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영국인 발견> 6 퍼브 Pub 규칙

hherald 2010.07.17 21:22 조회 수 : 1837

케이트 폭스<영국인 발견>- 6회

 

퍼브 Pub 규칙

 

음주 규칙

 

음주 규칙을 공부하면 그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모든 문화는 술에 관한 규칙을 가지고 있다. ‘무작정 마시기’란 없는 법이다. 모든 문화에서 술이 쓰이는데, 음주는 규칙에 이해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그 규정과 표준은 누가, 얼마나,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태도와 취지로 술을 마실 수 있는지를 정해놓은 것이다. 이는 물론 예상했던 바이다. 나는 지적 존재, 호모 사피언스인 우리 인간의 특징 중의 하나인 통제에 대한 열정을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먹고 짝짓기 하는 일까지 정교한 규칙과 의례로 감싸야 하는 우리의 성향을 말이다. 그래서 다른 문화들에서도 성과 음식뿐만 아니라 음주에 관해 명확한 규칙과 표준을 만들었다. 그것들은 그 문화의 특징적인 가치, 신념, 태도를 잘 반영사고 있다. 문화인류학자 드와이트 히스(Dwight Heath)는 이를 더 유창하게 이렇게 표현했다. “음주와 그 효과가 문화의 단면에 흔적으로 남아 있듯이 문화의 각종 단면이 음주 행위에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영국인다음을 이해하고 싶다면 영국인의 음주와 관련한 특성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돌아가면서 사기 규칙

 

돌아가면서 사기는 세계적 관례의 영국 버전이다. 이는 서로 나누거나 답례하면서 마시는 방식이다. 음주는 모든 문화에서 아주 기본적인 사교 행위이고, 그 방식과 예절은 더 빨리 친해지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국인의 상호 답례하는 방식이 특별히 독특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돌아가면서 사기에 많은 외국인들은 어리둥절해하고 심지어 섬뜩하게 느끼는데, 무엇이 영국만의 특성인가? 그것은 퍼브 애호가들이 이 관례에 부여하는 종교에 가까운 헌신이다. 돌아가면서 사기를 지친다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것은 성스러은 의무사항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 자신의 차례에 사는 것을 빼먹는 것은 음주의 예절을 깨는 정도가 아니고 파문을 당할 만한 엄청난 이단행위이다.

내가 퍼브 예절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조사하던 중에 얘기해본 외국인 방문객들은 이는 좀 극단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영국인 퍼브 애호가들에게 이것이 필사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책에서 나는 유혈 참사를 막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했다. 이 설명마저도 비문화인류학자들을 이해시키기는커녕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 같아서 변명을 조금 더 했다. 상호 선물교환은 언제는 부족들 (가족들, 일족들, 종족들, 나라들)과 개인들 사이의 분쟁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영국 주당들, 아니 남성 주당들 사이에 이 평화유지 제도는 필요불가결하다. 사교 장애를 갖고 태어난 그들은 때로 공격적으로 바뀌는데 그걸 막기 위해 이 제도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남자들의 퍼브 대화는, 대개 아주 열띤 말싸움 수준이다. 그래서 이 말싸움이 너무 심각해져서 몸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보증하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자신의 적에게 마실 것을 사주는 것은 상징적인 악수이다. 당신은 아직도 내 친구임을 밝히는 것이다.

아주 영리한 퍼브 여주인이 말하기를 “만일 남자들이 서로 마실 것을 사지 않는다면 갈 때까지 간 겁니다. 욕도 하고 고함도 지르지만 서로 마실 것을 사주는 한 우리 집에서 싸울 일은 없지요.” 나는 직접 욕설이 오가던 뜨거운 말싸움이 말 한마디로 평화롭게 수습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어쨌든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자네 차례구만.” “내 생각에는 이번에는 망할 놈의 내 차례구만, 맞지?” “오, 입 닥치고 가서 맥주나 사와!”

돌아가면서 사기는 심각한 폭력과 부상을 막아주지만, 다른 이유로도 영국 남성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 이것은 감정 표현의 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영국 남자는 서로 친밀감을 표시하는 것을 죽기보다 무서워한다. 그러나 그들도 인간이고, 그래서 다른 인간과(특히 다른 남자들과) 유대관계와 우정을 맺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당신이 마음에 듭니다”라는 나약한 말을 직접 하지 않고 그 뜻을 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남자의 품위를 잃지 않고 이를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돌아가면서 사기’이다.

 

옮긴이- 권석하
보라여행사 대표/학고재 편집위원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옮긴이의 말  : 우리에게 영국은 친숙한 듯해도 알고 보면 잘 모르는 나라다. 조금 안다 해도 영국신사, 안개, 비틀스, 셰익스피어, 다이애나 비 정도가 고작이다. 영어에 그렇게 목을 매면서도 그 언어의 고향인 영국을 우린 너무 모른다.
이 책은 그 수많은 영국의 맨얼굴을, 속마음을 보여준다. 영국인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실마리를 잘도 찾아내 그 뒤에 숨은 의미를 하나하나 가르쳐준다.
이 책은 영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영국인들이 자기들끼리 돌려보면서 낄낄거리려고 쓴 책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책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정확하고 진솔하게 영국을 다룬 책은 없었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은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학자가 장시간의 객관적인 현장 연구조사를 통해 조심스럽게 펴낸 탄탄한 교양서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