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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너무 슬프면

과비상폐(過悲傷肺)라 하여 지나친 슬픔은 호흡기를 손상시킨다. 세상에는 기쁜 일도 많지만 슬픈 일도 많다. 어쩌면, 슬프고 애달픈 비애(悲哀)를 간직하고 사는 것이 인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듣는 대부분의 일들이 슬프고 슬픈 일들의 연속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다.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기(氣)가 막히고 숨도 막힌다. 기(氣)란 공기(空氣)인 산소이기도 하다. 이는 폐에서 주관을 하고 있다. 기가 막히니 일단 산소부족이 된다. 산소부족을 초래하는 것은 폐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슬프면 움츠려드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폐는 눌려 압박을 받으니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크게 한숨을 쉬어야하거나 흐느낄 수밖에 없으므로 어깨까지 들먹이며 숨을 쉬고자 하게 되는 것이다.

지나친 근심도

또, 과우결기(過憂結氣)라 하여 너무나 근심이 많아도 어딘가 뭉쳐서 굳어지는 결기(結氣)를 만들게 된다. 결기란 쉽게 말하면 보자기를 묶었을 때의 꽊 묶인 상태로 풀리지 않는 매듭을 묶은 상태다. 더 쉽게 예를 들면, 우리는 아름답고 귀한 목재로 만든 가구를 좋아한다. 아름다운 무늬를 만드는 것은 나무에 박힌 결정인 옹이때문이라 할 수 있다. 줄무늬로 나타나는 것은 나이테이지만, 소나무에 박힌 광솔같이 나무의 옹이는 모두 가지를 뻗으며 만들어지며 나타나는 것이다. 한 매듭을 만들며 결기를 이루고 나온 것이 나뭇가지이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이 일어 잘 날 없다고 한다. 가지를 많이 치고 사는 인생도 바람이 잘 날이 없을 것이다. 암튼, 무엇이 엮여져서 만들어 지는 것이 결기이지만 공연히 할 일이 없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삶이 주변의 환경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월 속에서 엮여 만들어진 결기는 본체에 옹이로서 단단한 이물질을 만들며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옹이가 만든 무늬를 누가 아름답다고 감히 말을 할 것인가? 나무의 옹이가 내는 문양을 과연 단순하게 예쁘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흘러간 세월 속에서 단단하게 뭉치고 엮어진 옹이들을 가슴에 품고 새기며 주변의 온갖 시련에도 말없이 이겨내며 살아온 큰 나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라고 나는 생각하기로 했다.

원초적 흔적

나무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많은 씨앗들 중 행운으로 싹을 티운 어린 싹은 같은 주변의 환경과 다른 나무와 같은 형제들과의 치열한 햇빛경쟁과 자리싸움을 통해 보란 듯이 솟아오르며 자라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우뚝서게 되어도 이번에는 세월과 함께 불어 닥치는 모진 천재지변을 발가벗은채 벼락까지도 고스란히 맞으며 버텨내며 생존해야 한다. 많은 가지를 새로 뻗어내고, 또 스스로 자르며, 온갖 병충해와 홍수와 가뭄도 견뎌내며, 그 오랜 시간을 말도 못하고 바람소리만 대신 울려주며 견뎌온 것이다. 손이라도 있으면 님 부를 수도 있고, 발이라도 있으면 님 찾아 갈수도 있겠건만, 꼼짝 못하고 수많은 세월을 이겨내며 온갖 삶의 옹이를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것이 원목이 그려내는 삶의 원초적 흔적이니 어찌 마음으로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꼭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응어리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도 인간사에 엮여 만들어진 결기는 인체에도 응어리로 남게 되며 옹이같이 단단한 이물질을 만들며 속으로 파고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안다. 피부에 만져지며 보이는 작고 부드러운 덩어리부터 속에서 돌덩어리로 변하여 박혀있는 것에 이르기까지, 굳어 뭉쳐진 것은 모두 근심과 걱정 속에서 슬프게 하는 일들이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굳게 하는 결정적요인은 마르지 않으면 굳지 않으므로 조기(燥氣)가 주(主)가 되는 것이지만 깊은 내용은 빼기로 한다. 어깨가 굳어 있던지, 어디 근육이 뭉쳐있든지. 뱃속의 밥통이 뭉쳐있던지, 아랫배에 덩어리가 잡히는 것들은 모두 우울하고 슬픈 비애로 인한 것이다.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대표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덩어리들도 이시대의 대표적인 병으로 되어 있다.

즐겨보자

그럼 무엇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가? 지금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이 누구인가? 모든 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있다한다. 영국의 겨울이 짜증나 못 살겠다는 마음보다, 어둡고 축축하고 으스스한 긴 밤이 나를 더욱더 즐겁게 해준다 생각하고 한잔하며 즐겨보자. 긍정적사고가 모든 일을 해결해 준단다. 글을 쓰는 지금, 뉴몰든 중심가 High Street에 밴드를 앞세운 산타할아버지가 많은 동네주민들과 함께 가로등에 달려있는 작고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등을 행진하면서 한칸 한칸 불을 켜며 지나는 것을 진료실 창문을 통해 보며, 성탄일을 기다리며 예수님이 전해주신 사랑을 통하여 이 순간부터는 이 세상에 사는 모두에게 더 이상 슬픈 일이 생기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영국서울한의원 김태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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