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오드리 헵번의 가언선행 嘉言善行

hherald 2019.04.15 17:14 조회 수 : 4555

 

할리우드의 요정이라 불리는 오드리 헵번은 아름다운 삶을 산 여성으로 평가받는다. 배우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은퇴 후 말년에 유니세프 UNICEF에 헌신해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 박애정신 때문에 삶이 더 아름다웠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생전에 좋은 말을 많이 했고 그 때문에 유명한 말도 많이 남겼다. 좋은 말과 착한 행동, 가히 가언선행 嘉言善行이라 부를 만하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손이 두 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는 자신을 돕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다.> 이 문장은 오드리 헵번의 유언이라고 자주 인용되는데 사실은 그녀가 좋아했던 샘 레벤슨이라는 시인의 시구 詩句다. 죽기 전에 자녀에게 들려주기도 했다는데 남을 돕는 삶으로 그녀가 좋아했던 이 시구를 몸소 실천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가 어린 시절, 2차 대전 중 네덜란드에서 레지스탕스를 도왔다는 사실이 책으로 소개돼 또다시 은막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무대의 히로인으로 떠올랐다.

 

2차 대전 중 그녀가 힘든 삶을 살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발레를 공부하던 10대 소녀 헵번은 네덜란드에서 전쟁을 겪었는데 삼촌과 형제가 강제수용소에 가고 처형되는 것을 목격했으며 굶주림에 튤립 뿌리를 캐 먹고 쓰레기를 뒤져 먹었다고 한다. 이때 영양부족으로 생긴 호흡기 질환, 급성 빈혈을 평생 앓았다. 63살까지 살았으니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떴다고 할 수 있는데 전쟁의 영향이 크다. 전쟁 중 너무 배가 고파 170센티 키에 39킬로까지 빠졌는데 아사 직전에 네덜란드 병사가 준 초콜릿을 먹고 살았다고. 헵번은 배우가 돼 건강과 몸매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식단 관리, 운동을 했지만 이때 생긴 초콜릿 사랑만은 끊지 못했다고 한다. 

 

전쟁 중 겪은 고통으로 후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 직접 도우며 실천하는 삶, 그 가운데서도 빛나는 겸손 같은 것이 생겼을 것으로 사람들은 판단한다. 죽기 1년 전, 암 투병 중에도 소말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때 해맑게 웃는 60대 할머니 헵번의 모습이 '로마의 휴일'에서 보여준 20대 할리우드 요정 헵번 못지않게 예쁘다는 다큐멘터리가 한국에 방연된 바 있다. 공익광고에서도 써먹곤 했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국인을 야만족이라고 경멸했을 때 햅번이 "개고기가 문제냐. 전쟁 터지면 그보다 더한 것도 먹는다. 당신은 그 전쟁 안 겪어 봤나?"라며 꼬집었다, 

 

헵번은 네덜란드의 저명한 레지스탕스 지도자 밑에서 대원을 지원하고 모금 활동을 하고 고립된 연합군 공수대원들을 숨겨주고 음식과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공수부대원은 헵번의 집 지하실에 숨어지내다 탈출했다고 고백했는데 그녀는 유명해지고 난 후에도 이 사실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영국 TV에 CG로 재현한 오드리 헵번의 초콜릿 광고가 나온다. 말과 행동이 다 아름다운 여인, 헵번을 살린 초콜릿의 일화까지 떠올리며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헤럴드 김종백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6 입시 문제 잔혹사 - 교과서가 진실보다 앞선다? hherald 2014.11.03
205 백범마저 부인하는 친일 후손들의 역사 왜곡 hherald 2014.11.03
204 반면교사, 사우디의 여성의 운전을 허하라? hherald 2014.10.20
203 해묵은 농담 "질소를 샀더니 덤으로 과자를 주더라" hherald 2014.10.13
202 우리말과 우리글의 적은 누구일까 hherald 2014.10.06
201 자선 경매에 나온 교황의 하얀 모자 hherald 2014.09.22
200 애국가 낮춰 부르기에 얽힌 음모론? hherald 2014.09.15
199 대통령의 명절 선물 hherald 2014.09.08
198 추석, 차례상이 그립네요 hherald 2014.09.01
197 간절한 손… 터지는 눈물, 그리고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hherald 2014.08.18
196 관광공사, 이래저래 유감입니다 hherald 2014.08.11
195 현실이 된 재앙 '에볼라 바이러스' hherald 2014.08.04
194 '영수'에서 '민준'으로, '순자'에서 '서윤'으로 hherald 2014.08.01
193 문화원과 동포사회의 상생 hherald 2014.08.01
192 유병언의 유럽 사진전, 거장들의 낯뜨거운 찬사 hherald 2014.07.07
191 스포츠 단두대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 hherald 2014.06.23
190 문창극의 사퇴도 하나님의 뜻? hherald 2014.06.16
189 수만 명의 한인보다 800명의 녹색당? hherald 2014.06.09
188 월드컵의 확률, 예측은 예측일뿐 hherald 2014.06.02
187 해묵은 다툼 - 예수가 세례받은 곳 hherald 2014.05.26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