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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해질녁, 내가 나를 본다

hherald 2025.08.04 17:12 조회 수 : 16

 
해질녁, 지는 해를 바라보자니 ‘현제명’ 님의 작곡 작사로 알려진 <고향생각>의 노래가 입가에 맴돕니다. 1923년 미국 유학 시절 고국을 그리워하며 만들어진 곡이라 합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의 슬픔과 조국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노래로써 표현하였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 두고 나 홀로 앉아서
이 일 저 일만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나라를 잃은 민족의 아픔과 설움을 노래로 승화시켰습니다. 해가 지면 가족들은 귀가합니다. 화목한 가정이 파괴되고 돌아갈 집이 없게 된 것은 일제 강점기로 인하여 사랑하는 누이는 위안부로 끌려가고 남자들은 광부나 군인으로 강제로 끌려갔기 때문입니다. 해가 기운다는 것은 안정된 곳으로 귀가해야 하는 안식의 신호입니다. 그러나 해가 져서 집으로 온다고 할지라도 기다려 주는 사람이 없음을 애절하게 표현하는 민족적 아픔의 노래입니다. 
 
해가 진다는 것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미도 되지만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신호입니다. 실상 해는 지지 않습니다. 태양은 그대로 있지만, 지구가 태양을 자전하면서 태양 반대 방향에서는 해가 가려지는 현상인 밤을 맞게 됩니다. 밤은 오늘과 내일의 경계입니다. 오늘을 마무리해야 하고, 한날의 모든 피로와 생각들이 정리되는 시간입니다. 깊은 잠을 통해 새날을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 
 
예전과 같이 밤 문화는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해가 져야 태양 빛보다 더 화려한 밤 문화가 시작되는 곳이 있습니다. 도심의 밤 문화 형태입니다. 사람들은 인간 문명 세계가 만들어낸 조명 빛 아래서 춤을 추며 인생을 논하기도 하면서 고독과 외로움의 늪에 빠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인 ‘일몰 증후군’이란 말이 있습니다. ‘해질녁 증후군’으로도 불립니다.
 
해가 지면 특히 치매 환자들은 고통의 시간이 됩니다. 저녁이 되어 날이 어두워지면 증상이 악화 됩니다. 초조해지고, 불안하며 우울한 마음이 심해집니다. 밤이 두려워지는 것입니다. 잠을 이루지 못함도 두려운 일이지만 무의미한 인생이 이렇게 끝이 나는가 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신경림’ 시인의 해질녁이라는 시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꽃 뒤에 숨어 보이지 않던 꽃이 보인다.
길에 가려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인다.
 
나무와 산과 마음이 서서히 지워지면서
새로 드러나는 모양들
눈이부시다
어두워오는 해질녁
 
​노래가 들린다. 큰 노래에 묻혀 들리지 않던,
사람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사람이 보인다.” 
(신경림 시집/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p11/창비2025)
 
석양을 바라보면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볼 때는 꿈틀거리는 생명의 약동을 느낄 수 있지만, 석양을 본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같은 태양이지만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다른 깨달음이 있게 됩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최근에 MBC every 1에서 방영하는 <히든아이>라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히든아이는 CCTV에 포착된 사건을 다루는 “범죄 분석 코멘터리”입니다. 정말 눈살이 찌푸려지고 저런 인간이 있을까 생각이 들게 하는 영상들을 소개합니다. 
 
그런 사건을 볼 때 사람 냄새를 지켜보는 자체만으로 고통이 됩니다. 향기든 냄새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합니다. 좋은 향기를 통해서는 삶의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미래를 꿈꿀수 있게 하지만 나쁜 냄새는 마음의 문을 닫게 하고 세상을 경계하여 몸을 굳어 버리게 하는 겨울왕국의 한복판에 서게 합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향기가 기억을 끌어낸다고 주장했습니다. 뇌에 새겨진 향기의 기억을 끄집어내어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환자에게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했습니다. 향기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특정 냄새나 감각 자극이 과거의 기억과 감정을 강하게 되살려낼 수 있다는 검증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 합니다.
 
좋은 향기는 기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미 밝혀진 진실입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과연 내 인생에서 향기가 나는 것일까? 아니면 냄새로 진동하는 걸까를 깊이 있게 묵상하게 됩니다. ​향기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냄새 또한 그러합니다. 설령 냄새가 나는 인생으로 평가받았을지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냄새보다는 향기로운 인생이 되기 위해 몸부림해야 함을 해질녁 석양을 바라보며 마음 다짐을 하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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