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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한 걸음의 철학

hherald 2025.06.02 17:12 조회 수 : 316

 

 

천릿길일지라도 한 걸음씩만 나아가면 됩니다. 천릿길을 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마법과 같은 순간이동은 존재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기대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때론 순간이동에 대한 축지법 같은 기적이 오지 않을까 하는 허황한 망상을 종종 하게 됩니다. 눈이 높은 것은 곧 마음이 교만하여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높은 데 마음을 두는 것을 경계해야 주어진 상황에 감사할 수 있는 낮은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아주 오래전 내 인생에 있어서 자칭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을 때 몇 차례 장기 금식 기도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은 3주간 동안 금식 기간을 정해서 하는데 이를 기독교 용어로는 다니엘 금식 기도라 칭합니다. 3주 동안은 물만 마시고 어떠한 음식일지라도 먹지 않는 기도 방식입니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시간은 일각 여삼추와 같이 더디게만 지나갑니다.

 

금식 기도를 시작하면 어떻게 3주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아직 기도를 시작도 하지 않은 첫날임에도 21일간을 굶을 생각을 하니 온몸에는 이미 힘이 빠져있고 삶의 기쁨은 잠식되어 세상에서 가장 힘없는 존재가 됩니다. 그런데도 삼 주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하루만 하면 된다는 철학으로 무장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금식을 3주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만 하면 된다는 사고를 하면 3주간은 거뜬히 보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말에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릿길이란 현대의 측량으로는 400km나 됩니다. 서울 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의 공식 거리는 395km입니다. 과거보다는 길이 좋아져서 거리가 줄어들었지만 대중 버스로 이동할 경우 약 5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입니다. 천릿길은 대략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입니다. 그 길을 걸어서 간다면 얼마나 걸릴까요? 우리네 조상들에게 천릿길은 어느 정도의 거리를 측량하는 숫자가 아니라 인간이 갈 수 있는 최상의 거리를 일컫습니다.

 

천릿길을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이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거리입니다. 현대처럼 길이 잘 닦여진 것이 아니기에 천릿길은 인간이 갈 수 없는 꿈의 거리입니다. 영원한 꿈을 꾸는 거리에 있는 천릿길은 한 걸음만 걸으면 결국엔 자기 인생을 다하는 날 도달할 수 있는 인생의 거리입니다. 시작은 아주 간단합니다. 아장아장 걸을 수 있는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최대 거리인 천릿길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짧은 시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아무런 목적 없이 천릿길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한 걸음 한걸음 소중하게 인생을 담아서 걸어야 할 최종목적지가 천릿길입니다. 처음부터 천릿길을 걸으려 작정했다면 이루지 못하고 실패하게 됩니다. 옛 선조들에게 있어서 천 길을 천문학적인 거리입니다. 살아생전 도달할 수 없는 거리이며 죽어야 만이 갈 수 있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한 걸음만 걸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인생을 그런 마음 자세로 살아간다면 못할 것이 없으며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됩니다. 저는 하루에 30km를 걸으려 힘쓰고 있습니다. 매일 그렇게 걸을 수 없지만, 목적을 정해 놓으면 결국 걷게 됩니다. 아침 일찍 절반을 걷고 저녁에 절반을 걸어서 30킬로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몸부림합니다.

 

스마트 워치로 측정하는 것이라 정확한 측량과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계에 30킬로를 맞추어 놓고 그렇게 완성되었을 때 박수갈채를 듣게 되면 내 안에 잠재된 게으름으로 무질서해진 무기력의 찌꺼기가 사라지듯 기쁨이 샘솟듯 솟아나게 됩니다. 걷는 행위가 억압된 상태거나 억지로 걷는다면 몇 번은 걸을지라도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걷는 행위가 처음에는 힘이 들지라도 그것이 반복되다 보면 걸음으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가 생성됩니다. 걸으면 행복해지는 것이고, 한 걸음씩 내딛는 걸음에 인생의 깊이를 음미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문명의 속도에서 내려서야 인생의 깊이를 볼 수 있다 했습니다. 문명의 속도감에서 현대인들은 문명의 멀미를 하게 됩니다. 멀미를 해 본 사람이라면 받는 고통의 깊이를 설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천상의 그 무엇도 필요 없게 느껴집니다. 사람이 단순해집니다. 멀미를 멈추고 차창 밖 풍경을 보면 즐기는 사람이 최고로 행복해 보입니다. 문명의 멀미는 자신을 잊어버리게 합니다. 너무 빨라서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지만, 그냥 참고 넘어가게 됩니다.

 

한 걸음씩 천천히 걷다 보면 걸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빨라집니다. 걸음걸음에 마음을 담고 영혼을 꾹꾹 담아 걸어야 합니다. 건성으로 걸으며 인생의 깊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목적한 것을 이루기 위해 허겁지겁 걷게 되면 걷기는 걸었으나 얻어지는 것이나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얻어지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게 됩니다. 인생의 깊이를 느끼고 깨닫기 위해선 속도를 줄여서 멈춰야 합니다.

 

내 인생이 걷는 걸음의 최종목적지는 천국입니다. 그래서 걸어서 천국까지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건강이 좋아졌고, 삶의 의미도 깊어졌습니다. 걷지 않으면 걷지 않은 만큼 인생에 찌꺼기가 끼는 듯합니다. 힘들지만 일어나 걷다 보면 걸음을 통해 얻어지는 기쁨이 충만해집니다. 온몸을 지배하는 독소들도 슬금슬금 자취를 감추고 건강한 몸으로 거듭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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