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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찌라시 핑계

hherald 2013.11.18 19:16 조회 수 : 2225




<찌라시>라는 영화가 내년에 개봉된다. 정확한 제목은 ‘위험한 소문 : 찌라시’인데 성공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온 여배우의 매니저가 증권가 찌라시로 인해 목숨을 잃은 여배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얘기다. 이처럼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찌라시의 제물이 된 연예인은 한둘이 아니다.

증권가에 떠도는 출처 불명의 정보지인 찌라시가 왜 유독 연예인을 많이 다룰까. 증권가의 정보지인데 연예인과의 연관성이라고는 기업의 모델 정도가 아닐까. 모델의 이미지 하락이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시콜콜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캐고 까발리는 걸까? 나훈아가 야쿠자에게 신체 중요부위를 잃었다거나, 최진실이 거액의 사채놀이를 한다는 거나, 피겨 여왕 김연아의 부모가 별거하고 있다는 허위 루머가 만들어진 곳이 찌라시다. 걸핏하면 여자 연예인이 임신하고, 잘사는 연예인 부부가 이혼하고, 아이돌 스타의 숨겨진 동영상이 있네 마네 하는 곳이 찌라시다. 대부분 사실이 아니지만 사실이라고 쳐도 그게 무슨 유용한 증권가의 정보란 말인가.

찌라시란 신문지 사이에 끼워 보내는 광고 전단나 선전지를 말하는데 어원은 일본어 <散(ち)らし>다. 일본 주부에게는 신문에 끼워진 <散(ち)らし>를 보고 가사에 도움이 되는 싼 물건을 구입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 중요한 일과라고 한다. 그런데 증권가의 정보지인 찌라시는 그 기능도 못 하고 오히려 오염된 정보가 가득하다. 출처는 대부분 "나도 어디선가 들었다"는 식이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수준 낮은 정보가 가득하니 연예인을 루머로 볶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런데 진짜 놀랄 일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이런 찌라시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내용'을 구했다.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 찌라시로 유출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공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의원은 “대화록을 본 적은 없고 보고받은 ‘정보지’ 내용을 검토해 발언한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만약 토씨까지 틀리지 않은 대화록이 국정원에서 찌라시로 빠져나왔다면 국정원은 무용지물인 셈이다. 

찌라시 핑계를 댄 사건은 이전에 있었다. 지난 6월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관련 공판에서 경찰 정보라인의 찌라시 보고를 통해 차명계좌의 존재를 알게됐다는 말을 했다. 이제 "모른다"거나 "기억이 없다"는 핑계는 진부해서 "찌라시에서 봤다"는 핑계가 난무할 판이다.

여의도의 속설에 <찌라시는 90%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카더라' 방송의 진원지라는 찌라시를 이제 감히 의심할 수 있을까. 김무성 의원 말대로라면 국정원의 국가 기밀도 찌라시로 읽을 수 있는데... 그는 앞뒤를 생각하고 찌라시 핑계를 대기나 한 걸까.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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