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단상

CNN의 예의 없는 음식 평가

hherald 2011.07.13 11:26 조회 수 : 6271

CNN의 예의 없는 음식 평가



미국 CNN이 운영하는 여행정보사이트 ‘CNN고(GO)’가 ‘세계 7대 혐오 음식’을 선정해 보도했다.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런 기사를 쓴 것이 잘못인데 더구나 혐오음식으로 꼽은 7가지 음식이 모두 아시아 음식이었다. 서양 음식은 하나도 없었다.

CNN이 선정한 7대 혐오 음식은 중국의 피단(皮蛋·삭힌 계란 또는 오리알), 필리핀의 타밀록(나무좀벌레 요리), 인도네시아의 발효 튀김 칩, 한국의 개고기, 태국의 매미 볶음, 캄보디아의 거미 튀김, 필리핀의 개구리 튀김 등이다.

중국인이 발끈했다. 피단 때문이다. 중국은 CNN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정확히는 중국 최대 계란기업에서 항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서한에서 <신선한 오리알로 만든 피단은 중국인의 위대한 발명이자, 수백 년의 역사를 담은 전통 음식으로 전 세계 20억 소비자가 사랑하는 음식>이며 <피단은 체내의 열을 식혀주고 치통이나 천연두 예방에 효과가 있는 등 몸에 좋은 보양 음식>이라고 했다. 또 <남의 나라 전통음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함부로 음식을 비하하는 것은 무식한 오만과 타국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CNN이 사과했다. 기사를 썼던 기자는 중국 매체에 "중국 음식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래도 중국인은 화가 안 풀려 ‘가장 역겨운 서양 요리’라는 제목의 설문을 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덜 익힌 쇠고기’, ‘냄새나는 치즈’, ‘질기고 노린내 나는 칠면조’, ‘토끼나 먹을 생(生)채소 샐러드’ 등 설문에 미국과 서양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담았다. 여담으로 얘기하면 중국인에게 가장 혐오스런 서양 음식으로는 '고린내 나는 치즈'가 꼽혔다.

CNN은 재미있자고 한 설문조사라고 할 것이다. 재미있자고 한 설문조사에 중국이 죽자고 달려 들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서양의 음식이란 게 유대교의 방대하고 복잡한 금식을 기본으로 하다보니 별의별것을 금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편협한 잣대로 아시아 음식을 깎아 내린 설문조사를 했으니 참 무식한 행동을 한 것이다. 한 나라의 기호식품이 다른나라의 혐오식품이 되는 다양한 문화권이 공존하는 곳이 지구촌이다. CNN이 이것을 몰랐을까. 아니면 아시아권 국가의 문화를 우습게 본 걸까.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벌레를 안 먹는 이유는 그것이 더럽고 혐오스러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먹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더럽고 혐오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음식을 대할 때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는 가져야 한다. 그건 정말 최소한의 예의다.


헤럴드 김종백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07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 - 어쭙잖은 '갑'을 향한 절규 hherald 2014.11.10
206 입시 문제 잔혹사 - 교과서가 진실보다 앞선다? hherald 2014.11.03
205 백범마저 부인하는 친일 후손들의 역사 왜곡 hherald 2014.11.03
204 반면교사, 사우디의 여성의 운전을 허하라? hherald 2014.10.20
203 해묵은 농담 "질소를 샀더니 덤으로 과자를 주더라" hherald 2014.10.13
202 우리말과 우리글의 적은 누구일까 hherald 2014.10.06
201 자선 경매에 나온 교황의 하얀 모자 hherald 2014.09.22
200 애국가 낮춰 부르기에 얽힌 음모론? hherald 2014.09.15
199 대통령의 명절 선물 hherald 2014.09.08
198 추석, 차례상이 그립네요 hherald 2014.09.01
197 간절한 손… 터지는 눈물, 그리고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hherald 2014.08.18
196 관광공사, 이래저래 유감입니다 hherald 2014.08.11
195 현실이 된 재앙 '에볼라 바이러스' hherald 2014.08.04
194 '영수'에서 '민준'으로, '순자'에서 '서윤'으로 hherald 2014.08.01
193 문화원과 동포사회의 상생 hherald 2014.08.01
192 유병언의 유럽 사진전, 거장들의 낯뜨거운 찬사 hherald 2014.07.07
191 스포츠 단두대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 hherald 2014.06.23
190 문창극의 사퇴도 하나님의 뜻? hherald 2014.06.16
189 수만 명의 한인보다 800명의 녹색당? hherald 2014.06.09
188 월드컵의 확률, 예측은 예측일뿐 hherald 2014.06.0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