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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올해도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1968년부터 이어진 연례행사다. 아시겠지만 대통령을 초청한 기도회라 그런지 설교라지만 설교가 아니고 기도라지만 기도가 아닌, 정권에 대한 찬양으로 낯부끄러운 기도회가 됐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올해 목사님들의 설교와 기도는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특히 설교한 어느 목사는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지신 어르신"이며, "세계 몇몇 유명 정치인들과 완전 차별화되셨다"고 말했다. 그런데 차별화됐다는 내용이 왜 이리도 부적절한지... 그는 "그분들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이지만, 대부분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님께서는 여성으로서 미와 덕 그리고 모성애적인 따뜻한 미소까지 갖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런, 외국 여성 지도자 몸매 흉보고 상대적으로 박 대통령 띄우는 설교라니. 취임 초 기도회에서는 훌륭한 여성 대통령이 뽑힌 것은 100% 교회의 영향이라면서 "미국과 중국은 여성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따라오지 못한다."라는 농담도 못 되는 설교가 나오기도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이런 정권 찬양의 기도회가 된 데는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 기도회를 만든 고 김준곤 목사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향한 기도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룩하려는 나라가 속히 임하길 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기도 아닌가. 기도가 이 정도였는데 그는 이어서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했다. 정말 유구무언이다. 10월 유신이 발표돼도 국가조찬기도회는 열렸다. 김 목사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하겠다. 10월 유신은 실로 세계 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하긴 1980년에 비하면 찬양도 아니다. 당시 개신교 목사들은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다. 당시 조찬기도회는 공중파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기도회에 참석한 목사들은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 사회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칭송했고 급기야 전두환을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여호수아에 비교했다. 이쯤 되면 이것을 기도라고 할 수 있을까.

 

4.19로 태어난 정권이나 5.16으로 태어난 정권이나 모든 정권과 보수 기독교 세력은 유착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하물며 5공 6공은... 양립하기 어려운 정체성의 정권과 모두 유착한 것을 기독교의 박애심으로 볼까. 아님 권력 숭배로 봐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을 세계적 여성 지도자로 한껏 띄운 기도회가 있고 며칠 뒤 총신대가 여성 목사 안수가 이뤄지게 해달라고 공개 석상에서 기도한 신학자를 강의에서 빼고 여성학 강의를 폐지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성 목사 안수는 택도 없다. 어디 여자가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와"라던 목사님들도 여자도 대통령이 되면 제대로 대우를 하니 역시 다시 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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