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헤럴드 영국 연재 모음

신앙칼럼- 침소봉대 針小棒大

hherald 2018.11.19 16:54 조회 수 : 89

 

인간의 지혜는 압축하는 힘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강연을 하는데 청각장애를 가진 형제자매를 위해 수화 통역을 하는 선생님이 강단 옆에 서 계셨습니다. 강연을 하면서 그분을 눈여겨보게 됩니다. 통역이 다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선생님은 EBS 방송에서 수화통역을 담당하는 분이셔서 원고 없이도 동시통역이 가능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은 사전에 알았습니다. 어떤 말에는 길게 수화를 할 때가 있고, 또 어떤 말에는 너무 빨리 통역이 끝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강연하다가 말고 제 말이 다 통역이 되는지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화에는 많은 단어들이 압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현대인들에게는 압축된 용어들을 알지 못하면 신 문맹자가 되기도 합니다. 자고 나면 신생용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집니다. 인간의 지식은 계속해서 긴 문장을 말하기 보다는 압축된 단어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야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정보 전달 외에도 더 많은 것을 압축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마음, 과학으로 증명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세계들이 언어에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말이 그 사람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사람과 말은 구분됩니다.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사람의 단면이라 할 순 없습니다. 그러하지만 말은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기에 사람과 언어를 분리할 순 없게 됩니다. 

 

말하는 것은 일평생 배워야 합니다. 그냥 느낌대로 말한다면 시한폭탄을 안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말을 지혜롭게 하는 방법,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말을 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에는 자기 인생을 걸어야 할 만큼 소중한 것입니다. 우리말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냥 빚의 현대적 가치는 실로 엄청난 금액입니다. 천 냥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화폐단위입니다. 1냥은 오늘날 7만 원 정도에 해당 합니다. 조선 후기에 물가로 환산한다면 천 냥이면 논 30마지기를 살 수 있었습니다. 1마지기는 200평입니다. 30마지기라고 하면 6000평이나 됩니다. 조선시대에 천 냥으로 30마지기를 살 수 있는 곳은 최상으로 좋은 노른자 땅입니다. 이를테면 서울 강남에 6000평의 땅을 가지고 있다면 가치는 얼마나 될까? 런던 중심가에 그만큼의 땅을 가지고 있다면 로또 1등 당첨이 필요치 않을 인생 역전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 만큼의 거액이 됩니다. 

말 한마디의 가치를 우리 선조들을 이렇게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말하는 것이 그 사람의 수준이며 깊이입니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의 미래도 엿볼 수 있게 됩니다. 말하는 것에 있어서 작은 일이지만 크게 불려서 이야기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일일지라도 작게 만들어서 문제가 커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침소봉대”란 말이 있습니다. 바늘처럼 작은 일을 몽둥이처럼 크게 부풀려 허풍을 떠는 모습을 말합니다. 즉 작은 일을 크게 불리어 행위를 일컫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만 작은 소문이 들어가면 그 말은 크게 부풀려 지게 하는 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큰일일지라도 그에게만 들어가면 정리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작아지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성경 말씀에도 “허망한 풍성을 전파하지 말며, 악인과 연합하여 무함하는 증인이 되지 말라.”(출23:1)했습니다. 말을 퍼뜨리다 보면 작은 것을 크게 확장하게 됩니다. 확장하기 위해선 없는 말을 보태어 말을 지어내고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좋지 않은 말, 해가 되는 말은 없앨 순 없습니다. 그런 말이 나돌 때 이웃에게 퍼뜨리기 보다는 그 말을 영적 쓰레기통에 담아 버려야 합니다. 그리하면 허망한 말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됩니다. 특히 교회 공동체 안에서 떠도는 말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뿐 아니라 성도간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공동체는 악한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을 받는 즉시 영적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는 것이며, 건강을 잃은 공동체는 그 반대가 되는 침소봉대가 됩니다. 

 

 

박심원 목사

예드림커뮤니티교회 공동담임
박심원 문학세계 http://seemwon.com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Email : seemwon@gmail.com
카톡아이디 : seemw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2937 김준환 변호사 칼럼- 2024년에 닥친 세가지 위험 hherald 2024.01.15
2936 요가칼럼- 매일 천천히 건강하게 살빠지는 습관! file hherald 2024.01.15
2935 요가칼럼- 새해 오분 요가 챌린지. 자세는 바르게, 어깨는 시원하게 file hherald 2024.01.08
2934 신앙칼럼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hherald 2024.01.08
2933 런던통신 - “영국에서 반유대주의 언행은 자살이다” hherald 2024.01.08
2932 김준환 변호사 칼럼 - 브렉시트의 추억 hherald 2024.01.08
2931 부동산 상식 - 보일러, 새 것처럼 잘 쓰는 노하우 hherald 2024.01.08
2930 헬스벨 - 성장 잠재력을 발휘하라 hherald 2024.01.08
2929 헬스벨 - 은퇴를 준비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 hherald 2023.12.18
2928 요가칼럼- 매트없이도 가능한 전신 다이어트 운동- 숨은 키 0.5cm 찾아 드립니다! file hherald 2023.12.18
2927 김준환 변호사 칼럼 - 서울의 봄 hherald 2023.12.18
2926 신앙칼럼- 살아 있음의 증명 hherald 2023.12.18
2925 부동산 상식- 겨울에도 가든 잔디 관리가 필요합니다. hherald 2023.12.11
2924 요가칼럼- 이젠 무릎 통증없이 하체운동하세요! file hherald 2023.12.11
2923 재영한인의사협회(KUMA) 에세이 경연 대회 수상작 file hherald 2023.12.11
2922 신앙칼럼- 행복에서 행복으로 hherald 2023.12.11
2921 김준환 변호사 칼럼 - 영국의 크리스마스 hherald 2023.12.11
2920 헬스벨 - 치즈 영양 상식 hherald 2023.12.11
2919 런던통신- 영국과 한반도의 기묘한 인연, 일본군 포로수용소 hherald 2023.12.04
2918 헬스벨 : 명(命)을 재촉한다 – 위산 분비 억제제 hherald 2023.12.0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