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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당신이 통상의 고정관념(stereotype)을 넘어 그 무엇인가를 찾아내기를 바란다"는 것이 내가 영국인다움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했을 때 많이 들은 말이었다. 이 평은 고정관념은 진실이 아니고 그 진실은 고정관념을 넘어선 어딘가에 있다는 얘기 같았다. 나는 이것이 아주 이상하게 느껴졌다. 짐작했듯이, 국민성에 대한 영국인의 고정관념에는 물론 완벽한 진실만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진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그것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로부터 싹이 터서 자란 것일 테니까.
그래서 나의 표준 대답은 "아니오, 나는 고정관념 뒤로 넘어가려는 게 아니고 고정관념 안으로 들어가고자 합니다"였다. 특별히 그걸 찾는 게 아니고 열린 마음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해주었다. 만일 내 조사에서 어떤 영국인의 행동이 고정관념과 연과되는 경우에 그것을 내 시험 접시에 올려 해부하고, 얇게 베어내며, 여러 시험을 하고, 유전인자를풀어 진실의 조각(혹은 유전자)을 찾을 때까지 지지고 볶겠다는 것이다.
그래 맞다! 거기에는 조금 말장난이 섞였을 터이지만 이미 당신은 알아챘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어떻게 보면 흐릿한 개념을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무엇이든 현미경 렌즈 아래 놓으면 아주 달라보인다. 진짜로 나는 영국인의 '내성적 성격' '공손함' '날씨 이야기' '난동' '위선' '사생활' '반지성주의' '줄서기' '타협' '페어플레이' '유모' '계급의식' '괴짜' 등의 고정관념을 찾았는데 이들은 겉에서 그냥 보는 것과는 달랐다. 거기에는 그냥 봐서는 안 보이는 복잡한 몇 겹의 규칙과 구정들이 있었다. 이런 실험실 유추 검사에 너무 흥분하기 전에 나는 영국인다움 프로젝트가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혀줄 문화적인 코드를 찾아내기 위해 영국문화 유전자 게놈을 정리 배열하는 것(혹은 지도, 나는 뭐가 뭔지 절대 알 수 없다)'이라 생각했다.
으음, 예스! 영국문화 유전자 게놈을 정리 배열한다! 아주 거대하고, 진지하며, 야심차고, 인상적인 과학 프로젝트처럼 들린다. 이런 일은 아마 출판계약서에 적힌 시간보다 세 배는 더 소요될 일이다. 특히 차 한잔 마시며 쉬는 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옮긴인 :권 석화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1980년대 초 영국으로 이주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유럽의 잡지를 포함한 도서, 미디어 저작권 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디올림피아드> 등의 편집위원이며 대학과 기업체에서 유럽 문화 전반, 특히 영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kwonsuk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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