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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의 온고지신- 쓸모가 없어서

hherald 2013.08.26 18:54 조회 수 : 824





어느 놈을 잡을까요?
장자(莊子)가 제자들과 산중을 가다 큰 나무를 보고 베지 않는 나무꾼에게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쓸모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자 장자는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천수를 다할 수 있다했다. 일행이 하산하여 친구 집에 묵는데 주인이 반기며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거위를 잡으라 했다. 아이가 주인에게 한 놈은 잘 울고, 한 놈은 울지 못하는데 어느 놈을 잡을까요? 하자 주인은 울지 못하는 놈을 잡으라고 했다. 다음날 제자들이 장자에게 묻기를 ‘어제 산의 나무는 쓸모가 없어서 천수를 다할 수 있었는데, 오늘 이 집의 거위는 쓸모가 없어서 죽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어느 편에 서겠습니까?’하니, 장자가 웃으며 대답하길, ‘나는 쓸모있음과 쓸모없음의 중간에 있겠다.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중간이란 도(道)와 비슷하면서도 실은 참된 도가 아니기 때문에 화를 면하기는 어려운 것’이라 했다.



쓸모없는 사람
또, 목수인 장석(匠石)이 제나라로 가다 큰 도토리나무를 보았는데 크기가 수천마리의 소를 덮고, 둘레는 백 아름이며, 높이가 산을 위에서 내려다볼 만하여 구경꾼들이 많았지만 그는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제자가 묻기를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이후 이렇게 훌륭한 재목은 본 적이 없는데 거들떠보지도 않는 연유가 무엇입니까’하니, 장석이 ‘쓸데없는 나무다.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빨리 썩고, 그릇을 만들면 쉽게 깨지고, 문짝을 만들면 나무진이 흘러내리고, 기둥을 만들면 곧 좀이 먹는다. 그래서 재목이 못 되고 쓸모가 없어서 그리 오래 살고 있는 것이라 답하였다. 장석이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그 큰 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하기를 ’그대는 나를 어디에다 견주는가? 좋은 재목인가? 아니면 돌배 귤 유자 같은 과일나무에 견주는가? 과일나무는 과일이 열리면 따게 되고, 딸 적에는 욕을 당한다.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어진다. 이들은 자기의 재능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이다.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세상 만물이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 지가 오래다.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겼고 이제야 뜻대로 되어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 커질 수 있었겠는가? 그대와 나는 다 같이 하찮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하여 서로를 하찮은 것이라고 헐뜯을 수 있겠는가? 그대처럼 죽을 날이 멀지 않은 쓸모없는 사람이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알 수가 있겠는가?‘하고 나무랐다.



대쪽같이 살아야?
애국가 2절은 ‘남산위에 저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기상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옛날 선비들의 정신문화의 사상 속에도 초목(草木)이 많이 등장한다. 소나무, 대나무, 매화, 난초, 국화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지금도 인간의 마음과 함께하고 있다. 곧은 마음으로 대쪽같이 살았거나 사는 이들도 적은 인원이 아니다. 다만 눈에 크게 띄지 않는 곳에서 지키고 있을 뿐이다. 어느 산이나 곧은 나무가 있듯이 어느 곳이나 곧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곧은 마음과 생각으로 삶을 사는 이들이 곧은나무를 좋아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북풍한설(北風寒雪)에도 굴하지 않고 쭉 뻗어 우뚝 서있는 소나무는 우리 옛 선비의 정신이었다. 대나무같이 사심(私心)같은 욕심없이 속도 비었지만 잘릴지언정 절대 부러지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상징으로 사는 이도 있다. 그렇다고 굽은 나무가 쓸모없는 나무라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굽은 나무가 더 많고 가지 많은 나무가 더 많다.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리’하며 얽키고 구부러진 숲을 보며 살아가는 이도 있다.



그게 그건데
우리 선조는 겨울을 이겨내고 제일먼저 피는 작은 매화를 그리거나, 마디 없이 쭉 뻗은 난을 치는 일이나, 삶의 뒤안길을 국화로 피워내며, 언제나 곧음을 자랑하는 대나무를 화선지위에 붓으로 옮기며 정신을 이어왔다.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도 잘 날 없이 인다고 노랫말에도 나온다. 과연 쓸모있게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것인가? 쓸모없이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것인가? 자손에겐 어떻게 살아가라고 얘기해 줄 것인가? 우리가 사는 이 땅에는 모든 것이 다 있고 있어야만 된다.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안 되는 것이기는 한데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은 무엇인가? 역할에 충실하여야만 하나? 신령스런 영약(靈藥)이나 독초(毒草)는 같은 땅에서 나는 것인데.

영국서울 한의원  박사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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