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가물어 메마른 땅 광야에 비가 내리니 푸른 초장이 되었고 이름 없는 들꽃이 만개하였습니다. 광야와 사막을 구분하는 방법을 잘 못 이해했습니다. 사막은 모래가 있는 곳이고, 광야는 흙과 모래와 돌이 섞여 있는 것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배웁니다. 사막일지라도 모래만 있지 않으며 바위와 자갈 암석의 지역도 있을 뿐 아니라 얼음으로 뒤덮인 동토의 땅도 있습니다. 광야와 사막을 구분하는 기준은 지형의 형태가 아니라 비가 오는 기준입니다. 강수량이 일 년에 250mm 이상 내리면 광야이고 그 이하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사막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인간이나 식물이 살아갈 최소한의 기준의 비가 내리면 광야가 되는 것이고, 그 이하면 인간뿐 아니라 식물도 살아갈 수 없는 사막이 됩니다.

 

인생을 돌이켜 보면 때론 사막일 때가 있고, 광야일 때도 있습니다. 언제부터 사막이고, 광야인지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사막과 같을 때는 은혜의 단비가 없었을 때이고, 광야 같을 때는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할 때입니다. 사막의 특징은 비가 내리지 않는 것이며 광야는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요르단에는 사막도 있고 광야도 있습니다. 신기한 것은 사막에도 벌레들이 살고 있고 이름 모를 풀과 나무들이 살아내고 있음이 창조주의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이 없음에도 어떻게 살아 낼 수 있을까 궁금해서 현지인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들이 살아 낼 수 있는 비밀은 낮과 밤의 극심한 온도 차이 때문이라 했습니다.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사막을 여행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깨달아졌습니다. 낮에는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덥습니다. 그늘이 없다면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무더워 탈진하여 죽게 됩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추워서 죽을 지경입니다. 밤과 낮의 온도차이로 인하여 사막에는 밤이면 신비로운 이슬이 맺힙니다. 작은 벌레나 풀과 나무들은 그 이슬을 최대한 활용하여 생명을 이어갑니다. 사막에서 살아내는 자체가 신비로운 은총의 기적입니다.

 

지난 인생길을 더듬어 보면 정말 사막과 같은 곳을 지났습니다. 어떤 글에 발자국으로 인생의 고단함을 설명했습니다. 내가 걷는 발자국과 그 옆에 또 하나의 발자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물었습니다. ‘분명 혼자 걸었는데 옆의 발자국은 누구의 것입니까?’ 주님께서 대답해 주셨습니다. ‘항상 너와 함께 걷고 있단다.’ 그런데 사막이 나타났습니다. 사막을 다 지나고 뒤를 돌아보니 발자국이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따져 물었습니다. ‘그렇게 어려울 때는 어디 계셨습니까?’ 주님은 조용하게 대답하셨습니다. ‘그 발자국은 내 것이란다, 내가 너를 안아서 고난의 사막을 건넌 것이란다.’

 

사막엔 생명을 이어갈 물이 없다면 광야는 길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광야를 여행하다 보면 지형물인 바위나 나무들이 있어서 사막과는 달리 이정표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길이 없다는 것은 바위와 바위 틈새에는 지나는 상인들이나 여행자를 위협하는 도둑들이 많았다 합니다. 그래서 길이 있을지라도 그 길로는 갈 수 없다 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들지라도 오히려 사막으로 돌아 돌아 목적지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난도 교수의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아니지만 결국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은 천 번의 사막과 천 번의 광야를 통과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천 번의 의미는 숫자가 아니라 인생이 성장하는 깊이만큼 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천 번의 깊이를 채우지 못해 평생을 사막과 광야를 반복하는 인생이 있습니다. 사막과 광야를 만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사막과 광야를 거치는 기간이나 깊이와 강도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광야는 물론이거니와 사막일지라도 그곳에는 생명체가 살고 있을 뿐 아니라 간혹 베드윈(Bedouin)이라 불리는 유목민이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은 눈물겹도록 초라하고 단순합니다. 만나보면 어르신인데 실제 나이를 물어보면 사십 대에 불과합니다. 불볕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피부는 변질하여 가죽이 되었고, 최소한의 물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체형은 깡말라 있습니다. 사람을 구경할 수 없으니 여행객을 만날지라도 친절하게 자신의 움막 안으로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려는 따스한 마음이 있습니다.

 

풍요로운 도심의 삶을 살던 현대인들의 눈에는 하잘것없어 보이는 삶일지라도 그들의 삶은 걸음걸이 자체만으로 삶의 기쁨이고 숨을 쉬고 살아가는 것을 하늘에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이미 천 번의 사막과 광야를 통과한 인생의 달인 그 자체의 삶을 살아내고 있음에 감동하게 됩니다. 인생은 누구나 사막과 광야를 통과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만약 사막과 광야를 통과하면서까지라도 깨달음이 없다면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광야에 길을 찾고 사막에 강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지혜나 힘이 아니라 전능자에게서 오는 특별한 은총의 손길입니다. 풍요시대에서는 물 한 모금에 감사할 수 없지만, 광야와 사막에서는 물 한 방울까지라도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가물어 메마른 땅에 몇 방울의 이슬만으로도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꽃을 피우고 지나는 나그네에게 희망을 선물해 줍니다. 우리네 인생이 비록 광야 같고 사막 같을지라도 절망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막이기에 물의 감사함을 깨닫고 광야이기에 보편적이고 반복되는 길일지라도 감사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17 요가칼럼- 하루5분 플랭크로 뱃살 걱정 끝 ! hherald 2024.05.20
3016 런던통신- ‘소확행’으로 살아가는 영국인들의 기이한 취미활동 hherald 2024.05.20
3015 부동산 상식-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세요 hherald 2024.05.20
3014 신앙칼럼- 고장 난 유전자를 치유하는 기술 hherald 2024.05.20
3013 김준환 변호사 칼럼 - 유류분 위헌 판결 hherald 2024.05.20
3012 헬스벨- 햇볕 그리고 피부 hherald 2024.05.20
3011 헬스벨- 혈당,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hherald 2024.05.13
3010 런던통신-영국을 발칵 뒤집은 한 유대인과 경찰의 언쟁 hherald 2024.05.13
» 신앙칼럼 -가물어 메마른 땅 사막과 광야일지라도 hherald 2024.05.13
3008 부동산 상식- 임대인들이 에이전시를 택하는 이유 hherald 2024.05.13
3007 요가칼럼- 신체 다이어트 챌린지 file hherald 2024.05.13
3006 김준환 변호사 칼럼- 플란다스의 개 hherald 2024.05.13
3005 김준환 변호사 칼럼 - 패자를 기억하는 전쟁 워털루 전투 hherald 2024.04.22
3004 헬스벨-내가 갱년기? hherald 2024.04.22
3003 부동산 상식- 영국 주택 가격 하락… 6개월만 hherald 2024.04.22
3002 신앙칼럼- 삶과 죽음 hherald 2024.04.22
3001 요가칼럼-전신육수 폭발! 올인원 다이어트 챌린지 file hherald 2024.04.22
3000 런던통신-같은 듯 다른 듯… ‘정치 이단아’ 코빈 vs 이준석 hherald 2024.04.22
2999 런던통신- 영국 하원의원들의 이유 있는 불출마 선언 hherald 2024.04.15
2998 김준환 변호사 칼럼 - 퍼블릭 스쿨 더 나인 hherald 2024.04.1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