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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지신- 영국인들 자기네의 특징 2

hherald 2016.10.17 19:03 조회 수 : 345

 

 

차 한잔

영국인들이 스스로 본 자화상의 네 번째 특성은, 중대국면이나 위기의 순간에 티(Tea)타기다. 우린 커피나 차도 빨리 마셔야하니 인스턴트커피를 더 선호하는지 모르지만, 중대하고 애매한 순간이나, 위기에 닥쳤을 때나, 큰 결정을 요할 때, 이들은 티를 타러 일어선단다. 영국티를 타려면 일단 물을 끓여야하고, 찻잔도 준비하고, 티를 우려내는 시간도 필요하고, 우유도 타야 되며, 우린차를 건져내고 좀 식을 때까지 시간이 걸리니, 어찌 보면 섣부른 결정으로 인한 과오도 막고, 생각할 시간도 벌고, 논쟁의 필요도 줄이고, 감정의 격화로 인한 충돌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영국 티는 왕족의 부귀의 상징에서 모든 일반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티문화는 영국인들의 모든 문화적인 분야에서 일상생활로 이어지고 있고, 지금 현재도 티는 영국 어디에서나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어디서 새치기를

다섯째가, 새치기하는 것에 대하여 화를 내는 것인데, 영국 살며 적응하다보니, 순서는 기본이다. 보이지 않는 예약이라도 중간에 어디서 끼어드는 것을 참지 못한다. 새치기하는 순간, 친절한 사람도 열을 내며 권리와 지위를 찾으려한다. 비슷하지만, 여섯째가, 무엇이든 줄서기다. 대충 서 있는 경우도 드물지만, 누가 먼저 왔는지, 자기가 누구 다음인지 다 알고 있다. 그저 ‘기다리는 기쁨도 있다’는 노래가사를 되 뇌이며 내 순서를 기다릴 뿐이다.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알아서 줄을 서고 있고, 특권이란 이해도 용서도 되지 않는다. 한국도 가보면 줄서기가 많이 자리잡혀가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몇 해 전까지 나도 뛰어야했다. 타려면.

 

끝까지 버텨야

일곱 번째는, 곤경에 처해있어도 끝까지 감내하며 버티어 내는 것을 든다. 내가 본 바는 영국인들은 속내를 잘 나타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전혀 모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평가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직접 만나도, 짐작하기 어렵다. 돌아간 후에 그가 작성한 리포트를 포함한 모든 기록들에 의한 최종결과만을 통보 받을 뿐이다. 우리도 부패방지법인 ‘김영란법’이 발효되었지만, 물도 한잔 안 얻어먹고 가지고 다니는 영국인들이다. 내가 영국인들의 속을 잘 모르니 그런가보다 하는데, 글도 짧아 영국문학까지는 내가 잘 모르겠고, 이들이 만드는 필름들을 본 바에 의하면, 좀 수긍이 가기도 한다. 다큐멘터리같은 어마하게 긴 시간을 요하는 작품들이나, 포로로 잡혀 불지 않고 고초를 당하는 영화나, 다양한 분야에서 계속 이어지는 연구와 결과들이 이를 말해주는 것도 같다.

지금도 난, 사실 영국인들이 무엇을 하며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도 잘 모른다. 친하게 만나는 영국인이 없어서인지 모르지만, 영국은 대부분의 거래나 계약에 꼭 3자를 놓고 한다. 직거래가 아니니 상대가 누구인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내 쪽 일은 내 중개인이나 내 변호사에게 부탁하여 한다. 상대도 마찬가지니, 한 건 합의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가게를 얻거나, 집을 사거나, 모기지를 얻는데도 몇 달이 걸린다. 변호사나 누가 휴가 중이라면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거의 모든 사회구조와 시스템 자체가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일들이다. 바로 되는 것은 자판기 밖에 없으니, 혼자 열내봐야 아무 소용없고,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니 원망이나 다른 마음을 가질 수도 없다.

 

참아야 하느리라

배가 아파도 의사와 직접 통화는 어렵고, 예약하여 진료 받으려면 몇 일 걸리기도 한다. 아무리 아파도 끝까지 참아내야 한다. 물론 생명과 관계되는 일에는 응급실과 구급차는 언제든 대기하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인지, ‘앵~’소리가 어디서 들리면 바로 차를 옆으로 대고 길을 튼다. 남의 일이 아니기도 하고, 빨리 가야 되는 일도 없다. 우리 같이 ‘빨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처음 영국 오면 환장하고 복창 터진다고 말 할 수 있다. 영국에도 다혈질들은 Four Word, Four Letter, 즉, 쉽게 욕을 뱉어낸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당연하다. 그런데 힘들다고 ‘아이고 죽겠다. 아! 어찌할까?’하는 소리나 표정은 보기 드물다. 우리네 같이 단기간에 업적을 이루어야만 하고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빨리빨리’문화와 비교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최단기간의 업적이나 최고 최장 등의 ‘최(最)’자를 붙이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이웃나라로 넘어가는 것 같아 다행으로 여겨지기도 하다.

 

 
영국서울한의한 박사 김 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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