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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복음의 신을 신고

hherald 2016.11.28 20:09 조회 수 : 320

 

모세의 나이 80이 되었을 때 생각지 못한 광경을 목도하게 됩니다. 습관을 따라 호렙산 자락에서 양을 치는데 떨기나무 가운데에서 불꽃이 나오지만 신기하게도 떨기나무 넝쿨은 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광야에서 자라는 떨기나무는 넝쿨(bush) 일종으로 가시가 달려 있으며 최장 8m까지 자라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하나의 밑동에서 많은 가지들이 나와 덤불을 이루기에 양을 치는 목동에게는 길잡이 역할을 했으며, 흑갈색 열매가 열려 먹을 것과 그늘을 제공해 주는 고마운 나무였습니다. 광야의 높은 열기로 인해 나무에 불이 붙는 간혹 접할 수 있는 일상이기도 합니다. 나무가 군락을 이루지 않기 때문에 홀로 불이 붙어서 잎이 사그라지면 순간에 꺼져 버리는 광경을 모세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떨기나무에 불이 붙었습니다. 모세가 그 떨기나무로 간 것은 먹을 것과 그늘을 찾아 쉬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불이 붙은 것입니다. 모세가 그 나무를 지나쳐 가다 돌이켜 옵니다. 이유는 불이 붙었으나 나무는 타지 않고 불꽃만 춤을 추듯 타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모세는 그 광경이 신비로워서 가던 길을 돌이켜 불이 붙은 떨기나무를 보기 위해 다가갔습니다. 그 때 모세를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모세의 80 평생에 처음으로 듣는 분명하고 확실한 음성이었습니다. 혹 마음에 감동을 받은 내적인 응답을 하나님의 음성이라 간주하기도 하지만 모세가 들은 음성은 외적이며 물리적으로 들려온 음성이었습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떨기나무 가운데로부터 나오는 불꽃 안에서 그에게 나타나셔서 모세를 부르시면서 두 가지를 말씀 하셨습니다. 떨기나무 가까이 오지 말라는 것과 네가 선 땅은 거룩한 땅이니 발에 신을 벗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가 보려고 돌이켜 오는 것을 보신지라. 하나님이 떨기나무 가운데서 그를 불러 이르시되 모세야, 모세야 하시매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출3:4-5)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나타나신 곳은 양치기에게는 지극히 평범하게 여겼던 호렙산 자락이었습니다. 모세는 거의 40년 동안 그곳을 마르고 닳도록 다닌 곳이기도 합니다. 특별할 곳이 없는 보편적이며 익숙한 땅, 모세의 땀이 스며있고, 양들의 체취가 묻어 있는 곳을 하나님께서 친히 거룩한 땅이라 말씀하실 때 모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세가 놀란 것은 거룩한 땅이라 칭하기에는 너무도 추하고 냄새나는 땅이기 때문입니다. 이후로 모세는 그 땅을 “하나님의 산”(The Mountain of God)이라는 호칭을 붙이게 됩니다. (출3:1) 그 의미는 하나님을 향한 회개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40년 동안 하나님을 공식적으로 예배한 흔적은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아들인 게르솜과 엘리에셀(출18:3-4)을 얻었을 때에도 그는 할례를 베풀지 않았고 모세가 부름을 받고 애굽으로 가는 과정에서 할례를 행하게 됩니다. (출4:24-26) 하나님의 산 호렙산자락에서 양을 치면서 침묵하시는 하나님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있었고 어쩌면 하나님의 거대한 뜻을 포기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늘 상 다니던 길목에서 하나님의 현현하심 앞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한 모세를 향해 하나님은 분명하게 발에서 신을 벗을 것을 명령 하십니다. 그것은 왕이신 하나님에 대한 항복이며 굴복을 의미하는 것임을 모세는 이미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번제가 되는 온전한 예배드림이며, 의심했던 불신앙에 대한 회개를 포함하고 있음을 모세는 순간적으로 깨닫게 됩니다. 
 
신을 벗는 행위는 왕이신 하나님을 인정하는 전인격적인 순종이며 복종하겠다는 결단입니다. 그 장소는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눈물 흘리고 땀 흘려 일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사실이 놀라운 은혜입니다. 특별한 장소거나, 땅 자체가 신비의 기운이 있는 곳이 아니라 왕이신 하나님께서 임재 하셨기에 하나님의 산이며 거룩한 땅이 된 것입니다. 구약시대에는 신을 벗음으로 하나님을 왕으로 인정했다면 신약시대에는 신을 신음으로 그리스도를 왕으로 인정하게 됩니다. (눅15:22) 신을 벗는 것은 하나님을 왕으로 인정하는 전인격적인 고백이라면 신을 신기는 것은 하나님은 왕이시면서 동시에 그 왕이 내 아버지 되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왕과 신하의 군신관계 차원을 넘어서 아버지와 자녀가 되는 관계로써 신을 신는 것입니다. 자녀로서의 신을 신은 사람에게 신발은 복음을 의미합니다. (엡6:15) 그 신을 신고 왕이신 하나님이 아버지 되심을 전하는 행위가 하나님의 의를 나타내는 복음이 되는 것입니다. (롬1:17)

 

며칠 전에 명품 구두(Clarks)를 선물 받았습니다. 존경하는 목사님 사모님의 선물입니다. 우리 옛말에는 신발 선물을 하면 신고 도망을 가기 때문에 신발은 선물 금지 품목이었습니다. 신발을 신으면서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왕이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 되시며 그 아버지께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셔서 인류를 구원하신 그 사랑을 전하는 대위임령(마28:20)에 순종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내가 가졌던 철학과 신학사상, 묘수들을 왕이신 하나님께 내려놓는 남루한 신발을 벗습니다. 그리고 왕이신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 되심을 고백하며 평범한 신발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아름다운 발걸음의 의미를 담은 새 신발을 신습니다. 복음이 무너진 교회, 하나님의 왕권이 파괴된 세상을 향해 예수그리스도의 대위임령을 전하라 선물로 주신 신발 끈을 동여 메고 정진하려 합니다. 홍해를 가르고, 요단을 건너 불신앙으로 무장된 철옹성인 여리고성을 무너뜨려 하나님의 왕권을 선포하며 나아가겠습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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