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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영국한인사 英國韓人史

hherald 2015.09.07 18:43 조회 수 : 1010

 

<한 장의 사진이 백 마디 말보다 위대했다.>는 말은 장문의 기사보다 한 장의 사진이 사건의 사실이나 현장을 더 정확히 전달할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최근 이 말이 유독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은 시리아의 세 살배기 난민 꼬마의 엎드린 시신 사진이 주는 파급력을 정확히 묘사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 한 장이 난민 문제에 대한 어떤 기사나 말들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초유의 난민사태로 갈팡질팡하는 유럽과 이를 지켜만 보던 지구촌에 '더이상 난민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 다르지만 사진이 주는 메시지와 파급력에 대한 얘기를 오늘은 해야 한다. 적어도 내게는 최근 그런 사건이 있었다. 이번 호 한인헤럴드 1면에 소개된 사진을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어느 지인이 수백 장의 오래된 사진을 무더기로 파는 사람이 있어 옛날 사진이라 흥미로 사서 정리하다 보니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보였고 자세히 보니 한국인이었다며 메일로 그 사진을 내게 보내줬다. 보는 순간 전율했다고 할까. 어느 곳, 누구인지도 모르는 외국인이 갖고 있던 사진, 그 속에서 묻히거나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우연도 기막힌 우연으로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나는 이 사진이 발견되기 전에 수차례 그 지인과 영국한인사의 발간에 대해 얘기를 한 바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엄두가 나지 않고 여력도 없으며 특히 한인사를 발간하는 것은 무척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데 난 절대 그렇지 못해 누군가가 해야 한다고 변죽만 울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김 씨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할 그분의 사진이 네게 준 파급력은 컸다. 어느날 우연히, 한편으로는 불쑥 나타나 이처럼 생생하게 "내가 영국에 이렇게 살았노라"라고 말하는 듯한 이 사진의 의미는 뭘까. 영국 한인사회에 살고 있는 내가 이런 작업에 적어도 방관자는 되지 말라는 경고? 역사의 첫 페이지를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흥미로울 수도 있다는 유혹? 제대로 된 업적 하나 만드는 데 동참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나서라는 부추김이었을까? 

어쨌든 그 사진이 나를 변하게 한 건 맞다. '김 씨 할아버지' 그분의 인생사를 되짚어야 영국 한인의 초기 이민사가 제대로 그려질 것이라는 예감을 사진이 준 메시지라고 억지를 부린다면 이 일에 동참하자는 결심은 사진의 파급력이라고 할까. 

세상에는 사라지는 언어가 많다. 어떤 언어는 그 말을 쓰는 늙은 자매가 죽으면 지구 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고 한다. 사라지는 언어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역사도 기록이 없으면 사라지는 역사가 된다. 영국한인사는 지금 초기 이민사의 주인공인 원로 분들의 기억 속에 있다. 이 역사는 그분들의 기억과 함께 언제 사라질지 모를 운명이다. 채집하고 정리해 남기고 물려야 역사가 된다. 

제대로 된 유럽한인사 한 권 없는데 놀랍게도 오스트리아 한인들은 2012년 '오스트리아 한인사'를 발간했다. 당시 오스트리아 한인회는 책을 준비하며 한인사를 발간하는 이유를<지난날 선배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그 역사를 조명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표상으로 삼으며 나아가 후세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게 하고 재 오스트리아 한인으로서의 역사를 계승 발전 시키는 기회로 삼고자 한인교민사를 편찬하고자 한다>고 했다. 버릴 것 없는 말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한인사회를 이뤘다는 영국 한인들도 이웃 국가의 작은 한인사회에서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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