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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의 온고지신- 안면만 바꾸는

hherald 2014.06.16 18:14 조회 수 : 479




미련하게도
주역은 한마디로 점치는 책이라 알려져 있다. 내가 주역을 접한지 40년이 넘었는데 아는 것은 하나도 없다. 글자는 아는데 행간(行間)을 모른다. 공부만 하시던 아버님이 한번은 주역점으로 오시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잘 맞는가를 보기 위하여 불문진단으로 묻지 않고 어디가 아파서 왔는가를 점을 쳐서 확인해 보시자하여 함께 거들며 한 적이 있다. 그때 주역을 처음 접했는데, 실험에서는 거의 완벽에 가까워 중도에 그만 두었다. 이는 의원으로서 할 일도 아니고, 환자에 대한 도리도 아니기에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하시어 주역점을 보지 않지만, 유치한 짓을 한 것 같아 쓴웃음도 나온다. 점을 치는 이에 따라 점괘가 달라지는 주역은 참으로 심오한 학문의 최고봉으로서 한문(漢文)과 점점 멀어지는 후세대에서는 저자의 마음을 모두 읽는 이가 나오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군자표변(君子豹變)
주역의 64괘 중 49번째가 택화혁(澤火革)이라는 괘로, 혁(革)이란, 짐승의 가죽으로, 짐승은 계절에 따라 털갈이를 해야 하기에 바뀐다라는 의미로 혁명, 혁신의 괘다. 이는 연못 밑에 불이 있는 형상으로, 서로 상극인 물과 불이 반대로 위치해 있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변혁의 때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혁이란, 하늘의 뜻에 순응하고, 백성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또한 모든 여건이 다 갖추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함을 일러주는 내용이다. 그 중 효사(爻辭)에 ‘대인호변(大人虎變), 군자표변(君子豹變), 소인혁면(小人革面)’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대인은 호랑이같이 변하고, 군자는 표범같이 변하고, 소인은 얼굴만 변한다는 의미다. 무엇이 변했는가를 보면 대인인지 소인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귀절이다.



안면 싹
소인은 안면만 바꾸지만, 대인과 군자는 털갈이를 한다는 의미다. 스스로의 털을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스스로가 스스로를 다시 혁신한다는 뜻이다. 대인(大人)은 호랑이같이 때에 맞춰 털과 색을 바꾸듯이, 스스로 새롭게 몸가짐을 하여 도리에 순응하고 때를 맞추니 변혁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군자(君子)는 표범처럼 변한다 함은, 표범처럼 털갈이 하듯, 군자도 자기잘못을 고치고 선(善)으로 나아감에 신속하게 해야한다고 가르친다. 호랑이는 동물의 제왕이니 표범과 차가 있듯이, 대인과 군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고, 상황에 따라 안면만 바꾸는 소인이라 하더라도 얼굴을 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변하다의 본뜻은 자기잘못을 빨리 고친다는 의미인데, 요즘은 하루아침에 안면을 싹 바꾸는 비겁한 행동을 뜻하기도 한다. 혁괘(革卦)는 지위에 따른 변혁기의 몸가짐을 알려주고 있다. 맞다. 변해야한다. 우리는 더 아릅답게 털갈이를 해야 한다. 스스로가 스스로의 겉껍질을 버리고 변해야하고 바꿔야한다. 카멜레온같이 주변색에 따라 몸색을 바꾸는 것을 변화에 적응하는 나름대로의 변혁이라고 봐도 될까? 못 바꾸거나 안 바꾸는 것은 강직(剛直)인가? 부족(不足)인가?


동쪽으로 달리며 서쪽을 돌아보네
자료에 의하면 조선시대 조식은 퇴계 이황과 쌍벽을 이루며 지냈지만, 평생 한 번도 벼슬을 사양하고 하지 않았다. 후일 조식의 제자와 이황의 제자들은 율곡 이이와 성혼의 제자들과 대립하며 동인을 형성했으며, 또 이황의 제자와 조식의 제자 간의 사상의 차이는 다시 동인을 양분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동갑인 두 거유의 출세와 학문은 결국 남인과 북인의 분화로 이어졌고, 당쟁을 격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시에서 ‘(전략) 생전에는 그를 죽이려고만 하다가, 죽고 나면 그제야 그가 좋았다고 칭찬하네’라고 그 당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옛날 보현이란 사람의 처가 용모가 매우 뛰어나니, 임금이 처를 취하고, 대신 공주를 주었는데, 그 처가 떠나가며 슬프고 원통해서 시를 지었다한다. “의지 할 곳 없는 흰 토끼(??白兎), 동쪽으로 달리며 서쪽을 돌아보네(東走西顧), 옷은 새 옷이 좋지만(衣不如新), 사람은 오래 사귄 사람이 더 좋은 것인데(人不如故)”

영국서울한의원 원장  박사 김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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