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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단상

뉴몰든에는 DMZ가 있다

hherald 2016.11.21 20:17 조회 수 : 1096

 

젊은 날, 대한민국 현역 군인으로 한때를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중에서 육군으로 최전방에서 군생활해본 사람이라면 DMZ를 경험했을 것이다. DMZ에서 군생활한 게 '나는 돈도 빽도 없다'라는 사실을 간접 고백하는 것처럼 들리는 시절도 있었지만, 나는 철원 3사단 백골부대 출신인데 군생활 대부분을 DMZ에서 철책 지키며 보냈다. 철원 DMZ에는 10월이면 눈이 오고 춥고 혹독하지만 고지에서 바라보는 비무장지대에는 넓고 편안한 평야가 있다. 버려진 집터와 우물도 보인다. 후삼국 시대 궁예가 왜 강원도 산골인 철원에 도읍을 세웠을까 이상했는데 내가 본 것은 분명히 그 산골에 꽤 넓은 평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DMZ는 버려진 땅. 비무장지대라지만 실상은 남북 양측의 무장 군인들이 24시간 지키는 중무장지대다. 동물은 평화롭다는데 웬걸 야생동물도 폭 4km를 벗어나지 못하는 철장 속에 사는 셈이다. DMZ는 냉전의 땅이라 철마다 꽃은 피지만 그 어떤 대화도, 이해도 피어나지 않는다.

 

 

서설이 길었는데 그 DMZ가 뉴몰든에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탈북민으로 여기서 쓰겠다) 유럽에서 탈북민이 가장 많이 살고 그들이 기존에 형성된 동포사회랑 여러모로 교류하고 살아서 통일 후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까지 평가되는 이곳에서 DMZ를 느꼈다. 그 DMZ는 몇 명의 목소리 큰 사람들이 모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인 양 다른 의견을 막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성과 합리적인 의견이 힘의 논리에 압도당하는 곳에 DMZ가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지난 토요일 민주평통이 주최하고 대사관이 후원한 '재영동포 화합과 통일염원 강연회'는 마치 왜 모두가 같은 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겁박하는 분위기였다. 협의회장은 마음의 DMZ를 없애자고 만든 자리였겠지만 아, 마음의 DMZ가 강하게 있고 그것을 없앨 마음이 전혀 없는 이들이 통일, 남북, 민족, 이산가족, 분단과 같은 말의 정의를 쥐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날 내용은 이렇다. 평통위원인 모 교수가 '역지사지, 북한 이해하기'란 내용으로 의뢰받은 특강을 했다. <북한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서 벗어나자, 대북정책은 때론 채찍보다 당근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내용으로 흐르자 기대와 달랐던지 어느 탈북민단체의 관계자가 강연을 막았고 앞좌석에도 고함이 나왔다. 교수는 강연 전 비유로 역지사지를 얘기했고 <분단체계의 비극과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충분히 들어볼 만 했지만 듣고 싶은 말만 원하는 이들에 의해 그의 강연은 잔치의 깽판 취급을 받았다.

 

 

나는 그것이 과연 전체 탈북자들의 목소리라고, 그것이 우리 전체 재영한인들의 견해라고 보지 않는다. 왜 영국 한인사회의 목소리 큰 소수는 (남한 출신이든 북한 출신이든) DMZ의 망령을 끼고 사는가. <북한을 단순한 적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동반자로 규정>했던 것이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7.7선언이다. 해외동포의 남북 자유왕래, 이산가족 상호방문, 남북교역 등이 당시 선언 내용이다. 이날 특강은 7.7선언보다 더 나가지도 않았는데 무슨 이유로. 소위 1988년 쌍팔년도 사고보다 더 후퇴하는 동네를 원하는지. 그 자리에서 북괴 北傀 중공 中共 운운할까.

 

그 어떤 대화도, 이해도 피어나지 않는 동토 DMZ는 단 몇 사람이 만들어 간다. 그래서 뉴몰든에는 DMZ가 있다.

 

헤럴드 김 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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