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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나는 이 장에 있는 규칙을 자세히 보면서 이것들이 영국인다움에 대해 무엇을 얘기해주는지 찾아내려고 노력하면서 내 판단을 여백에 쓰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얼마나 자주 중용이란 단어를 쓰는지 알고서 놀랐다. 이는 책 전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만 특히 축제와 휴가, 파티, 그리고 다른 기념일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장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나오는 것은 좀 놀랍다. 
어쩌면 놀랄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영국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용을 얘기하면서 나는 영국인의 극단 과잉, 강렬의 기피만이 아니라 균형감각에 대해서도 얘기하고자 한다. 우리가 중용을 원하는 이유는 페어플레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들면 우리들의 타협 성향은 몇가지 버릇, 즉 무감동 보수성, 모호성처럼, 중용과 페어플레이가 합쳐져서 나온 것이다. 
종교에 관한 따뜻한 무관심, 중립, 관용적인 태도 등도 중용과 페어플레이의 합작품에 예의 조금, 유머조금, 평등주의 한두 줌 정도가 보내진 것이다. (어머! 어쩌나? 규칙의 방정식을 만드는 얘기를 하다 요리사의 말투처럼 바뀌었네. 이건 최종 도표를 만드는데 좋은 징조는 아닌 것 같다.)
이 장에서 또오른 중요한 주제도 거의 매번 등장하는 동일한 혐의 몰록이다. 이제 우리는 더 명확하게, 우리의 행동을 규제하는 많은 구칙이 두세 개의 결정적인 특성의 혼합체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낮추어 말하기 규칙의 자녀 이야기 하기는 분명 겸손과 위선 (이 둘은 서로 따라다니는 것 같다)에 풍부한 유머가 살짝 깔린 것이다.
사춘기 십대들을 외면하기는 영국인의 사교 불편증의 또하나의 실례이다. 
사춘기와 청소년기는 이 사교 불편증 형성에서 결정적인 단계이다. (강렬한 호르몬에 의해 유발되는지 혹은 악화되든지 한다). 우리가 십대들의 사춘기를 인정하기를 주저하는 방법은 단순히 부정하는 것이다. 모래속에 머리를 박고 현실을 안 보겠다는 행동 자체가 사교 불편증의 반영이다. 사교 불편증은 의례에 의해 어느 정도는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십대는 사회의 축복같은 공식통과의례를 인정 받지 못해 사춘기를 자기네들끼리 만들었다. (갭이어 수난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레를 통해 이들에게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시기가 너무 늦고, 이 특헤를 소수만 누린다. 
신입생 주간 규칙은 사교불편증과 영국인 고유의 '무질서 속의 질서'가 합쳐진 것이다. 임시로라도 사교 불편증은 술과 의례로 고쳐지는데, '무질서 속의 질서'는 극단을 싫어하고 그 중간을 원하는 우리의 기질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시험과 졸업 규칙에는 겸손과 (항상 따라다니는 ) 같은 크기의 위선에다 불만한탄과 유머와 중용이 양념으로 들어가 있다. 
우리의 결혼 의례는 사교불편증 증상에서도 두드러기를 유발시켰다. 돈 얘기 금기는 사교 불편중. 겸손 위선의 혼합체인데 계급에 따라 변동한다. 
결혼식에서는 사교불편증이 유머로 누그러질 수 있음을 보았고, 고통스러운 장례식 실험을 통해 이 사교 불편증이 유머라는 약이 없으면 얼마나 악화되는지를 증명했다. 그리고 중용의 사랑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눈물량 할당은 중용과 예의와 페어플레이의 결합이다. 
기념 행사 핑계와 이 핑계의 마술적인 힘에 대한 신뢰를 통해서는 사교불편증이 술과 의례에 의해 치유되는 또 하나의 예를 보았다. 크리스 마스 불평엄살과 가식적인 코웃음 치기 규칙은 불만, 한탄, 예의 위선의 합작품이다. 
크리스 마스 선물은 예의와 위선의 혼합물이다. 무질서속에 질서가 있는 송년회 규칙에서는 중용이 다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페어 플레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고 이제는 아주 낯익은  사교 불편증을 치유하려는 술과 의례도 여기에 한 몫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달력의 작은 행사에서도 분명히 나타난다. 휴가도 거의 비슷한데 단지 과잉과 탐닉 제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게 만들었을 따름이다. 이 역시 중용의 사례이다. 
우리들의 모든 통과의례를 관장하는 규칙은 물론 계급의식이었다. 그러나 항상 따라 다니는 위선도 관계되어 있다. 특히 영국인의 겸손과 위선의 특수 혼합은 모든 사회계급이 같은 수준으로 좋아하는 것임이 드러났다. 
우리를 쇠약하게 만드는 사교 불편증으로 부터 탈출하기란 매우 어려운데, 삶의 전환의례, 생일파티 같은 내밀하고 개인적인 이벤트에서 그럴 수 있을 뿐이다. (또 다른 진정한 탈출은 섹스인데 이것도 결국은 개인적인 것이다. ) 사생활에 대한 심한 강박관념도 사교불편증에서 생긴다. 그러나 우리가 사생활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이 사교 불편증이라는 고통으로 부터 구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가까운 가족, 친구, 애인과 함께 우리는 따뜻하고 자연스럽고 놀랄정도로 인간다워진다. 이 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은 이런 우리를 결코 보지 못한다. 혹은 아주 약간만 볼 뿐이다. 당신은 이를 보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거대한 판다가 짝짓기를 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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