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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 미래를 바꾸는 힘

hherald 2022.11.21 17:10 조회 수 : 1218

 
인생 자체가 길입니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성장하여 길에서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길을 다시 걷게 되는 것이 인생입니다. 인생이 걸어야 할 길이 소중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이지만 때론 그 소중함을 망각합니다. 가야 할 길을 가야 하지만 그 길을 가지 않고, 가지 말아야 할 길이지만 그 길을 꼭 가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타인의 길은 잘 보여서 훈수를 들 수 있지만 내 인생이 걸어야 할 길은 짙은 안개에 가려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길의 끝을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길 중간마다 선물로 주어진 아름다운 쉼터도 발견할 수 없게 됩니다. 
 
걸어온 뒤안길도 때론 보이질 않습니다. 현실의 길이 너무 버겁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길을 걷다 보니 지쳐 마음이 무뎌진 까닭입니다. 가벼운 맘으로 길을 걸어도 힘든 인생길인데 좁디좁은 인생 수레에 세상 모든 짐을 담고서 홀로 끌고 가야 하기에 길을 걸음에 대한 아름다움과 행복보다는 피로감이 쌓여서 지치게 됩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때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정반대로 더 무거운 짐이 되는 때도 있습니다. 타인이 짐이 되기도 하고, 내가 타인에게 짐이 되기도 합니다. 그가 존재하기 때문에 내 짐이 가벼워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존재함으로 그의 인생 짐이 가벼워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벼움보다는 무거움이 더 지배적인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됩니다.
 
길은 홀로 갈 수 없습니다. 홀로 간다면 가벼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홀로 가는 것이 잠깐은 홀가분할 것 같지만 멀리 갈 순 없습니다. 다소 짐이 되더라도 함께 가야 합니다. 함께 할 때 같이의 가치를 깨닫게 됩니다. 때론 무거울지라도, 때론 가벼울지라도 그 모든 것은 길을 걸어야 하는 인생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무거울지라도 낙망하지 말고, 가볍다 하여 자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길 위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그 누구도 완벽하게 배우고 난 후에 길을 나선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길 위에서 태어나 길 위에서 성장한다는 말이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잠시 길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길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더 멋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집니다. 
 
그러나 인생은 한순간도 길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인생의 숙명이 아닙니다. 사람에게 맡겨진 거룩한 사명입니다. 사명이기에 한 발짝씩 딛는 길이 소중한 것입니다. 때론 실패하여 넘어졌을지라도 그 넘어짐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인생길에 소중한 디딤돌이 됩니다. 실상 길은 버려질 것이 없습니다. 실패한 길일지라도 그 길로 인하여 성공의 길이 될 수 있는 버팀 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길 끝이 어디로 향하는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길에서 태어난 인생, 그 길을 걸으며 기쁨을 얻고 슬픔을 얻기도 합니다. 길은 홀로 갈 수 없기에 동역자를 만나고 그와 함께 울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하면서 길을 걷게 됩니다. 쉼이 필요할 때는 잠시 쉬어 가면 됩니다. 그러면서 뛸 때는 뛰어야 합니다. 인생길은 어느 순간으로 평가내릴 수 없습니다. 잠시 길을 잃었을 때도 그 길 자체가 인생의 자양분이 됩니다. 현대인들은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여 목적지를 가기 때문에 몇 번 방문해야 만이 길이 익숙해집니다. 지도를 보며 물어물어 목적지를 찾았던 시절에는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였기에 한 번 갔던 길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인생길에 내비게이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반면 목적지만을 향해 곧장 가는 것은 마치 인생이 기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길을 잘못 들어 잠시 쉬어 가다 보면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인생에 기억날 만큼의 아름다운 풍광을 만나기도 합니다. 정우성 안성기 주연한 2014년에 개봉된 영화 ‘신의 한 수’의 대사가 기억납니다. 안성기 배우의 역은 주님 역할로서 시각장애인으로서 바둑의 고수입니다. 만약 신의 한 수가 있다면 어디에 둘 것이냐 물었습니다. 세상엔 신의 한 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합니다. 바둑처럼 한 수를 두어서 죽었던 패를 살릴 수 있는 묘수는 바둑판에만 존재하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신의 한 수는 주어진 길을 성실하게 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길이 아닙니다. 반복되는 길에서입니다. 어제 만난 사람을 오늘 만나야 하고, 마음이 바뀌고 생각이 변화를 가져왔다 할지라도 삶의 환경은 바뀌지 않습니다. 여전한 직장 생활에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공간에서 살아야 합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먹기 싫은 음식을 때론 먹어야 합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을 가야 하고,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을 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삶의 무게의 피로감이 짓누를지라도 그 길을 묵묵하게 걸어야 합니다. 그렇게 걷다 보면 길 끝에서 신의 한 수를 이미 선물로 받았다는 것을 뒤안길을 돌아보면서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앞을 볼 수 없습니다. 미래를 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미래를 볼 수 없게 하신 것은 어떻게 보면 그것이 신의 한 수의 축복입니다. 미래를 볼 수 없기에 성실하게 오늘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비록 인간은 미래를 볼 수 없지만 실상 볼 수 있습니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삶을 통하여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봐야 합니다. 어디에서 넘어졌는지 그곳을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디가 오르막길인지, 어디가 내리막길인지, 어디에 숲이 있고, 어디가 직선 도로인지를 봐야 합니다. 분명 과거의 길은 내 인생의 미래에도 되풀이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 걸어 봤기에 그래서 미래의 길이 낯설지 않게 됩니다.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볼 수 있는 인생길입니다. 오늘은 과거에 완성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시작입니다. 비록 내가 걸어온 길이 고통이고 좌절의 늪으로 가득한 길일지라도 그 절망의 길이 내일로 연결되지 않도록 오늘을 살아가는 내게 그 길의 미래를 바꿀 힘이 있습니다.
 
 
 

박심원 목사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parkseem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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