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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기도 세리머니를 꼭 해야 하나

hherald 2010.07.17 19:38 조회 수 : 1965

월드컵 예선 그리스전에서 우리가 이겼다. 2골을 넣었는데 기독교 신자인 선수가 골을 넣지 않아 기도 세리머니는 없었다. 당당히 이긴 모습이 좋았는데 경기가 끝나고 한국 선수 몇 명이 운동장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기도하는 모습이 싱가포르 월드컵 방송을 타고 중계되었다고 한다. 당연히 23명의 선수 모두가 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 신자인 선수들만 둘러앉아 기도한 것이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선수들이 기도 세리머니를 자제해야 한다고 요청한 적이 있다. 블래터 회장이 남아공월드컵 대회에서 선수들이 경기 중 종교와 관련된 세리머니를 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파라과이 복음주의 사제 협회가 유독 공식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협회는 "기도는 폭력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우정과 형제애, 평화의 상징이다"며 "기도를 제한하는 것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기도 세리머니, 꼭 해야 하는 걸까. 한국선수로는 박주영, 이근호 등이 골을 넣고 나서 기도를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 그런데 프랑스 리그에서 뛰는 박주영 선수의 플레이를 TV로 보면 그가 골을 넣고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기도 세리머니를 펼치니 골을 넣은 것을 축하해 주러 온  동료 선수들이 뻘쭘하게 박주영 선수 주위에 서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모습을 두고 비판하는 측은 축구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니며, 골을 넣은 것도 혼자서 한 것이 아닌 만큼 골을 넣은 선수의 세리머니는 동료 선수와 기뻐하는 축하의 순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주영 선수가 믿는 하나님께 감사하기 보다는 동료와 기쁨을 나누는 게 먼저라고 얘길 한다.

 

세레모니(Ceremony)는 사전적으로 격식이나 예절을 갖춘 의식이나 행사를 뜻한다. 하지만 최근 세레모니라는 말은 스포츠 경기에서 더 자주 등장해 운동선수가 골을 기록했거나 경기에서 승리를 했을때의 환희에 찬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을 말한다. 선수마다 독특한 골 세리머니가 있지만 이런 종교적 세리머니는 팀 동료에게 이질감을 심어주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을 자주 받는다.

 

우리나라 기도 세리머니의 원조는 1970년대 할렐루야 축구단의 이영무 선수로 일컬어지는데 1975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배 대회에서 말레이시아와의 결승에서 그는 결승골을 넣고 자신도 모르게 기도를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모슬렘이 가득한 그 곳에서 기도 세레모니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온 것이라고 했는데 세상의 평가는 그의 긍지와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상대팀 팬을 도발하는 자극적인 것이었다는 평가다. 물론 승리감에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며 누구도 제한을 두는 것은 곤란하지만 유독 기도 세리머니는 이런 논란을 종종 낳는다.

 

월드컵에서 기도 세리머니를 꼭 선보여야 할까. 월드컵을 종교의 신념을 표현하는 장으로 굳이 만들 필요가 있나. 모든 종교, 인종, 문화가 아우러지는 장이 되어야 월드컵이지. 관중을 기쁘게 하고 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세리머니는 얼마든지 있는데.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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