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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만나는 런던-45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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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수퍼 그룹, 마지막 수퍼 밴드
 
60년대 영국 락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세 장르가 있다. 블루스락(Blues Rock), 하드락(Hard Rock), 그리고 사이키델릭락(Psychedelic Rock)이다. 블루스락은 로버트 존슨, 하울링 울프, 머디 워터스, 비비 킹, 알버트 킹 같은 미국의 흑인 블루스 뮤지션들을 음악적 큰형님으로 모시던 런던의 젊은 음악인들에 의해 발전된다. <롤링스톤스> <야드버즈> <애니멀스> 같은 밴드들이 그 주역이었다. 런던이 락의 새로운 메카로 부상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 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하드락은 블루스락의 동생같은 음악이다. 블루스락보다 거칠고 폭발적인 음악을 하던 <레드제플린> <딥퍼플> <후> 같은 밴드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헤비메탈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사이키델릭락은 미국의 새로운 청년문화였던 사이키문화의 음악적 표현이었던 셈이다. 반사회적인 환각과 몽롱함을 소재로 하는 사이키델릭은 기성세대들이 바라보기에 불편하고 다분히 어지러운 젊은 음악이었다. 그러나 그런 환각을 무시할 수만 없다는 것이 당시 미국 사회의 딜레머였다. 사회가 온전하고 타당하다면 나오지 않았을 필요악적인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는 락, 포크, 블루스 등이 혼재된 듯한 성격을 띠었다. 런던에서는 <비틀스> <지미핸드릭스> <핑크플로이드> 등에 의해 일반화 된다. 
사이키델릭락은 국내에서 아주 재미있게 발전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사이키라는 용어를 쓰기도 힘들었던 것이 당시 독재정권의 대한민국이었다. 사이키는 사회에 대한 반항이며 이는 곧 신성한 독재정권의 타당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다. 그럼에도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사이키델릭락이 교묘한 위장술을 지니고 발전하였다. 그것은 신중현이라는 천재적 음악인간의 독보적인 업적이다. 물론 신중현은 몇 년 후 독재정권의 철퇴를 맞는다. 그러나 퇴폐, 저질, 반항 등의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던 당시 신중현의 노래들은 필자의 귀에는 대한민국 락 최고의 명작들로 들린다.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미친 분 대사 같은 가사를 당시에 써냈다는 것은 신중현이 사이키의 정신을 옳게 이해한 당시의 유일한 대한민국 음악인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미쳐 날뛰는 세상 속에서 차마 같이 미쳐 날뛰지 못하는 온전한 정신은 대체로 예술의 동네에 많이 모이게 된다. 예술이란 정당하게 미쳐도 좋은 유일한 동네 아닌가? 예술 속의 미침이란 사회의 미침을 치료해 보려는 갸륵한 몸부림 아니던가?
1966년 블루스락, 하드락, 사이키델릭락의 통합 챔피언 같은 밴드가 런던에서 탄생한다. 최초의 수퍼그룹이라는 불리는 <Cream>이다. 수퍼그룹이란 각자의 영역에서 이미 큰 명성을 얻은 연주자들로 만들어진 밴드를 부르는 팝 용어다. <야드버즈> <블루스브레이커스>를 거치며 ‘기타의 신’이라는 락 사상 최고의 닉 네임을 부여 받은 기타 영웅 에릭 클랩튼(Eric Clapton)과 <알렉스코너> <그라함본드>에서 최고의 블루스 베이스로 인정 받은 잭 브루스(Jack Bruce) 그리고 ‘마왕’이라는 별명만큼 엄청난 실력을 자랑했던 재즈 드러머 진저 베이커(Ginger Baker) 삼인조로 이루어진 화려한 밴드가 <크림>이었다. 결성만으로도 런던을 술렁이게 만들었던 밴드였다. ‘소문난 잔치’였던 크림은 <Fresh Cream>이라는 데뷔앨범을 히트시키며 이름값을 한다. 수록곡인 <I Feel Free>는 블루스락과 사이키델릭락이 묘하게 합성된듯한 분위기를 주는 기념비적인 노래다.
이듬해 발표한 앨범 <Disraeli Gears> 역시 골드를 기록한다. 전작의 블루지한 느낌보다 한결 헤비해진 사운드였다. 이 앨범으로 크림은 블루스락, 사이키델릭락, 하드락의 진정한 통폐합자가 되며 당시의 락 밴드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크림의 최고 걸작이다. 1968년 크림의 가장 유명한 더블 앨범 <Wheels Of Fire>를 발표하며 세계 최강의 밴드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미국에서 넘버원을 차지하며 더블 앨범으로는 첫번째 플라티넘을 기록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앨범이다. (미국의 플라티넘 인증 기준 판매량은 백만 장이며, 영국의 경우는 삼십만 장이다.) 전 세계 락팬들의 열광을 뒤로 하고 68년 크림은 마지막 앨범 <Goodbye>를 발표한다. 
그들의 해체는 잭브루스와 진저베이커의 오랜 불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Graham Bond Organization>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부터 둘은 앙숙이었다. 베이스와 드럼 주자였던 둘의 리듬은 항상 충돌하였다. 서로의 파트가 너무 튄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잦은 다툼 끝에 드디어 진저가 칼을 휘두르며 죽이겠다고 위협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피스 메이커 역할을 해야 했던 에릭 클랩튼은 당시의 고충을 술회한바 있다. 1969년 크림은 그 유명한 로열앨버트 홀에서의 마지막 공연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어떤 파티나 식사모임도 없이 세 명의 걸출한 뮤지션들은 조용히 각자의 인생 속으로 헤어졌다. 수십 년이 흐른 지난 2005년 노인들이 된 세 멤버가 로열 앨버트 홀에 다시 모여 늙은 크림의 위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잭 부루스나 진저 베이커였지만 그들의 베이스와 드럼의 목소리만은 여전히 젊고 싱싱하게 들렸다.
크림은 60년대 후반 전 세계 락밴드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준 위대한 밴드다. 그들의 목표는 크림을 뛰어넘는 강력하고 선명하고 조화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많은 밴드들이 그 목표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비록 음악적으로는 크림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지 모르나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었던 역사적 진실이 존재한다. 블루스락과 하드락, 사이키델릭락을 통폐합한 마지막 수퍼밴드라는 시간 앞의 진실이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글쓴이 최동훈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로 활동하였으며 광고 회사를 운영하였다. 어느날 런던에 매료된 그는 문화가 현대인을 올바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신념을 붙들고 런던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londonv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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