스벨 - 바분 할머니의 교훈 hherald 2026.05.1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