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요정이라 불리는 오드리 헵번은 아름다운 삶을 산 여성으로 평가받는다. 배우로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은퇴 후 말년에 유니세프 UNICEF에 헌신해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한 박애정신 때문에 삶이 더 아름다웠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생전에 좋은 말을 많이 했고 그 때문에 유명한 말도 많이 남겼다. 좋은 말과 착한 행동, 가히 가언선행 嘉言善行이라 부를 만하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에게 손이 두 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는 자신을 돕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쓸 수 있다.> 이 문장은 오드리 헵번의 유언이라고 자주 인용되는데 사실은 그녀가 좋아했던 샘 레벤슨이라는 시인의 시구 詩句다. 죽기 전에 자녀에게 들려주기도 했다는데 남을 돕는 삶으로 그녀가 좋아했던 이 시구를 몸소 실천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가 어린 시절, 2차 대전 중 네덜란드에서 레지스탕스를 도왔다는 사실이 책으로 소개돼 또다시 은막이 아니라 세상이라는 무대의 히로인으로 떠올랐다.
2차 대전 중 그녀가 힘든 삶을 살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발레를 공부하던 10대 소녀 헵번은 네덜란드에서 전쟁을 겪었는데 삼촌과 형제가 강제수용소에 가고 처형되는 것을 목격했으며 굶주림에 튤립 뿌리를 캐 먹고 쓰레기를 뒤져 먹었다고 한다. 이때 영양부족으로 생긴 호흡기 질환, 급성 빈혈을 평생 앓았다. 63살까지 살았으니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떴다고 할 수 있는데 전쟁의 영향이 크다. 전쟁 중 너무 배가 고파 170센티 키에 39킬로까지 빠졌는데 아사 직전에 네덜란드 병사가 준 초콜릿을 먹고 살았다고. 헵번은 배우가 돼 건강과 몸매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식단 관리, 운동을 했지만 이때 생긴 초콜릿 사랑만은 끊지 못했다고 한다.
전쟁 중 겪은 고통으로 후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 직접 도우며 실천하는 삶, 그 가운데서도 빛나는 겸손 같은 것이 생겼을 것으로 사람들은 판단한다. 죽기 1년 전, 암 투병 중에도 소말리아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이때 해맑게 웃는 60대 할머니 헵번의 모습이 '로마의 휴일'에서 보여준 20대 할리우드 요정 헵번 못지않게 예쁘다는 다큐멘터리가 한국에 방연된 바 있다. 공익광고에서도 써먹곤 했다. 브리지트 바르도가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국인을 야만족이라고 경멸했을 때 햅번이 "개고기가 문제냐. 전쟁 터지면 그보다 더한 것도 먹는다. 당신은 그 전쟁 안 겪어 봤나?"라며 꼬집었다,
헵번은 네덜란드의 저명한 레지스탕스 지도자 밑에서 대원을 지원하고 모금 활동을 하고 고립된 연합군 공수대원들을 숨겨주고 음식과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공수부대원은 헵번의 집 지하실에 숨어지내다 탈출했다고 고백했는데 그녀는 유명해지고 난 후에도 이 사실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영국 TV에 CG로 재현한 오드리 헵번의 초콜릿 광고가 나온다. 말과 행동이 다 아름다운 여인, 헵번을 살린 초콜릿의 일화까지 떠올리며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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