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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혁명 이름보다 더 큰 의미

hherald 2011.02.14 17:52 조회 수 : 6900

 


30년간 이집트를 지배했던 무바라크 대통령이 시민혁명으로 물러났다. 그를 몰아낸 이집트 시민혁명을 외신과 네티즌들이 '코샤리(Koshary)' 혁명이라 부르고 있다. 고상한 이름의 혁명보다 이집트 서민층이 즐겨 먹는 전통음식을 혁명 앞에 붙여 놓으니 이번 혁명이 진정한 이집트 민중혁명이었음을 느끼게 해준다.

 

'혁명(革命)'은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천명이 바뀐다'는 뜻이다. 근대에 와서 일본학자들이 영어 'Revolution'을 '혁명'으로 번역했다. 'Revolution'의 본래 의미는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공전(公轉)’이라는 데서 시작됐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의 저서 <천구의 회전에 대하여>에 나오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 많이 들은 말일 것이다. 지구가 움직인다는 것을 처음으로 주장한 그의 지동설이 가히 과학혁명적이어서 그랬는지 이 단어는 흔히 우리가 아는 '통치권력이 갑작스럽게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혁명'이 되었다.

 

통치권력이 바뀌는 것을 의미지만 혁명은 민중의 참여로 권력의 근간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일부 집단의 무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변인 '쿠데타'와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5.16 같은 것은 쿠데타라고 하지 혁명이라 부르지 않는다.

 

혁명은 나름대로 상징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 꽃 이름이 붙은 혁명을 보면 우선 그루지야 시민혁명은 '장미혁명'이라 부른다. 2003년 11월 그루지야 대선 과정에서 당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의 부정선거에 항의해 시민들이 장미를 들고 대규모 시위를 벌여 붙여진 이름이다. 2005년 키르기스스탄에서 정권의 부정선거에 반발해 일어난 민주화 운동은 그곳 산악지대의 자생 꽃을 따서 '튤립 혁명'으로 부른다.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해서 거의 56년 동안 두 명의 대통령이 있었던 튀니지, 철권통치자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아프리카의 시민혁명이 된 튀니지의 이번 혁명은 국화인 재스민에서 이름을 따 '재스민 혁명'이라 이름 지어졌다.

 

색깔을 이름으로 한 혁명도 많다.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시민혁명은 야당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따서 '오렌지 혁명'으로 불리고 군사정권에 항거한 승려들의 반정부 시위로 거리가 짙은 황색으로 물들었던 2007년 미얀마, 미완으로 끝난 이 혁명은 승려들의 승복 색깔을 따서 '샤프란(saffron) 혁명'으로 불리고 있다.

 

무바라크를 밀어낸 '코샤리 혁명'은 이름이 붙어진 사연부터 민중적이다. 시위가 한창일 때 이집트 국영TV는 시위대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을 먹으며 시위를 한다고 왜곡보도했다. 인구 40%가 하루 수입 2달러 미만인 저소득층인 이집트에서 시위에 나선 서민들은 비싼 KFC를 사 먹을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싼 전통음식 코샤리를 먹으며 시위를 했다. 이집트 국영TV의 왜곡 보도에 저항해 붙여진 가장 민중적인 이름의 혁명. 그 어떤 우아한 명칭의 혁명보다 더 큰 의미를 주고 있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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