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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발견 -31회 사무실 파티 규칙

hherald 2011.02.14 18:05 조회 수 : 9026

 

사무실 파티에는 한층 강화된 형태로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누구나 그렇듯이, 모든 회사에서 사무직이나 생산직에 상관없이 종업원을 위한 파티에 이를 적용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파티는 예외 없이 무질서하고 방탕한 술판과 잡다한 난장판이 관습으로 확립된 의례이다. 이에 관한 SIRC의 광범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나는 사회적 . 문화적 음주에 관해 몇 가지 연구를 했다.
 

 

흔히 크리스마스 시즌이 가까워지면 기자들이 "왜 사람들이 항상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행패를 부리는지" 묻는 전화를 걸어온다. 답은,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는 행패를 부리라고 만들어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불문율의 규칙에 그렇게 쓰여 있다. 행패 부릴 게 뻔하고 또 그게 관례이다.

 

행패라고 해서 딱히 타락하고 불쾌한 행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 영국인들 사이에 허용되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탈억제 행동을 말할 뿐이다. SIRC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0퍼센트는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어떤 형태로든 행패를 부렸다. 그러나 좀 심하게 즐겼다는 답이 제일 흔했고, 70퍼센트는 너무 많이 먹고 마셨다는 정도였다. 또한 장난 삼아 이성 동료에서 집적거리고 키스와 애무를 하며 심한 농담도 하고 바보스러운 짓을 해보는 것은 크리스마스 사무실 파티의 기본 메뉴였다.

 

그래서 서른 살 이하의 직원 50퍼센트가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는 장난으로 이성 동료에게 직접거리고 키스와 애무를 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었고, 60퍼센트는 바보짓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30~40대는 조금더 억제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40퍼센트가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얘기를 해서 바보짓을 해보았다고 한다. 비록 이 축제 무드의 수다가 부끄러움을 유발하긴 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37퍼센트가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적이나 라이벌과 친구가 되었거나 화해를 했고, 13퍼센트가 용기를 내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상대에게 고백했다고 한다.

 

그러나 심지어 사무실 파티에서 가장 기이하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조차 그저 어릿광대처럼 보인다. 영국 직장인과의 약식 인터뷰에서 "대개 사무실 파티에서는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하느냐"고 묻자, 제보자는 사무실 복사기에 엉덩이(때로는 가슴도)를 복사하는 것이 전통처럼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얼마나 흔히 일어나는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이 어디에서건 기본 메뉴가 되었다는 사실에서 이 파티에 대한 기대와 불문율 그리고 영국인이 해방의식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나는 앞으로 다른 종류의 '기존 가치에서 일시적인 해방감을 느끼는 특권' '합벅적 일탈 (legitimized deviance)' '중간 휴식 형태 (time-out behaviour)' 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얘기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 자신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은, 위의 용어들은 단순히 학술적인 이유로 색다르게 '긴장을 풀고 마음껏 놀아본다'를 일컫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격정을 마구 발산하고 놀고 싶은 대로 노는 게 아니다. 이는 분명 임시 이벤트고, 일상에서의 관례화된 일탈이며, 이 안에서는 일부 규칙은 깨도 좋으나 몇 가지만 그러하고 그것도 규칙에 따른다.

 

영국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연례 사무실 파티를 로마시대의 난장판 술자리였던 것처럼 얘기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분 좋은 착각이거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방탕한 술판에서의 과식과 과음, 평소에 하던 것과는 다른 화려한 춤과 노래, 스커트가 너무 짧거나 많이 내려온 정도에 머문다. 약간의 육체적 희롱과 허락 받지 않은 애무나 키스의 탐닉, 동료에게 평소와 다른 노골적인 발언 몇 마디, 상관에게 좀 무례한 발언을 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기분이 확실히 풀리면 엉덩이나 가슴을 복사하는 게 고작이다.

 

거기에는 예외와 약간의 변형도 있으나 이 정도가 한계이다. 몇몇 젊은 직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유머를 늘어놓는 식으로 보이지 않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바람에 경력에 오점을 남겨 이 규칙을 아주 힘들게 배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본능적으로 규칙을 따르고, 사무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일어난 일을 애기할 때 대단히 과장해야 하는 규칙까지도 잘 지킨다.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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