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는 과거처럼 전체 한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지금 없다. 이름만 보면 한인을 대표하는 단체인 듯 들리는 <한인무슨무슨>이라는 모임들이 있지만 모두 거창한 이름이 무색하도록 친목회 수준으로 몇 명이 모일 뿐이다. 사람이 적게 모인다고 그 단체의 대표성을 폄훼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 경험으로 한인 열 사람을 붙들고 물어보면 아홉은 그런 단체를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그럼 한 사람은? 그나마도 지지가 아니라 그냥 노코멘트다. 한인회라 자처하는 이들의 처참한 현주소다.
이쯤 되면 지금 영국에는 '한인'이라는 이름을 건 단체는 많지만 과거처럼 한인회라 할 수 있는 한인 단체가 없다는 말이 옳다. "여기가 한인회다" 라고 처절하게 혼자 주장한다고 한인회가 되는 것이 아니다. 역설이지만 그렇다고 한인회가 아닌 것도 아니다. 한인회란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있는 한인회에 마음 맞는 사람이 모여 그 모임의 성격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러니까 2명 이상의 한인이 모인 한인들의 친목단체로서의 한인회라면 지금까지 있거나 있었던 <한인무슨회>라는 여러 단체가 모두 한인회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단체들에게 한인사회에 있어서 어떤 대표성이랄까 하는 점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단체들을 위한 변명을 대신 하자면 '한인'이라는 이름을 붙인 단체가 어떤 일을 못 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책임을 물을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런 단체들 모두 한인들의 인정을 받지 못해 정상적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그 책임 또한 이런 단체에 물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단체가 대표임을 주장하고 나서다 당하는 초라한 풍경을. 진짜 민망하다. 최근 여러 행사에서 그런 단체의 회장이란 사람들이 받은 대우는 어땠는가. 있어도 없는 자리인양 그림자 같은 대우를 받았다. 그런 대우를 받게 된 동기? 그래, 누구나 안다. 어디서 어떻게 처음 잘못됐는지? 암, 누구나 안다. 이렇게 가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 물론, 누구나 안다. '한인' 이름을 건 단체가 낯부끄럽고 귀찮은 존재가 된 이유를 대부분 한인은 안다.
그렇다면 이런 상태로 둘 수 없다. 한인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의견을 모으고 알리는 창구가 되며,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진정한 한인회가 필요한데 제 기능을 못 하는 기존 단체가 그 직위와 기능을 양보하지 않겠다면 한인들의 힘으로 그런 한인회를 만들어야 한다. 화합과 개선이 백년하청인 지금 상태를 벗어나 모든 한인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한인회의 재탄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인정도 못 받는데 기득권 운운하는 것은 이미 설득력이 없음이 증명됐다. 기존 '한인' 이름을 단 여러 단체는 물론 한인사회의 모든 단체, 모임, 연합, 개인을 망라한 이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 의견을 나누고 그 자리에서 진정 한인을 대표하는 한인회를 만들어야 한다. 진정 한인회가 필요하다면 그런 방식으로 새롭게 한인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시작은 범 한인 토론회와 같은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자리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한인사회를 위한 위대한 시작이다. 힘들고 말 많은 이들에게 들쑤셔져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 전체 한인의 뜻을 허심탄회하게 나눌 때, 그때는 한인사회의 어른들도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
한인회 문제, 목소리 큰 이들의 억지에 정답은 없다. 다수 한인의 뜻이 그 답이다.
헤럴드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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