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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16세기 후반 서양과 동양에서 불과 몇 년의 시차를 두고 세계사를 바꾼 전쟁이 있었으니... 1588년 '칼레해전'으로 알려진 영국과 스페인이 맞붙은 전쟁과 1592년 조선과 일본이 겨룬 '임진왜란'이 그것이다.
 
'아르마다(Armada)'라 불리는 무적함대를 앞세운 에스파냐 필리페 2세는 해양패권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영국을 박살 낼 요량으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게 된다. 
당시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선친인 헨리 8세가 건설해 놓은 영국 해군과 함께 해적질로 부수입을 챙기는데 탁월한 해군 장교 프란시스 드라이크까지 동원하여 에스파냐의 무적함대와 맞서게 된다.
 
칼레 해전에서 스페인 함대가 패한 것이 사정거리가 긴 영국의 대포 때문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고 영국 함포의 사정 거리가 늘어난 것은 거의 백년 후의 일이다.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그때 불어닥친 신풍과 함께 그것을 이용한 영국의 화공이 들어맞아 몇 척의 배를 잃었을 뿐, 실제 타격은 귀향 중에 엎친 데 덮친 태풍 때문이었다.
 
영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하나 투더왕조의 마지막 엘리자베스 1세가 죽고 난 이듬해인 1604년, 스페인과 전투에서 대패를 하게 되고 대서양의 제해권을 어부지리(漁父之理)로 네덜란드에게 넘겨주게 된다.
 
역사는 몰라도 루이 13세가 최고급 코냑이라는 것을 익히 알듯이,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4년 프랑스 신문에 연재한 소설인 삼총사가 바로 루이 13세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리슐리외 추기경, 버킹험 공작, 꼬낙을 즐겼던 루이 13세와 왕비 안 드트리슈 등 역사적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는 실화와 허구를 교묘히 섞어 꼬냑을 만들듯 태어난 작품이다.

이 당시는 많은 사람이 영국과 아일랜드를 떠나 아메리카와 다른 지역에 정착할 때였으나 다른 이민자들이 영국에 들어와 살던 때이기도 했다. 중세 이후 영국에 와서 처음으로 정착한 유태인들은 1656년 런던 지역이었다. 1680년과 1720년 휴그노라 불리는 난민들이 프랑스로부터 건너왔다. 이들은 신교도들로 그들이 살고 있던 지역에서 종교적 박해를 받고 있었다.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았고 기술이 있었으며 과학자로서 혹은 면직업자, 그 밖에 다른 일에 종사했다. 

 
십자군 전쟁터에서 각 지방 토호들이 기사들과 함께 전사하고 이들 영주의 견제를 받고 있던 무늬만 왕들이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1453년 동로마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마저 이슬람 손에 넘어가자 자신들이 믿어왔던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옮겨가는 르네상스가 전 유럽에 쓰나미처럼 몰아쳐 가톨릭을 궁지로 몰기 시작한다.
 
십자군 전쟁의 패배 이후 교황청은 전쟁고아와 과부들, 그리고 부상병들을 돕기위해 선한 뜻으로 기금모금을 시작했으나... 1506년 베드로 대성당 건축기금 모금을 위한 면죄부까지 판매하자 결국 가톨릭 수사이며 신학 교수였던 마르틴 루터가 1517년 종교개혁의 깃발을 치켜든다.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로마 교황청에 대해 왕이 새롭게 등장한 시민계급의 지원을 받아 절대권력을 잡아가는 시대, 르네상스를 바탕으로 한 고전주의와 자연과 이성 중심의 합리주의가 뒤섞여 꼬낙 뿐만 아니라 문학, 철학, 미술, 과학, 건축 등에 걸작들을 남기게 된, 혼동과 고통이 낳은 진주 같은 시대가 16세기를 걸친 17세기였다.
 
밀턴의 실낙원(1667),존 번안의 천로역정(1678, 1684), 데카르트, 로크, 몽테스키외, 홉스 등 인류사 최고 천재들이 즐비했던 시대이다.
 
헴튼코트의 위용을 본딴 베르사이유 궁전이 지어진 시기도 이때이다. 헴튼코트가 종교개혁 이전, 기하학을 바탕으로 한 르네상스 양식으로 축조(1515-1521)된 반면, 이보다 140년 후에 지어진 베르사유 궁전은 당시 유행하였던 바로크식 양식으로 자유분방한 불규칙한 곡선과 호사스런 장식으로 건축되었다. 루벤스, 렘브란트 등이 종교적 그림보다는 인생의 환희를 화려한 색채로 뿜어낸 것도 이때이다.
 
시골 하급 귀족 출신의 달타냥이 화려한 빠리에 입성하여 좌충우돌하는 낭만 소설을 배경으로 한 많은 영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영화로 올랜드 블룸이 버킹엄 공작으로 나온 삼총사(The Three Musketeers)다. 
 
실제 역사에서는 앙리 4세가 낭트칙령(1598)으로 신교도들에게 종교적 자유 인정하였으나 루이 14세는 1685년 퐁텐블로 칙령으로  할아버지가 허락한 종교 자유를 폐지하였다. 이에 위그노들이 대거 프랑스 탈출을 감행한다.
 
영국이 대영제국이라는 반석에 올라섰던 것은 프랑스에서 루이 14세에 의해 종교탄압을 받고 있던 신교도(위그노)들을 특별 이민법을 제정해서 끌어들였던 찰스 2세의 지도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으며 이는 국가의 흥망성쇠가 지도자 한 명에 따라 결정되었던 좋은 예이다.
 
제철, 화약, 염료 등 지금으로 치면 고도의 하이텍 기술을 가지고 있던 위그노들을 흡수한 영국은 대포의 사정거리를 늘렸을 뿐만 아니라18세기 산업혁명의 기수가 될 수 있었다. 독일 또한 당시 3만 명의 위그노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100여 년의 기술격차가 났던 영국과 프랑스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스위스의 고급시계 대명사도 당시 프랑스 박해를 피해 스위스로 탈출한 위그노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십자군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봉건제도의 몰락,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1543)로 시작된 대항해 시대, 구교와 대립으로 인한 신교도 이민, 무역과 신기술로 부를 축적한 새로운 계층이 시민의 시대를 열어가는 근대국가 태동 시기가 바로 삼총사의 시대적 배경이다.
 
2011년판 삼총사에서는 영국 배우인 올란도 블룸이 비행선까지 등장시켜 영국의 기술을 뽐냈다고 할 수 있으나 실제 당시 영국의 기술력은 프랑스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 수준이었다. 물론 프랑스는 고급두뇌들의 해외 유출로 인해 그 타격이 심각하였다.

 

 

박필립 칼럼리스트(www.facebook.com/thamespark)

굿모닝런던 발행인

영국 안중근청년아카데미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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