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돌 때마다 으레 괴담이 따랐다.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코로나도 괴담을 양산하고 이를 진짜 믿는 이들이 있는데 문제는 일부 음모론 신봉자는 괴담을 마치 신념처럼 받아들여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어느 독일인이 스위스 백신 위원장을 납치했다가 경찰에 사살됐다. 납치극이 있기 전에 여자친구까지 살해한 코로나 음모론 신봉자였다고 한다.
대형사고가 될뻔한 아찔한 사례가 있다. 2020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차 탈선사고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열차 운전자가 고의로 일으킨 사고였다. 그는 바다에 정박해 있던 병원선과 고의로 충돌하려 바다를 향해 열차를 돌진했다. 로스앤젤레스 해안에 있었던 '머시호'라는 병원선은 코로나 환자가 넘치자 일반 응급 환자를 치료하려 다른 곳에서 LA로 파견된 것인데 열차 운전자는 "머시호의 파견 목적을 믿을 수 없어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일을 해야만 한다."는 코로나 음모론에 기반한 잘못된 신념으로 이런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다행히 열차가 탈선해 사고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애꿎은 병원선과 정말 충돌했으면 어땠을까 아찔하다.
코로나 음모론은 처음 어디서 생겨났는지 마음대로 추측하는 발생설에서 시작해 이제 대부분 백신 불신론으로 옮겨갔다. 백신 반대론자들이 주를 이룬다. '백신을 팔아먹으려고 코로나를 만들었다'에서 좀 더 구체적인 ‘국제사법재판소가 코로나 백신을 반인류범죄행위로 규정했고, 화이자 최고경영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75명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가 이런류의 주장을 해서 문제가 된 바 있다. 과연 몇 명의 의사가 소속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진실규명의사회'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여기 소속된 산부인과 전문의가 “코로나 백신을 배양한 뒤 특수 입체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 확인체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가 근거 없는 잘못된 의학 정보라며 불 끄려고 했는데 코로나 음모론에 길들여진 백신 불신론자들은 '의사까지 이렇게 말했다'며 기름을 붓고 있다.
도대체 허황한 음모론을 왜 믿을까,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음모론에 빠진 이들이 많다. 어느 조사 결과 영국인의 40%가 음모론을 믿는다고 한다.
‘백신접종자의 혈액은 별도 관리된다’, ‘헌혈을 하면 코로나에 감염된다’는 식의 음모론을 믿는 백신 불신론자들은 당연히 의사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병원에는 혈액이 절대 부족하다고 한다. 음모론이란 듣고 보면 그를듯해서 대중의 관심을 끈다는데 글쎄, 이런 음모론은 그럴듯하지도 않은데 왜 그럴까.
하여간 음모론은 꼭 애꿎은 피해자를 만드니 그게 제일 문제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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