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현금자동입출금기인 ATM(Automated Teller Machine)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금 인출기 전문회사 Link에 따르면 2014년 7만 개 이상의 ATM이 영국 전역에 있었지만, 올해 약 5만 개만 운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무료로 현금 인출이 가능한 것은 3만 9,429개에 불과하다.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이 가운데 1만 2,541개는 은행 건물 안에 있어 24시간 운영되는 것은 2만 6,888개다.
나머지 약 1만 개 이상의 ATM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인데 이 역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ATM이 줄어드는 것이 현재 영국의 화폐 사용 추세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 현금 사용을 자제했지만, 최근에는 불경기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지출 내역을 명확히 알려고 현금 사용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Nationwide 은행이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ATM 사용 빈도가 20%나 많아졌다. 2022년 Nationwide 은행의 ATM 3,020만 번 사용됐는데 이는 2021년의 2,550만 번 보다 훨씬 많다. Link의 ATM 사용 횟수도 2년 전보다 500만 번 더 많았다.
영국 전역에서 은행 지점이 속속 폐쇄되는 가운데 ATM 기기마저 점차 사라지는 이런 추세가 사회적 약자들, 특히 노인들이 현금 구하기가 어려워져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자선단체 Age UK에 따르면 노인과 사회적 약자들은 현금 사용이 필요한데 ATM이 사라지면 이들이 생필품 구입도 어렵다고 경고했다.
자선단체 Age U.K 관계자는 은행 현금 서비스가 모두 온라인으로 바뀔 경우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했다. 그는 ”정신질환자, 가정폭력 피해자, 최소 생활비로 사는 사람들은 현금 사용이 필수적이다. 이들이 현금을 구하지 못하면 온라인 시스템을 잘 몰라 보이스피싱 등 사이버 범죄 피해자가 될 확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한편, 영국의 주요 은행 중 NatWest가 5,879개의 ATM 기기를 운영해 가장 많고 HSBC 은행이 1,144개로 가장 적었다.
영국 은행은 반경 1km 내에 ATM이 없으면 기존 기기를 폐쇄할 수 없다. Link에 따르면 약 3,300개의 ATM이 이 규정에 따라 아직 운영되고 있는데 만약 규정이 풀리면 이 기기들이 곧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헤럴드 김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