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팔가 해전의 영웅 호레이쇼 넬슨이 죽은 날이 지난달인 10월 21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를 한 주 놓쳐 지금 쓴다.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매일 볼지 모르는 넬슨 경의 동상. 넬슨이 있어서 그 광장이 트라팔가 광장 이랬던가. 그가 없으면 그냥 광장이고…. 아무튼, 프랑스. 스페인 연합군 함대를 물리친 승리와 이긴
뒤 죽었다는 드라마틱한 요소로 거의 전설이 된 넬슨 장군. 곧잘 우리의 영웅 이순신 장군과 비교되곤 한다.
그의 시신은 부패를 막고자 럼 주에 담겨 와서 붉은색 럼주를 '불러디 럼'이라 부른다느니, 일화도 많다.
그런데 그날 들은 이야기는 우리 동네랑 연관이 있다. 그에 관한 얘기 중 이런 영웅담과 달리 완전 막장드라마라 할 해밀턴 부인과의 염분에 관해 내가 몰랐던 많은 것을 듣게 됐다.
넬슨과 해밀턴 부인의 알려진 로맨스를 잠깐 설명하면, 미천한 집안의 엠마 하트라는 여인이 시골에
서 런던으로 와 가정부와 창녀를 거쳐 화가의 모델로 여러 점의 초상화(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 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이 초상화들이있다)를 남겨 유명한 모델로 인기를 얻어 귀족 남자들과 염문을 뿌린다.
그중 한 난봉꾼 귀족 청년이 그녀를 자기 삼촌인 해밀턴 경에게 좀 맡아달라고 하며 버리고 갔다. 당시 60이 넘은 노령의 해밀턴 경은 그녀에게 청혼, 드디어 레이디 해밀턴, 즉 해밀턴 부인이 된다.
그녀의 인생 2장. 나폴리 공국의 영사로 부임한 남편을 따라갔다가 전쟁 영웅 넬슨을 만나게 된다. 전장에서 이미 한쪽 눈과 팔을 잃은 넬슨 역시 부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이 막장인 것이 해밀턴 경의 묵인하에 한집에서 관계가 지속했다는 게다.
그래서 이들의 삼각, 사각 불륜은 당시 호사가들에게 최고의 얘깃거리였다. 소문이 민망해 왕실은 해밀턴 경을 런던으로 소환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이별. 구구절절한 사랑 편지를 엄청 주고받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편지를 모두 해밀턴 경이 고이 간직했다.
넬슨의 군함이 포츠머스 항에 닿을 때마다 해밀턴 부인은 런던에서 달려오고 넬슨은 포츠머스에서 달려가 만난 곳이 길퍼드Guild ford 인근의 펀함Farnham이었다. 당시 러브호텔이 많았던 곳이 판함었다고.
넬슨이 집을 마련해 다시 세 사람이 함께 산 곳이 윔블던 체이서Wimbledon Chase 역 인근, 이들의 데이트 코스는 레인즈 팍 Raynes park에 있는 펍이었다.
그 펍에는 지금도 넬슨 경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지금의 매니저는 사연을 모른다고 했다. 트라팔가 해전을 앞두고 나라의 부름을 받은 넬슨과 엠마 하트가 마지막 밤을 보낸 곳은 윔블던의 집이 아니라 복스 힐Box hill의 버포드브리지 호텔Burfordbridge Hotel이었다.
호텔 매니저는 두 연인이 아침 식사 후 같이 산책을 하고 헤어진 것으로 알려진다고 전한다. 복스 힐의 이 호텔은 한인들도 지금 자주 애용하는 곳이다.
해밀턴 부인의 말년은 비참했다. 정식 부인이 아니라 넬슨의 연금은 받지 못했지만 두 남자가 남긴 재산이 많았는데 낭비벽이 있어 빚지고 구속되기도 한다. 빚쟁이를 피해 간 곳이 프랑스 칼레. 그곳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죽는다.
둘의 얘기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안 리가 주연,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두 배우도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우리 동네 넬슨의 흔적을 되짚다 보니 문득 떠오른 생각. 로맨스가 스캔들이 되는 거, 주인공들이 하기에 달렸나 보다.
헤럴드 김 종백
이번주 단상은 2015년 11월 2일자 단상을 다시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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