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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의 규칙

영국의 1년은, 국가적인 휴일로 매듭 지어진 다음에 다시 시작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날도 있고, 더욱 중요한 날도 있다. 크리스마스 휴가와 신정 휴가에는 모든 것이 완벽히 멈춘다. 모든 달력상 의례는 원래 종교적인 행사로 시작되었고, 때로는 고대 무속신앙의 축제 등이 기독교적으로 원용된 것도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의례에서 기독교적인 중요성은 많이 무시되고 있다. 반면 원래의 무속신앙적인 의미가 되살아나는 듯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의 경우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와 송년회 파티는 아주 중요하다. 크리스마스는 가족 의식으로 자리 잡았고, 대신 송년회 파티는 친구들과의 소란스런 축하파티가 되었다. 그러나 영국인이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쓸 때는 ("너 크리스마스 때 뭐할 건데?" "난 크리스마스를 증오해!") 크리스마스 휴가 전체를 가리킬 때가 많다. 이는 12월 23일 또는 24일부터 신년 휴가까지를 뜻한다. 이때 영국인들은 대체로 그리고 전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 마지막 선물 구입, 허둥대고 말다툼,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 밝히고, 술 마시고, 땅콩 종류와 초콜릿을 너무 많이 먹고, 교회에 가고, 이른 저녁 동네 캐롤 순회 서비스나 자정미사 참석).
*크리스마스 날 (가족: 아침에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서 선물 주고 받기, 장시간 요리, 아주 많은 음식으로 푸짐한 점심, 텔레비젼이나 라디오로 여왕 연설 시청하거나 혹은 일부로 보지 않기,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오즈의 마법사>등을 보다가 낮잠, 저녁에 과식과 과음으로 속이 불편한 밤을 보냄).
*복싱 데이 (Boxing Day: 술이 덜 깸, 가족 외출(그러나 오로지 동네 공원으로), 시골 들판이나 언덕 오래 걷기, 다른 친척 방문, 저녁에는 가족들로부터 탈출해 동네 퍼브로(이날은 12월 26일로, 우체부, 청소부, 신문배달부 등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 날이다 - 옮긴이)).
*12월 27일~30일 (약간 이상하게 어중간한 기간: 일부는 출근하는데 별로 하는 일은 없고, 다른 사람은 쇼핑 또는 산보나 하고,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가도 하고, 과식과 과음, 친구나 친척 방문, 텔레비젼이나 비디오 시청, 퍼브 가기).
*말일 (친구 만나기: 고주망태가 되는 거창한 파티 참석 혹은 퍼브 순례, 정장 또는 가장 무도회, 요란한 음악, 춤, 샴페인 터트리기, 자정에 냄비 두드려서 소음 만들기, 폭죽이나 불꽃놀이, '올드 랭 사인' 부르기, 새해 결심, 택시 잡느라 난리를 치르고 추위에 떨며 오래 걸어서 귀가).
*새해 (긴 잠: 작취미성)

모든 사람들의 크리스마스가 이렇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중 몇 가지는 한다. 이렇게 대충 요약한 것만으로도 평범한 영국인들의 크리스마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크리스마스란 단어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크리스마스를 중오한다'고 불평하거나 크리스마스가 점점 더 악몽이나 수난이 되어가고 있다고 엄살을 떤다.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맞기 위한 사전 준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달 전에는 시작하는데, 거기에는 사무실이나 직장에서 여는 크리스마스 파티, 크리스마스 쇼핑, 크리스마스 무언극 관람이 포함되어 있고, 학교 다니는 아이가 있는 사람은 학교에서 하는 '예수 탄생 연극'이나 음악회도 챙겨야 한다. 연중 행사인 수많은 카드를 쓰고 발송하는 일은 또 어떻고.
학교에서 하는 예수 탄생 연극은 많은 사람들에게 크리스마스에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종교적인 행사이다. 크리스마스의 종교적인 중요성은 이미 드라마와 의례 속에서 사라지고 없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 아이가 운 좋게도 주인공(마리아, 요셉)과 주요한 조역(세명의 왕, 여인숙 주인, 목동 대장, 주님 천사)들로 뽑혔는지를 비롯해서 모욕을 무릅써야 할 무대 뒤 나머지 배역들(목동, 천사, 양, 소, 당나귀 등등) 얘기로 학교는 한참 시끄럽다. 학교가 갑작스럽게 정치적으로 바르게 행동하기 변덕에 휘말려 전통적인 예수 탄생 얘기보다는 다문화적인 행사를 택할 수도 있다("여기는 대단히 다문화적이거든요"라고 요크셔의 한 인도계 젊은이가 내게 얘기했다). 우리는 영국인인 관계로 아이들의 배역 선정이든 다른 문제에 관한 것이든 말다툼과 논쟁은 드러나지 않고 더 간접적인 계획, 마키아벨리식 권모술수, 분노에 찬 투덜거림의 문제가 되어버린다. 그날밤 아이 아버지는 대개 늦게 나타나고 후반후 영상이 마구 흔들리는 다큐멘터리식 촬영을 한다. 그런데 양으로 분장한 다른 집 아이를 계속 찍었다.
크리스마스 무언극 관람은 기괴하고 근원적인 영국식 관습이다. 거의 모든 지방극장은 크리스마스에 어린이 요정 이야기는 민속 설화에 기초한 무언극 공연을 한다. <알라딘>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Puss in Boots)> <딕 위팅턴(Dick Whittington)> <어미 거위(Mother Goose)> 등이다. 항상 여자 옷을 입은 남자 (팬토마임 부인이라 불린다)가 여주인공 역할을 하고 남자 옷을 입은 여자가 남자 주인공이다. 전통적으로 관객인 아이들의 왕성하고 시끄러운 참여가 요구된다. "그 사람이 당신 뒤에 있어!" "오 아니야! 그 사람은 아니야!" "그래 그 사람이야!"라고 소리를 지른다(적지 않은 어른들도 여기에 참여해서 즐거워한다). 대사로는 어른 대상의 야한 중의어들이 사용된다(아이들이 뜻을 다 알아듣고는 깔깔대면서 어른들에게 얘기한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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