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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만약 당신 앞의 그림에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1775~1851)라고 쓰여 있다면, 윌리엄 터너가 낭만주의 문학의 본좌인 영국이 미술에서도 낭만의 아름다운 꽃을 피어낸 시기의 화가라는 것을 파악할수 있다. 영국미술이 유럽미술을 주도해 나가는 최초의 시대였다. 터너는 컨스터블과 더불어 그 시대의 대표화가였으며, 두화가는 프랑스 젊은 화가들 즉인상파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바 있다.

 

늘 프랑스 미술의 영향권 아래 있던 영국미술로서는 감격적인 시대였다. 물론 낭만주의 미술이 영국에서만 꽃핀 것은 아니다. 또한 낭만주의란 상당히 폭넓은 영역을 포함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신고전주의와 사실주의가 포함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낭만주의는 마치 신비스러운 자연과의 치열한 싸움같은 정신을 보여주며 유럽미술 전체를 고무시켰다는 측면에서 평가받아 마땅하다. 영국미술사에 있어서 최초의 승리의 시대라고 말할수 있다. 

 

만약 당신 그림 앞에 Sir John Everett Millais(1829~1896)라고 쓰여 있다면 존 에버렛 밀레이가 영국이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던 제국주의 시대, 즉 빅토리아여왕 시대의 화가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여러모로 영국예술이 국력만큼이나 급성장했던 시기였음은 물론이다. 이 시기에 영국에서 등장했던 유파 '라파엘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는 테이트브리튼과 거래하기로 마음 먹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공부해야할 이름이다. 테이트브리튼 앞에 서있는 밀레이(동상으로) 역시 라파엘전파로 활동한 화가다.

 

라파엘전파는 영국미술이 만들어낸 고유의 유파로 유럽미술에서 인정받은 거의 최초의 사례가 된다. 낭만주의의 막강한 미술적 파괴력을 보여준 영국이지만 낭만주의는 유럽의 선진국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광범위한 영역을 지닌 사조였고, 라파엘전파야말로 이제 영국미술이 더이상 방관자나 모사자가 아닌 주도하는 입장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빌미라고 할수 있다.

 

그 시절 런던 중심지에 위치한 블룸스버리(대영박물관의 동네, 버지니아 울프의 동네)라는 예술의 동네에서 지식의 유행처럼 타오른 중세주의(Medievalism)의 미술편처럼 탄생한 것이 라파엘전파다. 그들의 미술관은 르네상스의 꽃인 라파엘로와 미켈란젤로, 티치아노 등을 거부하는 데서 시작된다. 즉 그림 안의 미를 위해 포기되는 수많은 현실을 되살려내기를 원하며 그것들이 가능했던 초기 르네상스 이전의 시대로의 복고를 자행한다.

 

복고와 사실이라는 물과 기름으로 합성된 그들의 어색한(그간의 미술사적 흐름으로 보았을 때) 이론은 러스킨이라는 천재 평론가의 지성적 엄호하에 당시 유럽미술의 첨단 사조가 된다. 만약 파리에서 인상파라는 새로운 유파가 등장하여 미술의 흐름을 바꿔놓지 않았다면 서양미술은 라파엘전파의 물결을 타고 보다 오랫동안 오소독스한 미술로 남았을 것이다. 

 

라파엘전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최소한 테이트브리튼 안에서는, 최소한 영국미술의 역사 안에서는 말이다. 지구상에서 라파엘전파의 걸작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 테이트브리튼이기 때문이다. 밀레이를 포함한 로제티(Dante Gabriel Rossetti), 홀만헌트(William Holman Hunt), 매독스브라운(Ford Madox Brown), 번존스(Edward Burn-Jones) 콜린슨(James Collinson) 등 거의 모든 라파엘전파의 그림을 감상할수 있다. 

 

영국 최초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 왕립미술원(Royal Academy) 초대 회장인 조슈아레이놀즈의 미술관에반기를 든 젊은 화가들의 뜻이었으므로 라파엘전파는 미술사의 대부분의 유파가 그런것처럼 반항의 아이콘인 셈이다. 레이놀즈의 그림들과 후배들인 라파엘전파의 그림들을 비교해서 감상하는 것도 테이트브리튼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다. 특히 그들이 추구한 사실적 세부묘사와 중세적 평면미의 혼합 그리고 솔직하므로 풍부한 색채감은 현대미술의 입장에서 바라볼때 대단히 아름다운 것이다.

 

강조한 것처럼 테이트브리튼에서 살아남는 첫번째 요령은 영국미술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영국미술의 흐름을 익히고 나면 테이트브리튼은  당신에게 매우 즐겁고 유용한 미술관이 된다. 영국미술의 걸작들이 가장 많은 곳이므로, 영국미술의 분위기와 예술적 질감에 흠뻑 젖은채 시간을 보낼수 있다. 

 

다음 단계로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테이트브리튼의 당신만의 명화 목록을 작성해 보라는 것이다. 몇차례 이상 테이트브리튼을 방문했다면 돋보이게 당신을 사로잡는 그림들이 생겼을 것이다. 그걸 참고로 세상이 인정하는 그곳의 명화목록과 당신의 그것을 합성해 테이트브리튼의 필수감상 그림 목록을 20점 정도 만들어보면 아주 유용하다. 

 

그 그림들은 당신과 테이트브리튼을 엮어주는 단단한 끈이 되어줄 것이다. 당신이 그곳을 방문했을때 그 그림들의 존재는 그곳을 더욱더 사랑스러운 공간으로 만들어줄 것이며, 그 그림들의 안위를 확인할때 당신은 마치 안녕한 친구들을 만난 것같은 기쁨의 표정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참고로 필자의 '테이트브리튼 명화목록'을 공개한다. 

 


1.오필리아(밀레이, 1851~1852) 
셰익스피어의 영원한 비극 햄릿의 더 비극적 연인 오필리아가 햄릿에 의해 어버지가 살해당하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라파엘전파의 특징이 잘 묘사된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서리(Surrey)의 혹스밀(Hogsmill)강을 배경으로 치밀한 묘사를 하였으며 라파엘전파의 전설적 모델 시달(Siddall)이 욕조에 누워 포즈를 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징적 의미를 함축한 여러 종류의 식물들 묘사, 꽃을 든 오필리아의 청순함과 관능미를 함께 지닌 비극적 자세의 어우러짐은 셰익스피어가 창조해낸 인간 비극의 처연한 모습을 완벽하게 형상화해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살면서 크고 작은 슬픔을 붙잡을수 밖에 없을 때, 이 그림 앞에 설수 있는 행운을 맛보길 권하고 싶다.(계속)

 

 

최동훈

coombehi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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