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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40
라디오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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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을 바꿔버린 괴물

2006년 2월 발행된 영국의 팝 음악잡지 <Q>는 골수 팝매니어들을 커다란 혼돈에 빠뜨렸다. 필자도 약간 어지러웠다. <위대한 앨범 100선>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이 가히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발표되었던 어떤 <위대한 앨범 100선>과도 유사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었으며 혁명적이었다. 그 이전 거의 모든 선정에서 최상위를 점령해온 60년대의 명반들이 심하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락의 르네상스라고 일컬어지는 60년대의 앨범들은 항상 팝이 이루어낸 최고의 걸작들로 평가 받아 왔다. 비틀스의 <The Beatles(68)> <Revolver(66)> <Abbey Road(69)> <Sgt Pepper’s Lonley Hearts Club Band(67)> <Rubber Soul(65)> 봅 딜런의 <Blonde On Blonde(66)> <Highway 61 Revisited(65)> <Blood On The Tracks(75)> 롤링 스톤스의 <Let It Bleed(69)> <Exile On Main St.(72)> 밴 모리슨의 <Astral Weeks(68)> 비치 보이스의 <Pet Sound(66)>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The Velvet Underground & Nico(67)> 레드 제플린의 <Led Zeppelin IV(71)> 등은 언제나 역대 최고의 앨범을 선정하는 통계에서 최상위권을 점령하던 60년대 락의 결정판들이었다.  그런데 올드 락의 추억을 중시하던 대표적 음악잡지 <Q>의 새로운 통계에서 그 앨범들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대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체면치레 하듯 비틀스의 <Revolver>가 4위를 차지한 이외에는 모두 90년대 앨범들이 10위권을 점령하였다. U2, R.EM., Oasis, Nirvana, Radiohead 등 90년대 얼터너티브락 밴드들의 앨범이었다. 이 통계를 제대로 읽자면 90년대 락이 60년대 락의 르네상스를 뛰어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마치 라파엘과 다빈치의 완벽한 르네상스를 렘브란트와 루벤스가 사뿐히 뛰어 넘은 것처럼? 마치 렘브란트와 루벤스의 그림이 르네상스의 순진한 그림을 새로운 가치관을 지닌 다른 각도에서 사뿐히 뛰어 넘은 것처럼? 그렇다면 락의 세계관도 바뀐 것일까? 단순히 그림 속의 완벽한 미를 추구하던 라파엘을 렘브란트는 ‘그림은 화가라는 인간의 것’이라는 가치관의 변화로 극복했다. 90년대 락이 과연 락의 가치관을 바꾸어낸 혁명적인 음악이었을까? 그에 대한 논의는 필자로서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것이지만 본 컬럼의 성격과 분량 상 건너 뛸 수밖에 없다. 2006년 <Q>의 통계에서 무려 세 앨범을 10위안에 올려 놓은 괴물 밴드 <라디오헤드(Radiohead)>를 소개한다. <Kid A(2000)>를 10위에 <The Bends(1995)>를 2위에 그리고 <OK Computer(1997)>를 1위에 올려 놓은 괴물 밴드 라디오헤드......
라디오헤드는 영국의 옥스포드에서 1985년 탄생한 5인조 괴물이다. 학생밴드로 시작된 그들은 오랜 무명의 시간을 거쳐 93년 데뷔 앨범 <Pablo Honey>를 발표하였다. 앨범 보다 먼저 92년 발표한 싱글 <Creep>이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며 그들은 단숨에 출세하게 된다. <Creep>은 미국의 얼터너티브락처럼 거칠고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곡이었다. 이 곡은 라디오헤드의 오늘날을 있게 한 절대적인 곡이다. 이 곡의 히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라디오헤드다운 독창적인 사운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이 곡을 극복하려는 라디오헤드의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라디오헤드다운 특별한 사운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때 <Creep>만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그들은 아예 라이브 공연에서 이 곡을 연주하지 않기도 하였다. 95년 두번째 괴물 앨범 <The Bends>를 발표하며 그들은 세계적인 밴드로 자리잡는다. 그리고 세번째 완전 괴물앨범 <OK Computer>를 만들어냈다. 소외된 현대인들의 고독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려낸 이 앨범은 90년대 락이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60년대의 음악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엄청난 괴물앨범이다. 이후 라디오헤드는 대중과 평론가의 극찬을 동시에 받는 흔치 않은 밴드로 자리 잡는다. 비틀스나 레드 제플린 혹은 그들의 우상이었던 핑크 플로이드 아니면 해내기 힘들 것 같던 위업을 그들은 해냈다. 리더이자 보컬인 천재 톰 요크의 팔세토 창법과 어우러진 조니 그린우드의 튀는 기타는 묘한 카리스마를 만들어내었다.                  
라디오헤드는 얼터너티브나 프록, 브릿팝 어느 것과도 묶일 수 없는 음악적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음악을 어느 장르와 묶어서 생각하는 것이 무모할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독특하다. 얼터너티브는 락의 틀이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정신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밴드도 그 정신에 맞는 새로운 음악적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약점을 지닌다. 라디오헤드는 그런 얼터너티브의 한계를 뛰어넘은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브릿팝의 아름다운 선율은 과거지향적이었지만 라디오헤드의 우울한 선율은 포스트 펑크의 전통까지를 끌어 안은 것으로 보인다. 프록은 진보지향적 정신에도 불구하고 과거지향적 음악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는데 라디오헤드는 그런 프록의 정체성을 끌어 올려주었다. 그들의 가사는 프록의 난해함 대신 언어의 해체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장르로도 묶일 수 없지만 그 장르들이 추구했던 첨단의 한계 위에서 음악을 해냈다는 것이 현재까지 라디오 헤드라는 괴물 밴드가 보여준 음악적 탁월함의 근거다. 그들의 우울하고 무거운 음악이 준 충격은 수많은 장르의 실험 위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짧은 역사를 지닌 젊은 음악 락이 자신이 만들어낸 틀과 한계 안에서만 아름다움을 찾게 된 것은 흡사 라파엘로 굳어졌던 그림 속의 미를 추구하던 르네상스 이후의 서양미술을 연상시킨다. 락 음악은 이런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은 얼터너티브의 사명이었지만 그 음악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음악적 작업의 틀마저 깨뜨려야 했던 것이다. 라디오헤드가 특이한 음악만큼이나 특이한 방법으로 음반을 제작했던 것은 가치관을 바꾸려던 렘브란트의 붓질만큼이나 섬세한 업적일 것이다. 가치관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은 진하게 예술과 만나려고 몸부림친다는 걸 의미한다고 믿고 있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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