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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사람은 무언가를 반복하게 되면 길들여지고 익숙해지는 법입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숙달된다는 의미로는 좋은 뜻입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는 것에는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는 법입니다. 익숙해 지면 감사했던 일들이 당연한 것이 됩니다. 설렘도 사라집니다. 아름다움도 사라지는 법입니다. 길들여 지면 고맙다는 느낌이 사라지게 되는 무서운 중병에 걸리게 됩니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익숙해지는 것이기에 편리함은 있다지만 마음이 무뎌지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예를 갖추고 최선의 인격으로 대하지만 익숙해지고 그 사람에 길들여 지면 함부로 대하게 됩니다. 말이 자유로워지고, 행동도 처음과 같지 않습니다. 

 

열역학법칙 제2 법칙에 엔트로피(entropy) 법칙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질서정연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질서하게 되는 법칙입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들은 모두 질서 정연하게 싹을 틔웁니다. 인간의 감성으로 표현하기에 역부족일 만큼 순수함으로 싹을 틔웁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성장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잎들은 어느 순간에 무질서하게 앞다투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삶에도 그러합니다. 처음 이사하여 새롭게 집을 단장했을 때에는 머리카락 하나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도록 모든 것들이 정리정돈 하여 깨끗하게 가꿉니다. 그러다 일 년이 지나고 세월이 지나면서 짐도 많아지고 처음의 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게 됩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격에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친해지려면 말을 놓아야 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말은 그 사람의 인격에 나오는 것입니다. 너무 친해서 존중하지 않는 말을 서로 하게 되면 상처가 됩니다. 친하면 친할수록 말에 대한 엔트로피 법칙을 거부해야 합니다. 특히 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더더욱 그러해야 합니다. 직장생활도 처음에는 설렘으로 출근하고 일하는 모든 것이 신비롭습니다. 그러나 달인이 되었을 때는 설렘도 신비로움도 사라지게 됩니다. 남녀 관계도 그러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잠을 자지 않고 바로바로 메시지에 정성 들인 답장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답장의 속도가 느려지게 되는 법입니다. 과연 인간은 엔트로피 법칙을 거슬러 올라갈 순 없을까요?

요한계시록에 하나님의 음성을 많은 물소리에 비유했습니다. 샘의 근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입니다. 그 물소리는 강 하류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립니다. 모든 것이 하류로 떠내려가지만, 그 강을 거슬러 오르고 올라야 많은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엔트로피의 법칙을 거슬러 올라야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죽은 고기나 힘없는 고기는 강 하류로 떠내려가겠지만 건강하게 살아있는 고기는 상류로 올라갑니다. 거센 물결을 헤치고 오른다는 것은 심장이 뛰는 것이며 순수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물결을 거슬러 오르다 폭포를 만났을지라도 폭포까지라도 헤치고 오르기도 합니다. 

 

산책 기도하는 곳 주변에 새로운 길을 내고 있습니다. 인생은 길에 서 있습니다. 늘 걷던 길이기에 지치고 설렘도 숨을 죽이고 아름다움도 당연한 것이 됩니다. 마음이 굳어져 간다는 의미겠지요. 처음 사역지에 발을 디뎠을 때는 쓰레기통조차도 신기해서 사진을 찍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모습들, 식당, 슈퍼, 나무들, 꽃들, 주변의 환경들은 신비의 나라 그 자체였습니다. 익숙해지다 보니 싫증이 나고 다른 더 멋진 곳을 원하고 동경하게 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덤덤해진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신비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아침에 들려오는 새소리도 언제쯤부턴 가는 잠을 깨우는 소음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날마다 구해야 할 것은 새 마음입니다. 마음이 새로워지면 환경은 바뀌지 않을지라도 새롭게 보이게 됩니다. 같은 사람이지만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이고, 같은 길이지만 새길처럼 설렘이 있게 됩니다. 아주 오래전에 이스라엘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일행을 한국에서부터 안내하는 여행사 직원이 생각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는 몹시도 지쳐 있었습니다. 같은 곳을 방문하고 같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같은 것을 설명하려니 지칠 만도 하겠지요. 그래서 우리 일행 중 한 분이 정중하게 항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온 사람들은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궁금한 것이 많아서 이것저것 질문하는 것들이 안내해 주시는 형제에게는 버거운 직장생활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오늘도 기도합니다. 새 마음으로 걸었던 길을 걷게 해 달라는 원초적 기도입니다. 만남이 새롭기를 기도합니다. 일상의 삶이 설렘으로 가득하길 기도합니다. 여전히 쓰레기통이 신비롭게 보이기를 기도합니다. 늘 봐왔던 식당과 슈퍼들이 사진에 담을 만큼 신비해 보이기를 기도합니다. 익숙해지기에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기에 전문가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환경이 아니라 마음이 문제이니까요. 육신은 익숙해져 가지만 속 사람은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기도합니다. 엔트로피 법칙의 강을 거슬러 올라 많은 물소리의 거룩한 음성을 들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후4:16)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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