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의 아들 환웅 桓雄이 인간 세상에 늘 관심이 많아 홍익인간 弘益人間 뜻으로 나라를 다스리라고 아버지가 천부인 天符印 3개를 주며 지원해 주자 태백산 太白山 꼭대기에 내려 나라를 만들었다. 이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사람이 되기를 원하니 환웅이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며 백일 동안 햇빛을 안 보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곰은 삼칠일(三七日 : 21일) 만에 여자가 되고 범은 못 참고 중간에 뛰쳐나와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 熊女는 자가격리의 결과물이다. 원래 곰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인지라 동굴에서 햇빛 안 보고 견디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는데 신화에서 곰을 선택한 것은 동면하고 봄에 다시 활동하는 '자연의 순환과 재생력'에 큰 가치를 두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곤 한다. 단군신화 속 웅녀의 자가격리가 재생력의 의미라니 요즘 세상에서 새롭게 다른 의미로 새삼스럽지 않은가. 우스갯소리로 한국의 자가격리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이유가 건국 신화에서부터 자가격리 시스템이 잘 되어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가격리의 역사는 구약성경에 나올 만큼 길다. '레위기'에는 전염병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 지침이 나오는데 당시 일반적인 피부 전염병에 걸렸다고 의심되는 사람은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격리 7일째 제사장에게 진단을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아도 7일을 더 자가격리를 해야 완치 판정을 받았다. 지금과 참 비슷하다. 단, 피부 전염병 환자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이스라엘 백성 캠프 밖으로 나가 격리된 채, 그곳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당시 전염병을 죄로 인식한 무지의 소치로 봐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는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거의 모든 국가가 채택한다. Self Isolation 혹은 Self Quarantine. 구분하자면 증상이 있는 사람이 전파를 막으려고 격리하는 것이 Self Isolation, 증상이 있건 없건 예방 차원에서 격리하는 것이 Self Quarantine이라 하겠다.
이번에 웨일스 최고의료책임자가 코로나 종식돼도 독감이나 감기와 같은 감염병에 걸리면 며칠간 자가격리를 하자는 주장을 했다. 코로나 이후의 감염병에 대한 사회적 대응 방식을 고민하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는데 감기에 걸린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인파가 붐비는 곳에 가기보다 전파를 막기 위해 며칠간 자가격리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주장한 프랭크 애서턴 경 Sir도 물론 모든 국민이 이를 따르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용주와 노동자가 모두 고민할 문제라며 우선 재택근무가 가능한 사람부터라도 감염병에 걸리면 자가격리를 하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6년부터 웨일스 보건 부문을 이끌어왔는데 코로나 방역의 공로로 이번에 기사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맞는 말일 수도 있으나 '자가격리'라는 단어와 코로나 이후에도 같이 살아야 하나, 하는 갑갑함이 확 온다.
한국은 해외 입국자의 자가격리를 2월3일까지 또 연장했다.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 5천 년 전 웅녀의 자가격리는 약속된 시간이라도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 자가격리는 벌써 2년째 조금씩 조금씩 더 뒤로 밀려나기만 할 뿐 끝나는 약속의 시간이 없다.
헤럴드 김 종백
런던 코리아타운의 마지막 신문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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