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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술 광고 규제? 모두 사람이 문제다.

hherald 2019.11.11 17:19 조회 수 : 905

 


흔히 이런 비유를 한다. 담뱃갑에는 암 환자가 있는데 술병에는 여성 연예인이 있다. 담배도 술도 같은 1급 발암물질이라는데 우리나라는 술에 유독 관대하다. 정부 대책도 그렇다. 금연을 담당하는 전담부서가 있고 올해 예산이 1,388억이나 된다. 술로 인한 폐해를 담당하는 곳은 없고 예산도 13억에 불과하다.

 

술 회사는 청소년기에 아예 고객으로 확보해야 술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평생 간다는 믿음에 따른 정책으로 어린 여성 연예인을 소주나 맥주 모델로 내세운다. 애처럼 너도 멋지게 마셔봐! 21살의 아이유와 김연아가 소주잔에 입 맞추고 맥주병 앞에서 춤추는 광고가 나왔을 때 24살 이하 연예인과 운동선수는 술 광고 모델로 할 수 없다는 법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당시 왜 24세인가, 라는 논란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19세가 성인인데 왜 막는가, 바로 우리나라 청소년기본법에 9세에서 24세 사이를 청소년이라 했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는 매일 13명이 알코올성 질환으로 목숨을 잃고 알코올 중독자가 130만 명을 넘었다. 미성년 음주도 심각한데 지난해 조사에서 처음 술을 마신 나이가 고작 13살, 폭탄주를 마셔본 미성년자가 30% 넘는다. 

그래서 내년부터 술병에 연예인 사진을 못 붙인다, 술 마시는 모습을 광고할 수 없다, 술 마시고 '카' 소리 내는 광고할 수 없다, 청소년이 TV 보는 7시부터 10시까지 광고할 수 없다 등 대책이 마련됐다. 

 

그런데 술 광고 규제 대책이 지나친 대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술 회사는 술 마시라고 광고하는 건데 술 마시는 모습이나 술 마시고 기분 좋게 카 하는 모습을 금지하면 술 마시지 말라고 광고해야 하느냐는 거다. 그러니까 술이 나쁘다면 아예 광고를 금지해야지 어떤 모습을 광고할 수 없다는 제한적  규정을 두는 건 문제라는 주장이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뭘 비교할 때면 걸핏하면 등장하는 OECD 회원국 중 술병에 연예인 사진이 붙어있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라는 식으로 여자 연예인 사진이라도 빼야 좀 건전한 마케팅이 된다는 분위기가 왠지 억지스럽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몸에 안 좋으면 차라리 못 팔게 해라, 그게 힘들면 차라리 광고를 못 하게 해라, 그게 아니라면 꿀꺽꿀꺽 마시는 건 안 된다, 카 하면 안 된다, 예쁜 연예인 사진 붙이지 마라, 하는 식으로 과잉규제하는 건 억지스럽다는 분위기.

 

술은 원래 워낙 규제가 심한 사업 분야다. 그런데 술 만드는 입장에서 새로 개발한 자기 제품의 강점을 부드러운 목 넘김이나 마신 뒤의 청량감에 뒀다면 꿀꺽꿀꺽 삼키는 목젖과 '카'를 빼고 광고하라 한다면 물론 힘 빠지겠지. 

 

하지만 어쩌랴, 그동안 규제 없이 질주한 음주에 대한 대책으로 정책이 수정된다는데. 대책이 억지스러워도 정책이라는데. <소주병에 젊은 여자 연예인의 사진을 넣어 음주를 미화하는 모습이 보기 불편했다>는 국민 의견을 반영했다는 정부 정책.

 

결국, 술도 사람이 만들고 정책도 사람이 만든다. 정책의 잘잘못을 떠나서 결국, 술이 문제가 아니다. 모두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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