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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1-음악.JPG 음악으로 만나는 런던-39
아델
 
 

혼돈의 시대를 뛰어넘는 목소리
노래란 사람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무언가를 표현해내는 것이다.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목소리의 표현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창력이라는 것은 소리를 통제하는 능력의 문제이다. 우리의 목소리는 일종의 본능이며, 그런 의미에서 가창력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지닌 소리의 표현력을 말해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가창력이라는 것은 훈련에 의해서 획득할 수 있는 테크닉을 의미할 수도 있다. 훈련은 모방의 다른 이름이다. 훈련에 의하여 세상이 말하는 잘 부르는 노래의 모습을 흉내 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류 역사가 원해온 규범의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최고의 가창력이라는 것은 사회가 정한 규범을 뛰어넘는 곳에 존재하는 것이며 어떤 규칙으로도 평가하기 힘든 한 인간의 본능적 소리의 승리를 보여주는 것일 터다.
따라서 팝 사상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들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힘들기도 하지만 출발부터가 어리석은 발상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노래라는 형식을 빌려 독특하게 표현해낸 사람들이며, 그 표현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한 감동을 선사해준 사람들이다. 팝 가수들의 가창력을 논할 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을 독창성(Originality)라고 본다. 얼마만큼 훈련의 다른 이름인 흉내를 극복한 자신만의 표현을 해내었는가를 의미한다. 그 다음으로 보아야 할 것이 대중성이다. 팝은 대중을 향한 상업성을 숙명적으로 지닌 음악이기 때문이다. 이 대중성이라는 측면은 팝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지점이다. 대중이 외면하는 음악은 아름다움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팝으로서 평가 받기는 힘들 것이다. 
팝 역사상 가장 평가 받는 여성 가수들은 대체적으로 미국이 배출해 내었다. 역사상 최고의 가창력을 보여준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1942~ )은 팝의 가장 큰 뿌리의 하나인 흑인 음악의 아름다움을 다양한 표현력으로 설명해낸 여자다. 그녀는 질감과 용량 넘치는 목소리로 소울의 여왕이 되었다. 소울은 흑인음악의 가장 대중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59)는 버려진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최고의 재즈 목소리가 된 미국의 흑인 여자다. 니나 시몬(Nina Simone, 1933~2003)은 독특한 호흡의 목소리로 새로운 창법의 경지를 이루어낸 가수다.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 1917~96)는 ‘재즈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부여 받은 여성 대가다. 반면 뒤늦게 팝의 나라에 합류한 영국에서는 대가급, 그러니까 세상의 법칙을 뛰어넘는 가창력을 보여준 여가수를 거의 배출해내지 못한 편이다. 케이트부시는 가창급을 논하기 보다는 싱어송라이터로 평가 받을 만한 개성의 여성가수였으며, 더스티 스프링필드는 재즈나 블루스의 전통이 없는 영국에서 배출된 흑인 음악의 영혼을 흡수한 최초의 여가수로 평가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영국에서 대단한 가창력을 보여준 여가수가 등장하였다. 바로 아델(Adele, 1988~ )이다.
아델은 영국에서 등장한 최초의 대가급 여가수가 아닌가 한다.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한 아델은 위에 열거한 미국출신의 여가수들과 견줄 만한 대가급 풍모를 지니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창법적 기술적 음악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독창적인 목소리라고 밖에 부를 수 없으며 어떤 기교적 설명으로 드러내기 힘든 것이다. 이렇게 이론적 설명을 뛰어넘은 곳에 존재하는 것이 진정한 가창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델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 히트를 기록하며 젊은 나이에 이미 세계 정상급 팝가수가 되었다. 그녀는 빌리 홀리데이나 엘라 핏츠제럴드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그녀의 목소리는 그래서인지 설명하기 힘든 슬픔을 내재하고 있다.
아델은 런던 토튼햄에서 한 어린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최근 큰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된 영국 미혼모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엄마는 영국 코메디언들이 풍자하는 천박하고 뻔뻔한 미혼모의 전형에서 약간 벗어나 있었던 것 같다. 딸에게 많은 음악을 들려주었던 것 같다. 스파이스 걸스 같은 음악에서 시작된 아델의 음악적 소양은 그녀의 재능과 수치스러운 환경을 담아 내며 도약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10대부터 노래를 시작한 그녀는 2008년 <19>이라는 데뷔앨범을 발표한다. 녹음 당시 그녀의 나이를 앨범 제목으로 하였다. 그녀의 노래는 ‘혼돈의 가창력의 시대’를 뛰어넘을 만한 힘과 열정을 보여주었다.  21세기 지구를 ‘혼돈의 가창력의 시대’라고 부르고 싶다. 누구의 목소리에든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정도로 음악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컴퓨터를 내재한 음악적 테크닉의 힘은 어느 평범한 목소리도 비범한 목소리처럼 들리게 하는 마술적 위력을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가창력을 분별하기 매우 어려운 혼돈의 시대인 것이다. 아델은 그런 혼돈의 시대에 우뚝 선 목소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있어 보이면서도 한없이 처량하게 들리는가 하면, 날카로와 보이면서도 한없이 유약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들은 그녀 자신이 만든 곡이다. 2011년 앨범 <21>을 발표한다. 역시 그녀의 나이를 제목으로 한 앨범이었는데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21세기에 발매된 영국 앨범 중 최고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게 된다. 수록곡 <Rolling in the Deep> 역시 세계적 빅 히트곡이 된다.
아델은 진행형인 젊은 여가수다. 물론 현재까지의 그녀의 모습만으로 그녀를 평가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귀에 그녀는 ‘혼돈의 가창력의 시대’를 뛰어넘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그녀가 사랑의 아픔을 노래할 때, 우리는 그녀의 아픔은 물론이고 그녀 이전에 존재했던 수많은 지구상의 사랑의 아픔까지를 느끼는 것만 같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해주는 진정한 음악의 매력을 한 미혼모의 딸이 실현해내고 있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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