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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기분 좋게 바보가 되는 날

hherald 2013.03.18 20:37 조회 수 : 4705



4월 1일은 만우절. 가벼운 거짓말로 서로 속이면서 즐거워하는 날로 사전은 풀이한다. 만우절(萬愚節)의 한자 해석은 "만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는 날"이다. 즉 모든 사람이 어리석은 바보가 되는 날이다. 그래서 만우절이 유래된 서양에서는 '에이프릴 풀스 데이(April Fool’s Day)'라고도 하지만 '올 풀스 데이(All Fool’s Day)'라고도 한다.

만우절의 유래는 정확한 것이 없다. 다만 기록은 15세기 제프리 초서가 쓴 <캔터베리이야기>가 처음이다. 제프리 초서는 그 책의 ‘수녀와 수도사의 이야기' 편에 혼란스런 날짜 계산을 넣어 뒀다. 초서는 잉글랜드의 왕과 보헤미아 공주의 약혼식이 3월이 지난 32일, 다시 말해서 5월 2일에 한다고 했는데 누구나 3월 32일을 4월 1일로 착각하는 대목이 있다. 

만우절의 기원을 찾자면 하도 설이 많아 기원전 페르시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대체로 춘분과 연관이 있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 시기를 새해로 여겼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유래됐을 것이라는 설이 지금 가장 우세하다. 16세기 프랑스 자료에 4월 첫째 날과 만우절 농담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레고리력(양력)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3월 25일을 새해로 하고 4월 1일까지 축제를 열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4월 1일을 새해로 기념하기도 했다. 1564년 프랑스의 샤를 9세가 그레고리력을 수용하여 1월 1일을 새해로 하는 달력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거짓 새해’가 돼버린 4월 1일을 여전히 경축하고 기념했다. 분개한 샤를 9세는 ‘거짓말 새해’를 경축하는 사람들을 체포하고 닥치는 대로 처형했다. 처형당한 사람 중에는 13살이 된 어린 소녀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국왕에 대한 항의와 이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그 후에도 매년 4월 1일이 되면 눈을 피해 ‘거짓말 새해’를 기념했는데 이것이 만우절의 시작이다. 

물론 다른 설도 많다. 만우절은 가벼운 농담으로 친한 사람을 헛걸음시키기도 하는데 그와 연관된 것으로 노아가 홍수 때 물이 빠져나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둘기를 보낸 날이 4월 1일이었다고 한다. 바보처럼 물이 빠지기도 전에 비둘기를 너무 빨리 보내 헛된 심부름을 보냈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4월 초에 안나스로부터 가야파에게, 가야파로부터 빌라도에게, 빌라도로부터 헤롯 왕에게, 헤롯 왕으로부터 다시 빌라도에게로 끌려다녔는데 그와 같은 그리스도 수난의 고사를 기념하여 남을 헛걸음시킨 데서 유래하였다는 설도 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있는 만우절, 동의보감에도 <일 년에 한 번 거짓말은 봄나물보다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는데 가벼운 거짓말에 기분 좋게 바보가 된다면 그것도 사는 재미가 아닐까. 일 년에 한 번 거짓말이 허용되는 것은 우리나라 궁궐에도 있던 풍습이다. 눈이 많이 오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고 믿었던 조선 시대, 첫눈이 오는 날은 궁녀가 임금을 속여도 벌을 받지 않았다. 일 년에 한 번, 가벼운 거짓말은 허용됐다.  

영국에 사는 한인 여러분은 이번 만우절에 듣고 싶은 거짓말이 있는지. <4월 1일부터 경제가 확 살아납니다>, <축하합니다. 물고 뜯던 사람들이 화합과 일치를 약속했답니다> 거짓말일지라도, 과연 그런 거짓말을 들을 수 있는 만우절이 올 수 있을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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