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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노무현 장학금과 정수장학금

hherald 2014.03.03 18:59 조회 수 : 1442

 


장학금이란 학업 성과가 뛰어난 학생에게는 학문과 연구를 장려하려는 목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는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려고 제공되는 돈이다. 그런데 이것은 지극히 사전적인 의미이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장학금 수여 현장의 모습에는 공부 좀 하면서 가정형편은 어려운 학생이 떠오른다. 이른바 이런 '개천에서 나온 용'같은 장학금 수혜자도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노무현재단이 주는 '노무현 장학금'이 있다. 민주주의, 정의 등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해온 가치를 계승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에 시작됐다. 올해로 5년째다. 노무현 장학금은 '꼴찌도 장학생이 될 수 있다'는 독특한 심사기준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진취적인 자세로 이웃과 지역사회에 봉사해 온 학생들을 지원한다. 2010년 처음 시작할 때 8명을 선발했는데 올해는 53명으로 부쩍 늘었다. 

노무현 장학금의 수혜자 선발 기준은 가정형편, 사회참여의식, 자기계발 역량, 봉사활동, 리더십, 성품 등이다. 그러다 보니 지역사회나 비정부기구 등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벌이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 온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특이한 점은 2012년 쌍용차 사태와 용산참사 희생자 자녀들이 많이 선발됐는데 올해는 철도파업 참여 근로자 자녀들이 많이 장학생으로 뽑혔다. 사회적 약자에 남다른 관심을 쏟았던 노 전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기리겠다는 게 재단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노무현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노무현 키즈'로 부르며 이들이 향후 노무현정신을 이어받은 민주진영 지지자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쎄. 장학금을 받은 조건으로 특정행위나 사고를 강요받는 건 장학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전망은 아마도 장학금을 통해 정치적 지지세력이 형성되는 대표적인 경우로 꼽히는 정수장학회 영향이 아닐까 판단된다.

정수장학회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1962년 설립된 후 50여 년간 3만 8천여 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장학금을 받고 있는 대학생의 모임이 ‘청오회’이고, ‘청오회’의 오비 멤버들이 모인 단체가 ‘상청회’다. 청와대 비서실장인 김기춘 씨, 7인회의 현경대 씨 등이 상청회 멤버다. 정수장학금은 아주 특별한 장학금이다. 장학금을 제공하는 측의 입장과 철학을 수혜자에게 강요하고, 제공하는 측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 참여를 강제한다. 물론 노골적인 강제는 아니나 앞서 말한 친목단체를 통해 본인뿐 아니라 부모까지 의무적인 행사 참석을 강요한다. 청오회의 어느 지회는 <공식모임에 2회 이상 연속으로 참여하지 않을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하고 장학금 지급을 중단 한다>는 강제조항이 회칙에 있을 정도다. 수혜자 면접을 보러온 학생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해 장학금을 받은 대가로 매년 10월 박정희 추도식, 8월 육영수 추도식, 11월 박정희 탄생일 생가 방문 등의 행사에 참석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여름수련회, 송년회, 신년회 등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노무현 장학금의 노무현 키즈를 걱정한다? 노무현 장학금은 정수장학금이 아닌데 뭘 우려하는지.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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