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열두 동물 중 '용龍'의 해인데 푸른 용, 청룡의 해라고 한다. 한 해를 상징하는 동물과 색의 조합이 새해만 되면 유행인데 이는 중국에서 최근(2006년 황금돼지해)에 시작한 상술이지만 지나치지만 않으면 재미도 있어 사람들이 곧잘 따른다. 어쨌든 오늘은 용이 아니라 파란색의 얘기다.
파랑, 파란색이라고 쓴다. 미국, 영국 국기의 바탕색이며 나토와 유럽연합을 상징하는 깃발의 바탕색이기도 하다. 태극기에도 있다.
서유럽인들에게 '좋아하는 색'을 물어보니 50% 넘게 파란색을 선택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특히 좋아하는 색이지만 사실 세계 공통으로 나라, 문화, 인종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색 1위는 파란색일 것이다.
유럽인들이 지금은 선호한다지만 그리스와 로마 시대 파란색은 야만의 색이었다. 어둡고 미개하며 품위 없는 죽음의 색이었다. 로마인은 켈트족과 게르만족의 파란색 눈을 혐오했고 카이사르는 '적에게 겁을 주기 위해 몸에 파란색을 칠하는 관습을 가진 이들'이라는 글을 남겼다. 지금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성 입구에서 얼굴과 팔에 푸른색을 칠하고 관광객들을 즐겁게 맞이하는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 분장을 한 켈트족 전사가 바로 문명을 갖지 못한 야만의 얼굴이었다. (로마인은 모든 악마를 파란색으로 그렸다)
파란색이 대접받기 시작한 것은 중세에 들어와서인데 성모 마리아의 영향이 크다. 파랑이 여성의 색으로 마리아의 의상에 등장한다. (빨강은 남성의 색으로 예수의 의상에 많이 나온다) 종교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성모 마리아를 그린 성화에서 신성함과 고귀함을 의미하는 색으로 파란색이 사용된다. 왕이 앞장서 마리아의 의상을 따라 파란색을 입으니 왕족과 귀족이 따르고 나중에는 모든 계층이 파란색 옷으로 바뀐다. 사회 질서가 파란색으로 재편되었다고 할까.
'블루 Blue'는 물론 우울하다는 뜻도 있다. 음악의 블루스 Blues도 여기서 나왔다. 괴테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파란색 재킷을 입었다. 파란색 재킷은 번민하는 젊음의 표상이 되었고 베르테르의 죽음을 모방해 자살한 젊은이들은 파란색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20세기에는 청바지가 등장해 반항, 젊음, 도전 정신의 파란색이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즐겨 입는 옷 색깔이 됐다.
'청색'은 창조, 생명, 신생을 상징하는 색이며 방위로는 동쪽, 계절로는 봄을 뜻한다. 감정적으로는 '기쁨'이고, 어진 마음 '인(仁)'을 의미한다.
새해는 푸른 '청靑'의 기운이 우리 가정에, 우리 일터에, 우리 이웃에, 우리 재영 한인사회에 일 년 내내 가득했으면 좋겠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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